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개인이 의료정보 직접 관리하자”

[인터뷰] 고우균·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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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검사’는 병원에 대한 흔한 서사 중 하나다. 누구나 한 번쯤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병원을 옮겼을 때 이미 받은 검사들을 다시 받아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복 검사는 환자의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 또 의사의 진료 능률을 떨어뜨린다. 그런데도 중복 검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료정보가 개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파편화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메디블록은 이같은 현 의료정보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처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창업자인 고우균·이은솔 공동대표는 모두 의사 출신이다. 두 사람은 의료현장 경험을 발판 삼아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접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솔·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

이은솔(왼쪽)·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

개인이 의료정보 플랫폼이 되는 생태계

메디블록은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 의료정보 플랫폼이 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제시한다. 병원이나 정부, 회사가 의료정보를 쥐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관리·통제하는 생태계다. 이때 개인이 가진 의료정보가 진본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투명하고도 안전하게 의료정보를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은솔 공동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라고 말했다.

“내 의료정보가 진본임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증할 수 있다면 내가 직접 내 의료정보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내가 플랫폼이기 때문에 휴대용 의료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같이 모을 수도 있다. 또 국경에 상관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이은솔 공동대표

메디블록 플랫폼이 출시된 미래를 가정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개인은 병원으로부터 전자문서 형태의 의료데이터를 받는다. 이를 메디블록이 만든 탈중앙화된 저장소에 암호화한 상태로 저장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에 대한 해시값을 받아 메디블록 블록체인에 올린다. 의료데이터는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블록체인 밖에 저장하고 해시값만 블록체인에 저장해, 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할 때 진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개인의 휴대용 의료기기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도 똑같이 관리된다. 의료진은 메디블록 플랫폼에 올라온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피할 수 있다.

의료정보 P2P 거래 시장이 열린다

나아가 개인 간(P2P) 의료데이터 거래도 가능하다. 메디블록은 암호화폐 ‘메디토큰(MED)’을 발행해 플랫폼 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다.

메디토큰

메디토큰

플랫폼 참여자는 자신의 의료데이터에 대한 판매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 판매 의사를 밝힌 개인의 의료데이터는 메디블록이 제공하는 검색 시스템에 등록된다. 데이터를 보고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보안 장치가 2, 3중으로 마련된 검색 시스템이다.

의료 연구원은 구글에서 정보를 찾듯, 메디블록의 검색 시스템에서 의료데이터를 검색한다. 검색 결과는 해당 의료데이터의 존재 여부로 표시된다. 만약 해당 데이터가 존재할 경우 연구원은 중앙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주인에게 구매 의사를 알린다. 이때 메디토큰을 보상으로 제시한다. 구매 의사가 있다는 알람을 받은 데이터의 주인은 보상 정도에 따라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판매를 선택하면 스마트 계약이 성사돼, 판매자는 메디토큰을 받고 구매자는 데이터 열람권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의료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에게 자신의 의료데이터 판매 여부를 판단해도 되는걸까. 이에 대해 고우균 공동대표는 “의료정보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 정보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친절히 알려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인이 의료정보를 손에 쥐었을 때, 이것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알 수 없는 암호처럼 적힌 걸 백날 봐야 정보를 누군가에게 넘겨도 될지 판단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메디블록은 의료정보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공하려 한다. 또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메디컬 챗봇이다. 내 의료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챗봇이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다.” – 고우균 공동대표

이은솔(왼쪽)·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

이은솔(왼쪽)·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

“명확한 사용 사례, 1-2년 뒤 나온다”

의료 산업은 블록체인이 도입됐을 때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손꼽힌다. 동시에 도입 속도가 느릴 것으로 점쳐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메디블록이 그리는 새로운 의료정보 생태계는 언제 가능한 걸까.

고우균 공동대표는 “큰 변화가 발생하기까지 최소 5년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메디블록이 쓰이는 시기가 5년 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1, 2년 뒤면 명확한 사용 사례를 한두개 가져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에 한정하지 않고 헬스케어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메디블록이 함께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라고 강조했다.

메디블록은 최근 글로벌 의료기관인 오라클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곧 오라클 환자들의 모든 의료기록이 메디블록에 연동된다. 고우균 공동대표는 “오라클 그룹의 해외 지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자신의 진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은솔 공동대표는 “다른 분야, 특히 빠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되는 금융 분야에선 이미 (블록체인 기술 도입) 경쟁이 심하다”라며 “의료 쪽은 진입장벽이 꽤 있는데,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해외 스타트업은 없느냐는 물음에 고우균 공동대표는 “당연히 있다. 그런데 아시아권에서는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곳이 없다”라면서 “해외 스타트업들과 메디블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요 타깃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메디블록이 퀀텀 블록체인을 선택한 것도 아시아 시장을 타깃팅하기 위해서다. 고우균 공동대표는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라며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게 어려운데, 이를 위해 중국쪽 플랫폼인 퀀텀과 파트너십을 맺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우균 공동대표는 의료 분야에 대한 메디블록의 이해도와 토큰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암호화폐를 가지고 경제 생태계를 굴리는 것을 ‘토큰 메커니즘’이라고 한다”라며 “다른 의료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살펴봤는데, 대부분 추상적인 설명만 있고 우리처럼 명확한 메커니즘을 가진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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