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2017] 동영상의 시대, ‘콘텐츠’ 춘추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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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각 산업엔 언제나 이슈에 대한 기회가 있지만, 올해는 ‘동영상’에 그 기회가 갔다. ‘동영상의 시대’라는 말에 놀란 지 딱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이맘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비디오 퍼스트”를 외치며 동영상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올해 미디어 산업은 ‘급진’보다는 ‘시도’의 한해로 보인다. 눈에 띌 만큼 새로운 것의 탄생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형태는 이미 만들어져 있고, 그 안을 채울 무언가와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누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힘든 시기다. 제아무리 기술력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한들 시류를 헤아리고 대비하는 일은 언제나 힘든 법이기 때문이다.

<블로터>가 2017년 연말을 맞이해 동영상 산업의 1년을 정리해봤다. 전체 성과를 증명하기엔 극히 일부의 내용이다. 지표만으로 드러난 결과로 섣불리 미디어 산업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1년간 산업 트렌드를 읽고, 내년도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제3자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후 이야기는 직접 1년을 뛰었던 플레이어들을 통해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굳건한 1인자 넷플릭스, 승부수 둔 월트디즈니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2017년에도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이어갔다. 넷플릭스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미국 OTT 서비스 가입자 점유율 75%를 차지했으며, 올해 초 전세계 유료 가입자수 1억명을 가뿐히 넘겼다. 1-3분기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과 순수익을 기록했다. 이제 넷플릭스는 영역 확장 그 이상을 생각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제는 가입자 수가 아닌, 수익과 이윤을 살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공개한 스탠다드 요금제 인상안 역시 넷플릭스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넷플릭스는 내년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70억달러, 우리돈 약 7조6천억원 수준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두주자는 트렌드를 만드는 법이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 미디어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욕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거대 IT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마저 미디어 회사를 자처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8년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우리돈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동영상 전용 탭 ‘페이스북 워치’를 공개하고 애플과 비슷한 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미국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던 전통 기업들의 움직임도 급박하다. 주목할 만한 승부수는 월드디즈니에서 나왔다. 월트디즈니는 라이선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것을 예고했다. 또한 방송국, 영화 제작, 뉴스 채널 등을 소유하고 있는 종합미디어그룹 21세기 폭스를 인수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실적 하락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월트디즈니가 과연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과 유튜브 등 이미 플랫폼 기업을 구축한 회사들은 큰 위기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다만 동영상 플랫폼을 둔 사업자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애플TV의 앱 목록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빠졌는가 하면, 아마존 ‘에코쇼’에 구글 유튜브가 콘텐츠 지원을 중단했다가 돌아왔다.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의 재탄생을 꿈꿨던 AT&T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HBO, CNN 등을 소유한 타임워너와 합병을 발표했으나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저지 소송을 당했다.

유료결제에 안착한 지상파 방송, 푹과 옥수수

국내 ‘인터넷 동영상’은 일단 ‘유튜브’를 생각하는 게 기본적이다. 그만큼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청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유튜브는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청 행태 조사에서 PC 45.5%, 모바일 42.8%의 독보적인 시청 비중을 보였다. 네이버TV 플레이어, 곰TV, 페이스북, 푹 등 뒤를 이은 7개사의 수치를 모두 합한 것만큼이나 비중이 높다.

매출에 있어서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순위가 앞섰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쟁점은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다. 지상파TV 콘텐츠 공급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푹’은 국내 동영상 앱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푹은 올해 60만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보유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동영상 유료 서비스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옥수수는 올해 초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공급에 차질을 빚어 한때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재협상에 성공해 KBS, MBC VOD 서비스를 재개했다. 위기 이후 옥수수는 950만명의 국내 최대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지난해에 비해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는 호재를 보였다. 줄곧 실적 위기를 넘지 못한 ‘티빙’은 올해 초부터 CJ 계열 채널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 무료화를 진행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유료 고객 전환율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국내 이용자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OTT 단말기 시장에서도 나왔다. 주요 전략은 결합과 통합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샤오미, 구글과 합작해 ‘텔레비’를 내놓았다. CJ헬로는 푹, 티빙, 넷플릭스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단말기 ‘뷰잉’을 출시했다. 텔레비는 출시 한 달 만에 5천대를 판매하고, 뷰잉 역시 예약판매 1천대를 매진시키는 등 기대를 모았다.

