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웹툰 번역 작가가 될 수 있다, ‘토리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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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업계의 위기는 지금도 가끔 기삿거리가 된다. 과거의 화려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영화·드라마를 우리말로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역할만으로도 성우는 선망의 직업이 됐다. 그만큼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에 대한 힘은 강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능력을 갖게 됐다. 도서 안의 텍스트는 전자책으로 발전했고, 브라운관의 영상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으로 옮겨갔으며, 그림책은 만화책을 거쳐 웹툰 산업으로 정착했다.

웹툰은 사실 한국을 시작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제작 능력과 기술적 환경, 거기에 주요 포털사의 관심이 뒷받침됐다. 만화가 지속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품었지만, 스토리 기반의 만화 콘텐츠는 충분히 원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했다. 웹툰이 본격적으로 산업군으로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는 검증된 웹툰들이 하나둘 쌓였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동시에 생겨났다. ‘좋은’ 웹툰 콘텐츠를 ‘잘’ 전달해줄 방법을 고민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기업 토리웍스도 이런 지점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글로벌로 나가는 것에 대한 확신은 있었습니다. 이미 2, 3년 전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가 웹툰 부분유료화에 성공하면서 수익에 대한 검증 역시 이뤄졌습니다. 그 때문에 웹툰의 미래를 우리나라 시장에 한정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 토리웍스 배수호 대표

토리웍스 배수호 CEO

웹툰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큰 장벽은 ‘번역’이다. 언어에는 문화와 습관이 모두 담기기에, 원본 콘텐츠에서 사용된 톤과 뉘앙스를 그대로 반영한 번역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토리웍스가 생각한 대안은 ‘오픈 번역’이다. 웹툰은 누구나 모바일을 통해 1, 2분 내로 내용을 읽어낼 수 있다는 특이점을 살렸다. 번역 작업에도 비슷한 단계를 적용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자기만의 번역을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 ‘토리코믹스‘를 선보였다.

“웹툰 대사는 주로 실생활에서 쓰이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비속어나 유행어 같은 것들이죠. 테스트로 번역 작업을 거쳐봤더니 전문가들의 번역에 비해 좋았습니다.”

토리코믹스의 시스템은 간단하다. 번역작가로 등록된 누구에게나 작품 번역에 대한 편집권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번역 모드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면 된다. 번역참여자가 말풍선 등 상세한 디자인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적절한 위치와 크기만 맞추면 원본 대사와 적절한 형태로 수정 반영된다. 기존에 외주번역 및 검수, 디자인의 과정을 거쳤던 것이 불필요하다. 웹툰 작품의 번역본이 가장 빠르게 나올 수 있는 방법이다. 5분 만에 읽어버리는 분량의 웹툰 한 편을 번역하는 데 평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 번역 완성도에 대한 의아함이 들 수 있다. 토리코믹스는 자연스러운 번역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품질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토리코믹스 오픈번역 시스템은 번역 품질에 있어서도 자율경쟁 체제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용자 평가에 따른 자동감수다. 독자들은 작품별로 등록된 다양한 번역본 중 인기도에 맞게 작가에게 점수를 부여한다. 그 때문에 재밌고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매출 수익도 그에 비례하게 분배한다.

자료=토리웍스

“음식도 조미료로 2%의 모자란 맛을 채우듯, 번역에도 맛깔스러움이 필요합니다. 기존 번역 전문가들은 오역을 싫어하고 평이하게 번역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9월부터 인도네시아를 테스트베드로 선정하고 서비스를 실시해 가능성을 검증했습니다.”

토리코믹스는 모바일 웹툰 오픈번역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내년 3월까지 18개 언어 80개국 동시 연재를 목표로 한다. 토리코믹스를 통해 웹툰이 연재되면 거의 동시에 전 세계 독자들이 번역 작업에 참여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한다. 더욱 섬세한 번역 작업을 위해 번역작가들이 어려워하는 의태어, 의성어, 속어 등 도움을 주는 이펙트 워드 시스템 ‘토리딕’ 역시 개발 중에 있다.

-번역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건 아무래도 ‘구글 번역’ 아닌가요.

“구글의 번역이 알파고 대국만큼 나오면 아무래도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엄청난 바둑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시킨 덕분입니다. 지금 토리코믹스에 쌓이고 있는 욕, 신조어, 속어 등을 번역한 데이터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번역을 위해 꼭 필요한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죠.”

자료=토리웍스

토리코믹스는 국내 콘텐츠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디지털 전송권 등은 비독점으로 운용한다. 저작권자의 작품이 해당 국가의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막지 않기 때문에 원활한 콘텐츠 수급을 자신한다. 이미 CJ E&M을 비롯한 국내 주요 투자 제작사 10여곳과 작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일본·중국·대만 등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일본 방송사 및 영화 투자 제작사와 손잡고 ‘제1회 한일 공동 웹툰 공모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토리코믹스는 한국에서 탄생한 최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를 꿈꾼다. 배수호 대표는 “토리코믹스는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좋은 콘텐츠 파트너, 전세계 번역 작가들과 함께하겠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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