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가 아니라 디지털 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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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구글 뉴스랩 혁신 포럼이 구글코리아와 <미디어오늘> 주관으로 11월15일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렸다. ‘저널리즘 혁신을 위한 15가지 제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탐사 저널리즘부터 기술 혁신과 저널리즘,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을 다뤘다. 브레인 스낵 세션에서는 기존 언론사에서 실험과 혁신을 맡고 있는 실무자들의 발표시간이 이어졌다. <한국일보>, <CBS 노컷뉴스>, <국민일보>, <중앙일보>의 담당자들이 각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한국일보, ‘클린=안 하는 것’

<한국일보>는 2014년 5월부터 새로운 사이트를 오픈했다. 당시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비리를 저질렀던 사주를 검찰에 고발해서 감옥에 넣고, 체불임금을 담보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옛주주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때였다. 이 과정에서 예전의 디지털 창구였던 한국아이닷컴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새롭게 사이트를 모색하면서 ‘클릭! 클린!’을 내세웠다.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 실장은 “트래픽 0, 바닥에서 시작했다”라며 “다른 메이저 언론사랑은 다르게 해 보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남들이 어뷰징 기사를 만들 때 다양한 실험으로 새로운 독자와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자 했다. <한국일보>는 여타 메이저급 매체 중에서도 빠르게 디지털 전략을 실험했다. 인터랙티브 포맷을 활용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은 지금도 사람들이 찾아보는 에버그린 콘텐츠다. 반려동물 버티컬 서비스인 ‘동그람이’도 ‘언론사가 왜 개나 고양이 이야기를 쓰나’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선점 효과를 잘 누렸다. 네이버와 합작회사를 차려 동물 주제 판을 운영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프란’이라는 영상 콘텐츠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발표자료 갈무리

발표자료 갈무리

깨끗하게 운영하고, 여러 실험을 하고 있지만 당장 트래픽이 올라갔거나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 이희정 실장은 “문 닫고 망했을 수도 있는 매체가 0에서 다시 시작한 셈인데, 디지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수직상승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성독자까진 아니더라도 응원해주는 분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실행했던 ‘반칙 없는 뉴스’는 적극적인 액션의 다짐은 아니다. 독자를 배신하는 행동을 ‘안 하겠다’는 다소 정적인 방침이다. <한국일보>는 다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 전사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단계다. 이희정 실장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 간절함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매체가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최철 <CBS노컷뉴스> SNS팀 팀장

CBS 노컷뉴스, ‘미안한데 니들은 X 됐다’

“왜 제목이 이러냐 하실 텐데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입사한 수습기자는 분명히 언론고시나 이런 걸 통해서, 논술 공부해서 왔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기자 생활에는 (배운 것이)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잡았습니다.”

<CBS 노컷뉴스>는 2015년 1월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조금 늦은 시작이다. 내부에서는 ‘뒤늦게 해서 뭐하냐’, ‘페이스북 망한다던데 왜 시작하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철 <CBS 노컷뉴스> SNS팀 팀장은 “망하더라도 해보고 망하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혼자서 시작하다가 대학생 인턴을 중심으로 ‘씨리얼’이라는 영상 위주의 브랜드도 런칭했다. 지금 노컷뉴스의 페이스북 팬 수는 27만명가량이고, 씨리얼은 15만명 가량이다. 본 페이지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특히 서브 브랜드의 팬 수가 눈에 띄는 수치다. 최철 팀장은 “예전에는 신문이나 방송 매체가 기자와 독자 사이에 있는 줄 알았는데 세상이 바뀌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기자와 독자 사이에는) 디지털만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철 팀장은 “디지털 퍼스트는 다 거짓말이다”라며 “디지털이 센터가 안 되면 모든 것이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사업을 진행하면서 디지털이 중심에 들어오지 않으면 근본적인 디지털 혁신은 요원하다는 판단이다.

노컷뉴스 SNS팀과 씨리얼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센터’로 뛰쳐나왔다. 여전히 내부에서는 ‘이걸 왜 하지? 이게 뉴스인가?’나, ‘아직도 앉아서 페이스북 하나?’라는 시각이 있지만, 조금 더 집중적으로 일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최철 팀장은 “디지털이 센터가 안 되는 언론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발표자료 갈무리

<국민일보>, 주문 생산형 뉴스로 구현하는 ‘서비스 저널리즘’

취재대행소 왱‘은 <국민일보>에서 올해 초 부터 만들어오고 있는 서비스다. 콘셉트는 ‘주문 생산형 뉴스’다. 취재 내용은 기자들이 정하는 게 아니라, 독자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그에 맞는 뉴스를 생산해준다.

다양한 통로로 의뢰를 수집한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쓰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카페나 식당 등에 ‘왱체통’이라는 걸 두고 의뢰를 받는다. 실제로는 왱체통으로 들어오는 의뢰가 많다.

의뢰가 들어오면 왱 팀에서는 <국민일보>에서 해당 영역을 알 만한 기자에게 취재를 요청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다시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 팀장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적인 것들, 개인의 문제의식이 공적인 뉴스로 기사화가 가능하다”라며 “뉴스를 서비스 해드리겠다는 게 우리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만의 ‘서비스 저널리즘’이다.

발표자료 갈무리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많이 들어오면 캠페인을 기획한다. 하나의 뉴스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영상도 만들고, 지면과 인터넷 기사로도 병행한다. ‘대한민국 신입사원 리포트’, ‘강아지가 사람을 사랑하듯’, ‘값싼 식탁 비싼 대가’의 캠페인이 진행됐고, 지금은 청년 주거 문제를 준비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기업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20대 취준생을 위한 서비스 ‘썰리’

“기성 미디어는 젊은 세대, 독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들을 위해서 내놓은 서비스나 콘텐츠가 없다.”

박태훈 <중앙일보> ‘썰리‘ 서비스 기획자 겸 에디터는 “제 또래나 어린 나이의 친구들이 기성뉴스를 보면서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하고, 원하는 걸 찾아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썰리의 기획 배경을 밝혔다. 썰리는 사건의 종합적 이해를 돕는 채팅형 뉴스 서비스다. ‘줄글로 된 기사를 쓰지는 말자’가 썰리 팀의 첫 번째 목표다. 젊은 층에 익숙한 채팅 UI를 활용한다. 친구와 대화하듯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다.

발표자료 갈무리

좀 더 심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정보는 기사 링크, 인물 정보, 도표, 영상, 이미지 등으로 보충하고 설명한다. 20대 취준생을 대상으로 ‘생산성 있고, 가성비 좋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한다. 박태훈 에디터는 “썰리의 목표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신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