각자 잘하고 있는 라이브 플랫폼, 게임 방송은?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1인 미디어 플랫폼을 빼놓을 순 없다. 2017년 유튜브·아프리카TV·트위치 등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은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았다. 사실 방송 진행자에게는 수익 보장이 가장 좋은 서비스다. 유튜브는 올해 1월 1인 방송 후원 서비스 ‘슈퍼채팅’을 공개했다. 또한 팬이 정기 후원자로 나설 수 있는 일종의 구독 모델 ‘스폰서십’ 제도의 글로벌 테스트를 시작했다. 최근 1인 방송인 ‘김이브’는 유튜브 방송 중 자신의 채널이 VIP 멤버십 베타테스터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밝혀 국내 시청자들에게 VIP 버튼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타급 BJ 이탈’, ‘각종 규제 논란’ 등 바람 잘 날 없는 아프리카TV는 기업 실적에 있어서는 끄떡없이 한 해를 보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대비 모든 분기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 5월 모든 생방송을 무료로 영구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하고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등 BJ와 시청자 모두를 만족할 만한 사업 정책을 이끌었다.

격전지는 게임 방송이다. 트위치는 경쟁자의 실수를 좋은 기회로 전환해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TV의 게임BJ 이탈 당시 트위치는 해당 방송인들을 자사 스트리머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머 이탈을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로 인해 당시 유입된 스트리머 중 다른 방송사 다시 넘어간 경우는 전혀 없다. 트위치는 사업 성과를 공식적인 수치로 제공하지 않지만, 트위치코리아는 2016년 대비 2017년 500%의 트래픽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프리카TV 측은 “자사 게임방송 비율은 약 65%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방송으로 방어에 성공했고, 후반에는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많은 BJ를 유입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2017년 1인 미디어 시장은 광고 영역으로 급격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크리에이터 개인은 이제 본격적인 광고 플레이어가 됐다. 기존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 프로모션보다 더 큰 파급력으로 마케팅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2016년 약 1조900억원 시장규모에서 2019년 약 2조2천억원으로 2배가량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최대 강점은 ‘구매전환율’이지만, 동시에 최대 약점은 ‘숫자’다. 수익과 영향력 간의 숫자 싸움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업계는 집행 비용 비중을 늘려갈 예정이다.

‘연플리’로 성공한 네이버, 아직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가 해외 시장과 명확한 차이점을 보이는 지점은 ‘콘텐츠’에 있다. 압도적인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은 양질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콘텐츠 성공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메이크어스, 72초TV부터 와이낫미디어, 셀레브, 네오터치포인트, 글랜스TV 등 콘텐츠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한 해 스포트라이트는 ‘연플리'(연애플레이리스트)가 받았다.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 160만명, 누적 조회수 3억여건, 주요 음원사이트 OST 차트 석권. 5-10분 안팎의 단 20편으로 거둬낸 성과다. 그만큼 중고등학생들에게 ‘연플리’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사실 ‘연플리’는 네이버 동영상 전략의 한 축이다. ‘연플리’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만든 콘텐츠 제작팀이다. 올해 1월 네이버는 ‘네이버TV’를 통합·출범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강화를 시도했다. 네이버는 ‘연플리’의 성공으로 모바일 콘텐츠 문법에 큰 자신감을 가져가게 됐다.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콘텐츠 제작사들의 끈질긴 고민은 수익이다. MCN 업계를 통틀어 먹고사는 문제를 피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답은 각자 찾는 중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하나의 방향일 뿐 종착역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는 각 제작사의 콘텐츠 가치관에 따라 적용되는 수준이다. 다만 해가 바뀌더라도 브랜디드 콘텐츠의 최종 목표점은 ‘광고’가 아닌 ‘콘텐츠’가 될 것은 확실하다. 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스토리텔링을 기대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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