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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기술로 삶을 해킹하는 메이커들

2017.10.25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이 10월21·22일, 이틀 동안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열렸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말 그대로 ‘만드는 사람들의 축제’다. 메이커들은 각자 자신들이 만들고 싶었던 것, 필요한 것을 열심히 만들고, 보여주러 나온다. 3D 프린팅, 드론, 로봇, 전기자동차, VR, 로켓, 악기, 스마트토이, 수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프로젝트 등 종류는 다양하다.

‘구글 핵페어’는 2012년 시작돼 올해로 5회를 맞았다. 여기 참가하려면 ‘안드로이드 씽스’, ‘텐서플로우’, ‘클라우드 머신러닝’, ‘탱고’, ‘데이드림’ 기술 중 1가지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화장실이 다 찼을 땐, ‘변기어때’

‘급하다.’ 간신히 화장실을 찾았지만 칸마다 사람이 차있다. 다른 층을 힘겹게 찾아갔더니 그곳은 더하다. 화장실 밖까지 줄이 늘어져 있다. ‘멘탈붕괴’ 현장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본디 좋은 발명은 경험에서 싹 트는 법이다.

‘변기어때’는 모션 센서 또는 열감지 센서로 사람을 인지하고 안드로이드 씽스를 통해 화장실 좌변기 칸이 비어있는지를 알려준다. 웹사이트에서 화장실을 열람하면 된다. 4층의 화장실이 다 찼다면 변기어때를 통해 현재 비어있는 2층 화장실 3번 칸을 찾아가면 된다. 화장실 전등에 모션 센서를 달면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학교, 회사,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면 유용할 듯하다.

‘변기어때’의 이름은 숙박 업소 앱 ‘여기어때’를 연상시킨다. 작명대로, 지금은 어느 칸이 비어있는지 정도만 알 수 있지만 앞으론 화장실 상태에 리뷰를 달아 ‘여기어때’처럼 공유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변기어때 팀은 “다들 이런 경험이 있고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끼리 재미로 만들어봤다”면서 “앞으로 좀더 발전시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위에 그리는 마인드맵

가상현실(VR)로 회의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이 되고 있다. 마로마브는 모바일 VR 마인드맵 앱 ‘로이스보드’를 선보였다.

호기심이 동해 로이스보드에서 마인드맵을 그려봤다. 일단 VR 기기를 써야 한다. 기기를 착용하면 꿈꾸는 듯한 가상 공간과 초록색 커서가 보인다. 커서는 시선을 따라 이동한다. 누르고 싶은 버튼 위에 커서를 오래 두고 있으면 클릭이 된다. 마이크 버튼을 클릭하면 음성인식이 된다. 마인드맵에 쓰고 싶은 단어들을 말하면 알아서 써진다. 굳이 손으로 필기하지 않아도 된다.

간편했지만 고개를 돌려가면서 작동시켜야 한다는 점은 좀 불편했다. VR 엑스포에서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VR 기기를 착용한 적 있었는데 그러한 아이트래킹 기술을 활용하면 금세 상관 없어질 단점이다. 음성인식 기능은 꽤 괜찮아서 옆에서 설명해주는 내용까지 다 담겼다. 회의할 땐 자택에서 하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사실 VR은 아직 여물지 않은 기술이다. VR기기 자체도 보편화되지 않은 마당에, VR 회의는 어쩌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심원택 로이스보드 마케터는 “상용화도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VR을 통한 회의는 훨씬 편리하고 시간 및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분야에서 분명히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회의를 ‘선형적(Linear)’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PPT가 자료로 제공되더라도 일단 발표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렵다. VR로 비즈니스 회의를 하게 되면 그때그때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상대의 자료에 코멘트로 달 수 있다. 영상 자료 등 첨부도 쉽다. 매번 문서로 엮어서 자료를 공유하거나 회의록을 작성할 필요도, 회의실을 예약할 일도 없다.

로이스보드는 내년께 개인용 화이트보드와 공용 화이트보드를 가상공간 안에서 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면서 다같이 회의를 하고 이미지와 동영상 및 문서 자료 등을 가상공간 내에서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마로마브는 최종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로이스보드를 통해 원거리에서 동시 접속해 서로의 아바타를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VR 미팅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다.

글자를 들려주는 서비스, 헬로 월드

강형석 메이커는 중학교 재학 시절 시각장애인 동급생을 본 적이 있다. 시각장애인 친구는 교과서나 책을 읽을 수 없어 교사가 하는 말을 시각장애인 키보드로 받아 쳤다. 혹시나 틀린 것이 있을까 3번씩 쓰고 읽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강형석 메이커는 이때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불편한지 체득하게 됐다. 나중에 알아보니 점자책은 내용과 상관없이 2만3천원으로 비싸고 종류도 얼마 되지 않았고, 점자식 키보드는 30만원 정도로 너무 비쌌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지만 강형석 메이커는 그 시절 친구를 떠올리며 ‘헬로 월드’를 만들게 됐다. 그는 학교 교육을 받으며 답답했을 그 친구 때문에 ‘화가 났다’고 했다. 때로 불편과 분노는 사회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스탠드에 부착된 카메라가 텍스트를 인식하면 SK C&C의 에이브릴 인공지능(AI) 기술이 글자를 읽어준다. 소리를 인식할 수 있어서 “책 좀 읽어줘”, “책 읽어줘” 등 대화형으로 말해도 알아듣고 텍스트를 읽어준다. 문학의 경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비문학은 키워드 요약도 가능하다. 만약 헬로 월드를 요약한다면 ‘시각장애인’, ‘인공지능’, ‘텍스트’ 등 단어를 뽑아주는 식이다. 만들려면 어려울 수 있지만 스피커, 카메라 구입 비용까지 합쳐도 몇 만원 이내에 구현이 가능하다.

