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말하는 ‘서비스 저널리즘’이란?

팀 에레라 뉴욕타임스 스마터 리빙 수석 에디터 발표 내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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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느끼는 ‘사회에서 필요한 기사’와 ‘독자가 필요로 하는 기사’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예전에는 전자만 잘해도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어려운 일이 됐다. 격변의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개념이 ‘구독자’이고, ‘서비스 저널리즘’은 이 구독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집중하는 형태를 취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개최하는 ‘2017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의 연사로 나선 팀 에레라 <뉴욕타임스> 스마터 리빙 수석 에디터의 ‘서비스 저널리즘과 수익 다각화 ‘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팀 에레라 뉴욕타임스 스마터 리빙 수석 에디터

종이 광고 수입의 부족분을 디지털에서 메워야 한다

미국에서 종이 매체 광고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시는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지난 10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종이 매체 광고 수입 감소세가 더 가파르게 변했다.

그럼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 디지털 광고 수입은 종이 광고 수입으로 떨어진 부분을 메워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퍼블리셔들은 네이티브 애드, 스폰서, 파트너십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런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광고 수입도 종이광고 수입의 부족분을 메워주지 못한다. 디지털 광고를 과거 종이 광고만큼이나 강력한 기반으로 구축해야 하는데, 이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아직 먼 일이다.

과거의 종이 광고 모델은 근본적으로 와해했다. 미국 신문 산업은 이 구시대의 광고 모델을 토대로 구축됐다.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여러 실험

지난 15년간 <뉴욕타임스>는 독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와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독자에게 더 나은 일을 제공하는 게 돼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통해 종이 광고 상실분을 메워야 한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요리 레시피 앱이나 낱말 퍼즐 등 유료 앱과 유료 상품이 나오고 있다. 매출도 내고 있고 반응도 좋다.

예전에 ‘NYT 나우’라는 기존 뉴스 앱의 축소판과 ‘NYT 오피니언’이라는 독자 의견 반영하는 서비스가 있었다. 여기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을 우리의 코어 모바일 앱에 반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인수한 상품을 추천하는 ‘와이어커터’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와이어커터는 특정 제품을 심층 분석한다. 예를 들어 진공청소기 제품을 추천한다고 했을 때 수십 시간을 들여서 4천-5천자의 심층 구매 가이드를 만들고 그 이후에 제품을 추천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클릭하면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오프라인 이벤트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좋은 연사를 초청해 <뉴욕타임스> 독자와 인터랙션을 하는 좋은 세션으로 구성한다.

‘티브랜드 스튜디오’도 있다. 광고부서 소속이다. 광고주와 파트너십을 통해 광고주들이 구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공해서 제시한다. 큰 성공을 보여줬고,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광고 사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역할을 해줬다.

광고 사업보다는 유료 구독자

사람들이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는 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적다는 걸 발견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자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뉴욕타임스>의 콘텐츠를 읽는 걸 좋아하고, 기고하는 것도 좋아하고, 돈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구독자 우선 사업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광고가 됐든 광고 의존도를 빼고 유료 구독자 기반에 충실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350만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그중 250만명이 종이 에디션을 받아보지 않고 디지털로만 구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수입은 작년 대비 46%가 상승했는데, 3분기 매출 6% 증가를 이끌었다. <뉴욕타임스>의 재무건전성은 수년 전과 비교해서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이 모든 것이 유료 가입자를 우선해서 얻은 결과다. 게다가 최근에 가입한 유료 구독자는 기존 가입자보다 연령대도 낮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그때는 일정 횟수 이상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기 위해서는 유료 가입을 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회사의 전략을 ‘유료 구독자 우선’으로 전환했던 해부터 신규 가입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유료 구독자는 앞으로 우리를 키워주고, 미래에 함께할 대상이다. 지금부터 이 가입자 기반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뉴욕타임스>는 어디로 확장하는가

