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재기 노리는 ‘한글인터넷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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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인터넷주소.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영문 도메인이나 IP 주소 대신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면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복잡한 도메인 이름을 외울 필요 없이 ‘블로터닷넷’만 주소창에 입력하면 바로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식이니, 꽤나 편리했다. 1999년 넷피아가 처음 선보였으니,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한글인터넷주소는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급격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여러 부작용 때문이었다. 한글인터넷주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터넷 회선망을 제공하는 통신업체(ISP)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헌데 서로 다른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 업체끼리 경쟁이 과열되면서, 통신업체별로 각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똑같은 한글 키워드를 주소창에 입력해도 이용하는 통신망에 따라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일이 적잖았다.

유명 기업이나 브랜드 한글 키워드를 선점하는 일도 골칫거리였다. 예컨대 ‘아이리버’를 주소창에 입력했는데 아이리버 홈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해당 키워드를 선점한 다른 업체 웹사이트로 가는 식이다. 이들 업체는 키워드를 선점해 방문자를 끌어들인 뒤, 키워드 검색 광고로 적잖은 돈을 챙겼다.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업체와 이용자에게 돌아갔다.

PC를 더럽히는 플러그인은 또 어떤가. 이용자 모르게, 혹은 무심결에 설치한 액티브X 방식의 한글키워드 플러그인은 의도하지 않은 웹사이트로 이용자를 시도때도없이 끌고다녔다. 게다가 이런 플러그인은 잘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지워도 어느샌가 다시 설치되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들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한글인터넷주소는 언제부턴가 귀찮고 골치아픈 서비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가 와신상담 재기를 노리는 모양새다. 주요 통신업체와 손잡고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 혼선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참에 모바일 웹 영역까지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넷피아가 3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인터넷 서비스 회선 ‘교통정리’다. 국내 대표 초고속 통신망 서비스 업체인 KT,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과 동맹을 맺었다. 디지털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들을 대상으로 제휴를 넓히는 한편, 대학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손쉬운 한글인터넷주소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2010년 현재 64개 ISP, 69개 SO, 1800여곳 대학·공공기관이 넷피아 울타리에 들어섰다.

모바일 웹이란 신천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모바일 웹브라우저의 좁은 화면과 불편한 입력 방식을 한글인터넷주소로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넷피아는 현재 웹브라우저 주소창에서 한글주소를 지원하는 아이폰용 모바일 웹브라우저 ‘자국어주소’를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다. 애플쪽에서 앱스토어 등록을 승인한다면, 이르면 15일께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국어주소’ 웹브라우저는 아이폰에 내장된 ‘사파리’를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웹브라우저다. 주소창에 한글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웹사이트로 곧바로 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블로터닷넷’ 대신 ‘ㅂㄹㅌㄷㄴ’ 식으로 초성만 입력해도 관련 키워드를 찾아주는 ‘초성검색’ 기능도 내장했다. 또한 ‘홍길동@블로터닷넷’처럼 한글 e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곧바로 e메일을 보낼 수 있다. ‘블로터닷넷/애플’ 식으로 입력하면 ‘블로터닷넷’에서 애플 관련 뉴스 검색 결과를 바로 보여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넷피아는 5월 안에 안드로이드폰용 ‘자국어주소’ 웹브라우저를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하반기께 ‘윈도우폰’까지 다양한 스마트폰에서 한글인터넷주소를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허나 만만찮은 대목도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에서 3G가 아닌 와이파이(Wi-Fi)로 접속할 경우 한글인터넷주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와이파이 제공 업체가 넷피아와 제휴가 돼 있지 않다면 말이다. 또한 파이어폭스처럼 주소창을 검색창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에선 한글인터넷주소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블로터닷넷’을 주소창에 입력해도 웹브라우저가 이를 한글인터넷주소가 아닌, 검색 키워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사파리에서도 한글인터넷주소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기능은 작동한다. 해당 한글주소가 넷피아에 등록돼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결국 ‘자국어주소’ 웹브라우저와 아이폰 사파리를 이용하는 데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넷피아쪽은 우선은 초성검색처럼 쉬운 입력 기능을 내세워 모바일웹에서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알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하반기께 위치기반 서비스같은 부가 기능을 더한 ‘자국어주소’ 판올림을 선보일 생각이다.

이판정 대표는 “한글인터넷주소는 도메인네임의 대체재인 닉네임 개념이 아니라, 클라우드컴퓨팅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주소체계”라며 “한글인터넷주소의 통일이 넷피아 부활이란 의미를 넘어 미래 클라우드컴퓨팅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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