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본 한국 스마트폰 시장, “가능성 크지만 문제는 규제”

가 +
가 -

다국적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오범(Ovum)이 15일 해외 통신업계 등 기업고객들에게 보낸 뉴스레터에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잠에서 깨어났다”며 한국 시장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해외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 기회를 노려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는 조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법률적 규제와 한국 이통사들의 전근대적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시장 진입의 장애요인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장애요인도 만만치 않으니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접근하라는 메시지다.

오범은 뉴스레터에서 “아이폰 출시 이후 한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스마트폰을 도입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최근 몇달 동안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해 휴대폰 업체와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했다. 연간 2천만 대 규모의 한국 휴대폰 시장에서 300만 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판매될 것이라는 예측도 담았다.

또한 한국 3대 이통사가 작년 한 해에 쓴 마케팅 비용이 8조6천억 원으로 총 매출액의 24.%에 달하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 스마트폰 업체에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가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매출의 22%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이통사들의 관심이 피처폰보다 스마트폰에 집중되면서 피처폰의 보조금이 줄어들더라도 스마트폰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오범은 특히 해외 스마트폰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위치를 강화하지 못하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한국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 시장에 맞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요청되며 자사 브랜드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또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한국의 이통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며, 특히 자사의 스마트폰 제품이 한국 이통사의 판매 실적과 고객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률적 규제가 스마트폰 시장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게임 사전 심의, 공인인증서 등 최근 모바일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 문제 제기되고 있는 규제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이들 규정이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확산되는데 주요한 장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오범의 뉴스레터는 알카텔-루슨트, AT&T,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해외 유수 이통사와 리서치인모션,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 등 통신업계를 포함해 다수의 기업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오범은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해외 업체들에게 한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한 셈이지만, 그 이면에는 해외 휴대폰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번 리포트를 작성한 오범 코리아의 윌리엄 리 책임 애널리스트는 블로터닷넷과의 전화통화에서 “해외 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에 투자하라고 요청했지만 해외 휴대폰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 원인으로 ▲커스터마이징 이슈 ▲법률적 규제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 한국 이통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꼽았다.

우선 해외 휴대폰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상황과 이통사에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해야 하는데 이때 소요되는 자원에 비해 한국 시장의 크기가 작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 업체의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느니 유럽이나 미주 전역에 맞춰 제작해 한 번에 파는게 훨씬 매력이 있다는 것.

그는 “지난해 4월 위피 의무화 규제가 폐지된 이후 이후 외산 스마트폰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진입 장벽이 없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한국의 여러 규제와 엑티브X, 플래시 등이 유난히 많은 웹 환경으로 인해 외산 스마트폰이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점도 해외 휴대폰 업체의 한국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리 애널리스트가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 이통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다. 한국 이통사는 국내 휴대폰 업체와 이른바 ‘갑을’ 관계로 협상하는 데 익숙해 1년치 라인업을 미리 기획해두고 여러 제조사와 공정하게 협상을 벌이는 해외 이통사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

그는 “한국 이통사가 특정 단말기를 유통하면서 어떤 고객층에 얼마나 팔릴 것이라는 수요예측을 제대로 한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서비스 개발과 전략담당 부서가 힘을 갖고 있는 한국과 달리, 해외 이통사에서는 연간 단말기 라인업을 설계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제조사와 협상을 벌이는 부서가 가장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이통사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글로벌 표준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년치 단말기 라인업을 미리 설계하고 국내 업체, 해외 휴대폰 업체와 동등하게 협상을 벌이는 것이 수익성 증대와 협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휴대폰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여러 종의 외산 스마트폰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작다는 이유를 들어 과거와 같이 간보는 형태로 들어오는 것은 곤란하다. 과거 일부 외산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국내 소비자들은 AS와 업데이트 등 사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충하기 위해 외산 스마트폰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휴대폰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