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예술의 미래는?

가 +
가 -

콘텐츠에게 트렌드는 중요하다. 하지만 예술에게 유행은 중요하지 않다. 둘 사이에는 간단하면서도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간의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력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 기술력은 콘텐츠와 예술을 ‘크리에이티브’라는 명제로 묶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한 것들은 콘텐츠 문화를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두 가지 양면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라지는 예술성에 대해 고민한다. 트렌드나 유행 같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존재해야 할 예술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반면,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는 확산 방법을 고민한다. 기술력이 장악한 시장에 잘 적응한 콘텐츠가 더 큰 산업군으로 확장하기를 소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0월23일 서울 코엑스에서 ‘넥스트 콘텐츠 컨퍼런스 2017‘ 행사를 열었다. 10월 23·24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미래,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콘텐츠 산업의 미래 전망을 제시한다. 문화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하는 속에서 발생한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의논할 예정이다.

이날 첫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선 제프 멀건 네스타 대표는 ‘미래 시대의 가치 극대화 전략에’에 대해 발표했다. 제프 멀건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정책보좌관과 전략기획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국 사회와 창조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 및 연구 분야 활동을 하는 혁신기업 네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예술과 창조경제 안에 발생하는 변화와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넥스트 콘텐츠 컨퍼런스 2017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제프 멀건 네스타 대표

인공지능과 기술적 변화

“알고리즘이 단순히 예술을 반복적으로 카피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행동과 선택을 증폭시킨다. 인공지능은 인간으로 하여금 컴퓨터처럼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올빼미 입장에서, 고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사고방식을 부여할 것이다.”

제프 멀건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시야각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대는 더 정리정돈되고 예측 가능한 형태를 갖출 것이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새로운 기술은 오히려 예술에 있어서 굉장한 도전이 된다. 인간이 갖춘 복잡한 사회생활 환경을 정돈하고 나면, 그 빈 공간을 채울 것은 결국 예술이다.

로봇이 처음 상상력으로 구현되던 시절부터 이미 우리의 삶에 대한 공포감은 계속해서 인간들을 괴롭혀왔다.

제프 멀건 대표가 우려한 것은 사람들의 공포감이다. 수백만 일자리가 곧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했다는 언론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졌다. 제프 멀건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예술에게 있어서도 굉장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공포감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포감만 계속해서 커진다고 해서 발전하는 기술을 막을 순 없다. 오히려 기술은 계속해서 훨씬 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할 것이다. 언젠가는 어떤 기술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그 어떤 인간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조연설이 진행되기 이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제프 멀건 네스타 대표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

제프 멀건 대표는 이러한 막강한 힘을 가진 기술의 발전을 이끌기 위해, 새로운 법규 제정과 대중 참여 유도 등 관련 기관들의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콘텐츠 산업의 가치가 어디에 있고, 그 가치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정부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 네스타는 얼마 전 9월 ‘Future of employment 2030’을 편찬하기도 했다.

네스타가 진행하는 예술과 기술간의 R&D 연구

그가 공동의장으로 속해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콘텐츠 가치를 가져가자는 의견이 주력한다. 현재와 같은 SNS 중심의 문화 소비 행태에서는 인간의 집착적이고 중독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행태가 플랫폼의 큰 몫을 가져간다. 앞으로의 콘텐츠 산업은 인류에게 선한 목적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새로운 현상이 우리의 이해와 사고력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교육 당국과 학교가 해야 할 일들을 강조했다. 미래 노동시장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일해야 할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협동심’이다. 기술의 범람 속에서 아이들이 창의력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협력에 의한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내야 한다. 모두가 관찰자가 아닌 메이커가 되게 하는 것. 제프 멀건 대표는 결국 크리에이티브는 창조예술과 일맥상통한 가치관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