강형석 메이커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각장애인의 배움의 장벽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면서 “나중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을 위한 기술을 만드는 고등학생 메이커, 앱앤미

미림마이스터고 전공동아리 ‘앱앤미’의 김두리·구지원 메이커는 ‘현직’ 학생들인 만큼 학교 생활 밀착형 제품들을 선보였다.

학교 생활에서 거울은 필수품이다. 그래서 이들은 거울에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마트 스쿨 미러’는 학교 급식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그날의 정보를 거울에 띄워주는 음성인식 스마트 거울로 일명 ‘스스미’라 부른다. 스스미를 호출할 땐 “Hi Mirror!”라고 말하면 된다. 학교 일정을 확인할 땐 “What schedule?”, 학교 급식이 궁금하면 “What school food?”, 현재 날씨를 알고 싶을 땐 “How is the weather?”하고 물으면 된다. 현재 시간 및 날짜도 기본적인 영어 “What date/time is it today?”라는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생에게도 편하지만 교사에게도 유용하다. 학생을 불러야 할 때, 교사가 직접 반까지 찾아가거나 다른 학생을 통해 호출할 때 전달이 되지 않곤 하는데, 앱앤미는 여기에 착안해 반마다 있는 거울을 통해 학생 호출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교사가 학생을 호출하고 싶으면 웹이나 앱을 통해 호출할 학생의 학년, 반, 이름, 번호를 적으면 된다. 스스미를 개발한 구지원 메이커는 “예를 들어 교사가 호출하면 (스스미에서) ‘2학년 6반 구지원 학생 지금 당장 2교무실 김경호 선생님께 내려가세요’라는 음성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직 교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앱앤미는 현재 재료를 모두 구입해 둔 상태로 추후 스스미를 상용화 및 유지·보수할 예정이다.

이날 앱앤미는 스스미와 함께 날씨 알림 기계 ‘레알’을 선보였다. 레알은 아두이노와 라즈베리 파이, 각종 센서를 사용해 날씨를 알려준다. 구름 모양 기계를 집 창문가에 설치해두면 습도 및 온도를 감지해 지금 날씨를 알려주기 때문에 예보보다 더 정확한 ‘내 주변 날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지원 메이커는 “구경하는 분들이 학생 호출 기능이나 음성인식 기능을 칭찬해주시고, 추가하면 좋을 부분을 피드백해주셔서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스스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을 더 친근하게, 애니베어

애니펜의 ‘애니베어’는 AR 영상 콘텐츠 제작 플랫폼이다. 이번 구글 핵페어에서는 구글의 증강현실 기술인 프로젝트 탱고를 적용해서 AR 영상 촬영 서비스를 선보였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카메라 화면 위에 3D캐릭터를 띄울 수 있는데, 구현할 수 있는 캐릭터는 헬로키티부터 뽀로로 등 다양하다. 이날은 애니베어가 직접 만든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다.

화면이 켜지면 카메라를 통해 지면을 인식시키고, 캐릭터를 고른 뒤 캐릭터의 경로와 행동 반경, 행동 양식, 감정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애니베어의 곰 캐릭터가 뛰어오다가 멈춰서서 즐거운 표정으로 점프를 하는 식이다. 행동과 감정을 표현하는 순서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캐릭터는 사용자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부끄러워하는 등 사용자가 만지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면서 상호작용해 재미를 선사한다.

VR 아티스트 최석영 작가는 VR을 통한 심리치료를 꿈꾼다. 그는 이번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서 심리치유 VR 작품, ‘치유의 숲’을 선보였다. 제주도 곶자왈을 가상으로 구현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관람객에게 심리적 위로를 선물했다.

얼굴인식 출퇴근 기록 시스템을 만든 길형두 메이커는 서비스를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일본 회사에서 써봤는데 다들 지각 때문에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 밖에도 음악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AI 피아노 프로젝트, 근미래 시대에서 자아를 찾으며 싸우는 검투사의 이야기를 그린 VR ‘Rise of the Fallen’, 3D 모델링으로 로봇을 만들어 코딩하고 음성을 학습하는 ‘베푸메이커코딩로봇’, 실내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홈 컨트롤러’, 매일매일의 기분을 체크해 LED 색깔로 한 달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사물’ 등 다양한 메이커들이 구글 핵페어에 참여해 메이커 페어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