기존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뉴욕타임스>를 ‘심층 탐사 리포트를 하는 언론사’, ‘국제적인 커버리지를 확보한 언론사’, ‘수상 경력이 우수한 언론사’ 등으로 생각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이상의 큰 그림을 보고자 한다. 여태 해 오던 것은 계속한다. 전 세계 최고의 뉴스 회사라는 위치는 고수하되, 여기에 덧붙여서 ‘오늘 밤 TV에서 재밌는 거 뭐 하지?’, ‘깐깐한 직장 동료를 어떻게 대하지?’, ‘서울에 출장 가는데 뭘 준비해야 하지?’ 같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뉴욕타임스>의 기존 경쟁자는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같은 기존 주류 국제 언론사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경쟁자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경쟁자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HBO, 스냅챗이다. 온라인에서 쓰는 시간을 가져가는 서비스는 모두 경쟁자다. 더 이상 아침 먹으면서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은 없다. 스마트폰에 <뉴욕타임스> 앱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갖 앱이 다 있다. 같은 모바일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미래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독자에게 더 많은 걸 제공해야 한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새로운 콘텐츠 커버리지,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방식의 실험이 있어야 한다. 유통 채널에 의존하는 건 안 된다. 새로운 스토리, 독특하고 강력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인생의 절반만 사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스마터 리빙’

스마터 리빙(smarter living)이란 <뉴욕타임스> 내의 ‘서비스 저널리즘’ 둥지다. 그럼 서비스 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 많은 곳이 서비스 저널리즘을 각자 다르게 정의한다. 우리 정의는 간단하다.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스토리’는 전부 다 서비스 저널리즘이다. 자전거 투어를 시작하는 방법,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 여행용 짐 싸기 등의 스토리를 스마터 리빙에서 보여줬다. 예전의 <뉴욕타임스>가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스마터 리빙을 준비하면서 <뉴욕타임스> 아카이브를 살폈다. 20-30년 전에도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법’, ‘저녁 만찬 준비하는 법’ 같은 생활 정보가 있었다. 스마터 리빙과의 차이는 최초로 이것을 서비스 저널리즘이라는 일관성 있고 결속력 있는 방식으로 행동에 옮겼다는 거다.

처음에는 사이트 내의 작은 박스로 시작했다. 스마터 리빙에서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정보와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독자들이 정말 좋아했다. 엄청나게 예상을 초월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독자는 이런 내용을 중요시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3천자로 쓰는 ‘여행 가방 똑똑하게 싸는 법’

앞서 말한 와이어커터도 그런 방식을 쓰지만, <뉴욕타임스>에서도 주제를 선정해서 깊이 조사해서 쓴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 ‘여행 가방 똑똑하게 싸는 법’을 3천-4천자로 작성한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어느 웹사이트가 여행 가방 싸는 법을 3천자로 쓰겠나.

서비스 저널리즘이 시도되는 곳은 많다. 서비스 저널리즘의 핵심 중 하나는 독자와의 실시간 인터랙션이다. 질문이 오면 바로바로 답을 주는 것도 방식도 쓴다. 오리지널 스토리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만 서비스 저널리즘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NBC>, <워싱턴포스트>, <버즈피드> 등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비스 저널리즘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독자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인식이 있다. 독자의 실질적인 니즈를 충족하고 독자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거다.

내부 연구를 통해 독자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내부적인 검증과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 저널리즘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파악했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알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터 리빙을 구축하고 있다.

  1. 뉴스를 찾아보는 사람들은 서비스 저널리즘의 콘텐츠도 읽고 싶어한다.
  2. 뉴스는 안 읽어도 서비스 저널리즘의 콘텐츠는 보고 싶어한다.
  3. 특히 <뉴욕타임스>가 만드는 서비스 저널리즘의 콘텐츠를 보고 싶어한다.

기꺼이 돈을 내고 싶어하는, 뛰어난 서비스 저널리즘을 만드는 팁

1. 독자에게 귀를 기울여라

서비스 저널리즘을 잘 하려면 독자와의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독자와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말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독자의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서비스 저널리즘이라는 독자 중심적 저널리즘이다. 목표는 독자를 돕는 거다. 특정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든, 정보를 제공하든, 어떤 부분에 대한 생각을 바꿀 계기를 주든 목표는 독자를 도와주는 것 하나다. 그러면 가입하겠다는 독자는 몰려올 거다.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에퀴팩스’의 해킹 사건이 있었다. 사회보장번호를 포함 엄청난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메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독자들이 에퀴팩스 해킹 사건에 대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모았다. 사람들의 질문, 우려 등을 들으면서 대여섯 가지의 스토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우리가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날의 속보를 쫓아 급급해하기보다는 독자의 반응을 가만히 귀 기울여 관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제 하는 에디터가 돼야 한다.

