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B씨] ‘네거티브 규제’ 범위는?…풀러스 vs 서울시 ‘1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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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가 걸렸습니다. 카풀 매칭 서비스인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선택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그에 반발한 서울시가 법적 조치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입니다. 해당 서비스 출시 바로 다음 날인 11월7일 오전, 서울시는 풀러스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서울시의 예상치 못한 속도전입니다. 물론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월 풀러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서비스를 예고한 이후부터 서울시, 국토교통부 모두 지속적으로 불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문을 주고받기도 하고, 7월에는 양측 면담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협의에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빠르게 정면승부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2014년 우버엑스 퇴출 사례 때문으로 보입니다. 협의 단계가 길어질수록 양측의 공방은 빠르게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됩니다. 서울시는 서비스가 이미 출시해버린 이상 재빨리 선제압을 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하지만 과연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선택제가 지금 당장 범인을 찾아야 하는 종류의 이슈일까요.

우버 논란 이후 3년, 우버 대체한다던 서울시의 대안은?

우버 퇴출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2014년 7월, 서울시는 한 가지 대안을 내놨습니다. 우버 앱을 대체하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 서울형 우버택시 앱 개발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버는 아무래도 안 되겠지만, 이용자 편의 중심의 서비스 필요성은 이해한다는 취지입니다. 당시 계획은 기존 콜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흐지부지됐습니다. 이후에는 ‘카카오택시’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택시 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대부분 해냄으로써, 서울시는 별도 앱 개발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교통대책 마련을 위해 제안하는 ‘유사 수준의 앱 개발’은 최근까지도 나오는 얘기입니다. 과연 앱 개발이 된다고 한들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까요? 대안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나 포괄적인 대책 마련만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한한 국가입니다. 이에 일본택시업계는 실증적이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택시연합 주도로 라이드셰어문제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사전확정운임 등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책을 만들어갑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발빠르게 논의를 해갑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단 3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갑자기 ‘우버, 한시적 허용 검토 중’과 같은 소식이 나오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수용자 중심의 교통운영정책 제언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내놓는 입장은 이렇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의 제정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출퇴근 목적의 예외 조항에 대한 풀러스의 해석이 일방적인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합니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현재 대응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닙니다. ‘법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개정 2013.3.23., 2015.6.22.>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2.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허가를 받은 경우”

풀러스는 ‘그럼 법을 바꾸면 되지 않나’고 말하는 겁니다. 무턱대고 입맛에 맞게 정책 운영을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시대 흐름과 산업 환경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형성해달라는 겁니다. 지난 8일, 사단법인 오픈넷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제1차 혁신과 규제 포럼’에서는 카풀 규제 강화 논의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우리를 자유방임상태로 놔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에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현행법 이외의, 새롭게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를 가져가고자 하는 집단이 제도 안에 들어가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11월8일 열린 사단법인 오픈넷·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제1차 혁신과 규제 포럼’ (왼쪽부터)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정보라 <더기어> 객원기자, 김태호 풀러스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정책 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는 이미 정부 측 연구를 통해서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우버 등 카풀 서비스에 대해 ‘수요대응형 교통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정책 연구를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기존의 택시는 언제, 어디서든지 안정적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교통운영체계 교통혁신기술이 정책적으로 추진되지 않아 사장되는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이용자이다.

– 기존의 교통 산업을 교통서비스 산업으로 재정립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가칭)여객자동차운송서비스발전기본법’으로 개정하여 서비스 개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신기술 및 고령화 등 교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교통정책 구현 로드맵 수립-교통혁신기술의 정책구현을 중심으로-, 한국교통연구원, 권영종·황상규·모창환, 2015)

조직된 소수 vs 분산된 다수

그렇다면 이제 어디서 움직여야 할까요. 결국은 정치적 결정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본격적으로 개선할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규제 논란입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있어서 규제 1라운드 결과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제1차 혁신과 규제 포럼’에서 패널로 참가한 강정수 박사는 “중요한 건 사업자가 아니라 이용하는 이용자의 편익”이라며 “지금이야 조직된 소수가 커 보여서 그편을 드는 정책을 하게 되지만,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분산돼 있긴 하지만 다수임을 알게 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풀러스 측 대응에 아쉬운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논란은 풀러스 구성원과 정부 공무원 간의 충돌이 아닙니다. 서비스의 당위성을 조금 더 이용자 중심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논란에서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서울시 측이 주장하는 기존 택시 산업 규모와 풀러스 서비스의 영향이 닿는 시민의 숫자를 비교하고, 앞으로 차지하게 될 규모를 근거로 쓰는 겁니다. 정치와 정책은 표심을 따라갑니다. 앞선 강정수 박사의 말처럼 분산된 다수가 실재함을 알릴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는 시민의 생활을 좀 더 편하고, 안전하고,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시, 국토부, 풀러스 측이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목표입니다. 이것을 기점으로 각자 다른 판단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교통 기술 발전에 따른 충돌은 시대의 변화 때마다 있었습니다. 증기자동차가 인기를 끌던 19세기에는 영국의 마차·철도 사업자가 반발했습니다. 기차로 지역 간 이동이 발전하기 시작하자 심지어 정부에서는 ‘기차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시력과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던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그때도 지금도 ‘시민’을 위한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기술 혁신의 한복판에서 시민과 기술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편의와 안전을 동시에 위하는 일임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여객운수사업법은 처벌 조항이 있는 형사법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률에 명시된 내용으로 위법성이 결정됩니다. 풀러스 측은 “형사처벌의 부담감이 있지만 일단 경찰 조사에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네거티브 규제 1라운드가 범인 찾기 수준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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