[메이커] 인간동력 날개치기 비행 꿈꾸는 ‘날개맨’

[인터뷰] 날개맨 이상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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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그저 날개를 위아래로 칠 뿐인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이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메이커 이상훈 씨 이야기다.

이상훈 씨의 닉네임은 ‘날개맨’. 그는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모방한 기구를 인간동력으로 움직이는 비행을 꿈꾼다. 2011년부터 이 목표에 매진했다. 본업인 이동조립식 철봉 제작·판매보다 메이커 활동에 더 열심이다.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그의 날개맨 연구실을 찾았다.

착용식 날개치기 기구를 착용한 이상훈 씨의 모습.

▲착용식 날개치기 기구를 착용한 이상훈 씨.

“인력으로 비행하는 날개치기 기구 만드는 게 목표”

이상훈 씨의 목표는 명료하고도 확고하다. 인간동력으로 비행하는 날개치기 기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전 단계인 날개차로 ‘날개차경주’라는 스포츠를 창조하는 것.

새와 곤충의 날갯짓을 모방해 하늘을 나는 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다빈치는 “새는 수학 법칙을 통해 작동하는 기구이고, 인간에게 새의 모든 움직임을 갖춘 기구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다”라고 믿었다. 새가 공기 중에 머무는 방법, 고도를 바꾸고 공기를 뚫고 나아가는 원리를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다빈치는 오랫동안 공기 역학, 무게중심의 이동, 비행에 필요한 근육의 힘 등을 계산했다. 그리고 독창적인 여러 비행기구 설계도를 남겼다. 근육의 힘으로 비행기구에 동력을 제공해 새의 비상을 재현하는 장치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비행에 성공한 것은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인간동력 오니솝터 설계도 스케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인간동력 ‘오니솝터'(onithopter) 설계도 스케치. (출처=플라잉머신즈)

21세기를 사는 이상훈 씨가 15세기를 살았던 다빈치가 이루지 못한 꿈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상훈 씨는 ‘인간동력 날개치기 비행’을 꿈꾸는 걸까. 다빈치가 살았던 시대에는 인간동력 외에 비행기구에 동력을 제공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야기가 다르다. 최첨단의 시대가 아닌가.

“(기술과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기계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날개를 치는 날개는 없다. 또 인간동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포츠인 것이다. 프로펠러와 다리를 이용하는 인력 비행기는 이미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동력 날개치기 비행에 성공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내가 성공하면 최초가 되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한 비행(飛行)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날개를 쳐서 중력을 극복하는 새의 날갯짓이다.

날개차 경주 스포츠 창조를 향하여

이상훈 씨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 ‘날개차 경주대회’ 프로젝트로 참여한다.

날개차 경주대회는 4개의 날개가 달린 날개차에 탑승해 100m 직선 수평거리를 질주하는 스포츠다. 처음 50m 구간까지는 날개차의 손잡이를 잡은 채 전력 질주하며 가속한다. 그리고 50m 지점에서 날개차에 올라타 순수 날갯짓만으로 추력을 내어 100m 골인 지점까지 경주하는 방식이다.

그가 처음 구상했던 것은 날개차가 아닌 날개치기 비행체였다. 착용식에서 탑승식으로 방법을 바꾼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안전이다. 이상훈 씨는 “착용식은 너무 위험한 요소가 많다. 즐기려고 하는 메이커 활동인데, 이래서 내가 즐길 수 있겠나 싶더라”라며 “탑승식이 결국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콘셉트 날개차를 완성했다. 그는 날개맨 프로젝트의 1단계를 완성했다고 했다. 2단계는 날개차로 스포츠를 만드는 것이다. 최종 단계인 3단계는 물론 인간동력 날개치기 비행이다. 그는 “날개차 경주대회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면 여러 아이디어가 모일 것”이라며 “거기에서 (인간동력 날개치기 비행이라는 목표를 이룰) 뜻밖의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옥상에서 컨셉 날개차 작동법을 시연하는 이상훈 씨

▲옥상에서 콘셉트 날개차 작동법을 시연하는 이상훈 씨.

직접 본 콘셉트 날개차의 첫인상은 거대하다는 것, 그리고 기대보다 엉성하다는 것이다. 날개차는 알루미늄 파이프로 만든 뼈대와 합성수지 비닐로 만든 두 쌍의 보겹 날개, 나무판으로 만든 탑승 발판으로 구성돼 있다. 머릿속에 슬그머니 물음표가 떠오른다. ‘이거, 정말 날 수 있을까?’

이상훈 씨에게 기술·과학적으로 가능한 시도인지 물었다. 그는 “나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수직 이륙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활주를 통한 이륙은 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확신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주로 동물의 날개치기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연구한다고 했다. 정교한 항공학 이론, 이론에 바탕을 둔 가설, 길게 이어진 수식을 생각했던 내 상상과 판이했다.

“이론을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현실에선 그 이론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항공학 쪽에서는 더 심하다. 이론을 세우고 가설을 만들어도,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해야 한다. 나는 이론을 생략하고 실험부터 한 거나 마찬가지다. 비유하자면, 나는 이론물리학자라기보다는 실험물리학자 부류다. 물론 실험물리학자도 이론을 알아야 하지만,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험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이상훈 씨는 이론보다는 실험과 체험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수없이 실패하며 성공 가능성에 가까워진다”

이상훈 씨는 그동안 수없이 실패했다. 착용형 날개기구를 메고 낙하시험을 하다가 발 뒤꿈치에 금이 간 적도 있다.

처음 3년은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가 날개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년째인 2014년에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그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의 동생은 ‘직접 만든 날개로 하늘을 날겠다는 오빠가 고민’이라는 사연을 가지고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다. 안녕하세요는 고민이 있는 일반인이 출연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고민이 방청석에서 많은 공감을 받으면 우승한다. 이상훈 씨 동생 사연은 5연승을 기록했다.

2014년 6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상훈 씨의 모습.

▲2014년 6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상훈 씨의 모습.

“고민을 다루는 프로였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응원을 많이 받았다. 방송을 본 어떤 항공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적도 있고 카본 제품 제작업체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

날개맨 이상훈 씨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방송에 ‘고민거리’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항공 지식이 있는 분들은 (현재 프로젝트 방식에 대해) 안 된다고 한다. 신기하다고 하는 분들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라며 응원해준다. 전반적으로 신기하다, 응원한다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날개맨 이상훈 씨

▲날개맨 이상훈 씨.

“실패가 좌절로 작용하지 않았다. 용기와 도전정신을 주는 오기와 명분으로 작용했다. 실패를 많이 했다면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에 가까워진 것이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7 행사 안내

  • 주최: 블로터앤미디어·서울혁신센터·그라운드웍스
  • 일시: 2017년 10월21일(토)~10월22일(일)
  • 장소: 서울혁신파크(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
  • 홈페이지: makerfai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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