1.5. 검색엔진 최적화 실력 키우기

IT 전문가가 팀원이라면 스토리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행위는 추상적이어야 할 때도 있다. 귀를 기울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독자가 언론사에 직접 이야기하는 게 아니더라도 알아야 한다. 독자가 궁금해하지만, 밖으로 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그 어떤 독자도 ‘초호화판 결혼에 초청받았을 때의 생존법’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귀를 기울여서 해당 기사를 작성했다.

2. 유통 채널 다변화

홈페이지, 기사페이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누가 브라우저에 주소를 적고 이동하겠나. 채널 외부의 독자 발굴이 수익 창출에 중요하다.

우리는 스마터 리빙에 투자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걸 입증하고 싶어서 실험을 계획했다. 우리가 작성한 서비스 저널리즘 콘텐츠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말고 다른 채널에 노출해서 바깥의 독자를 찾으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될 수 있게 최적화를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스토리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독자가 스토리를 읽은 다음 ‘이거 괜찮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페이스북에 올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검색 최적화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안 하면 잠정적인 독자를 놓치는 거다.

다양한 뉴스레터 기회를 찾아야 한다. <뉴욕타임스>에는 데스크별로 6개 정도의 뉴스레터를 운용한다.

다른 언론사와의 파트너십도 좋다. 완전히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상대의 스토리를 우리의 페이스북에 올려줄 수도 있고, 우리의 페이지를 상대가 도와줄 수도 있다. 서로 새로운 독자층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모바일에서 좋아보여야 한다는 거다. 이게 표준이다.

3. 모든 스토리가 ‘스토리’일 필요는 없다.

스토리텔링에서 새로운 포맷과 구조는 일반적인 보도기사가 가질 수 없는 전달력과 영향력이 있다. 예전에 스토리를 채팅방에서 친구와 채팅하는 형식으로 구성해서 실었던 적이 있다. 정말 반응이 좋았다. 꽤 진지하고 심각할 수 있는 스토리를 친구와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하는 게 독자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4. 이상해져라

독자에게 도전하라. 독자는 감당할 수 있다. 나는 날마다 3-4년 전만 해도 <뉴욕타임스>가 안 했을 법한 내용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답지 않다는 저항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자가 목말라 있다면 대응하는 게 책임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 ‘그런 아이디어를 전달할 도구가 없다’는 변명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해야 한다. 우리도 뼈저리게 후회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하는 거다. 자주, 처절하게 실패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변화를 거듭해봤다. 아직 그런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고루하고 갑갑한 회색 머리의 할머니’ 가 아니다. 학습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실수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새로운 스토리 형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의 삶에 이전에는 미치지 못했던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도전은 무섭지만 가치가 있다.

뉴스에 대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야 10년, 20년, 50년 저널리즘 산업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다.

덧. 

– 한국 언론사는 연성뉴스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데?

= 좋은 질문이다. 이에 대해 늘 드리는 답변이 있다. 지금 <뉴욕타임스>는 탐사보도도 하지만 스타일, 패션 같은 분야에서도 많이 인정받고 있다. 쿠킹 앱이 전사를 통틀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힐 정도로 <뉴욕타임스>의 DNA 에는 딱딱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에 라이프스타일 섹션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때 독자가 요구하던 공백을 충족시키고, 광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로가 됐다. 이 영역에 들어오고 싶은 광고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프 섹션을 도입했을 때 업계의 저항이 심했다. 부적절하다, 도저히 할 짓이 못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사랑받는 섹션이 됐다. 스마트 리빙도 마찬가지다. 워낙 새롭기 때문에 저항도 있고 비판도 있다. 와이어커터 같은 사이트에 대해서도 외부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제품 추천 사이트를 인수해서 뭐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10년 후에는 ‘미디어에서 제품 추천을 안 하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상상이 되니?’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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