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당장 세상을 바꾼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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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화두다. 섣부른 낙관과 비관이 쏟아진다. 경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의심을 품고 사안을 보는 ‘회의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

“내가 이 업계에서 가장 회의주의자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의 말이다. 회의주의자를 자처한 그는 국내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들었다. 표철민 대표는 11월29일 <블로터>가 개최한 ‘2018 플랫폼 마케팅 인사이트‘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혁명과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짚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블록체인, 기업의 존재 가치를 묻는다”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이 인터넷보다 더 충격적인 혁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기업들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새로운 흐름에 대응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오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과 만나다가 온라인 매장이라는 새로운 접점이 생긴 사건이다. 큰 변화였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린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모바일 환경이 부상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사이트를 만들어 새로운 환경에 대응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기업들에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보험사가 필요한가? 은행이 필요한가? 유통업체가 필요한가? 기업의 존재 가치를 묻는다.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개인 간(P2P) 직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자연스레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하던 기업들의 입지를 흔든다.

표철민 대표는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론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충분히 없앨 수 있다”라며 “스마트 계약이 발전하면 음악 제작자와 청취자가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연결돼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음악 추천 서비스도 크라우드소싱으로 더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모두 뻥!”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명이 지금 당장 이야기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20년 후를 점쳤다.

“블록체인이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블록체인 솔루션으로 중앙에 있는 원장을 대체한 적이 없다. 변화가 오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시도를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일이다. 은행들은 블록체인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했다.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블록체인 도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으로 중앙에 있는 원장을 건드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표철민 대표는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고 선전하는 것은 대개 로그인 데이터베이스(DB)를 블록체인에 올린 수준”이라면서 “더 중요한 DB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표철민 대표는 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다고 해서 데이터의 무결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DB를 블록체인 위에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DB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데이터 무결성이 깨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센서가 고장날 수도 있고 관리자가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를 조작하는 비용보다 그로 인해 벌 수 있는 돈이 더 크다면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표철민 대표는 “현실의 개입이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완전히 기계적인 계약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법정화폐 대체? 암호화폐의 꿈은 따로 있다”

컨퍼런스 당일 비트코인 가격이 1코인 당 1300만원을 돌파했다. 표철민 대표는 투기성으로 치닫는 암호화폐 열풍에 분명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비트코인을 쓸모없는 거품이라고 치부할 것만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표철민 대표가 말하는 암호화폐의 가능성은 투자 종목으로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암호화폐는 목적에 따라 디자인해 법정화폐의 비효율성, 단점을 보완한다. 특수 목적을 가진 화폐의 등장이다. 가능성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암호화폐가 원화나 달러를 대체할 것인가?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가만있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온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 누구도 암호화폐가 원화나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꿈을 꾼 적조차 없다. 암호화폐가 꿈꾸는 바는 따로 있다. 특수 목적으로 디자인한 암호화폐를 통용해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어떻게 설계해 쓰느냐에 따라 앞으로 매우 재밌는 양상이 발생할 것이다.”

표철민 대표는 ‘행성 간 유니버설 화폐로 쓰이는 암호화폐’를 예로 들었다. 미래 어느 시점, 인류가 화성 등 다른 행성에서 사는 날이 오면 행성 간 화폐가 필요하다. 이때 법정화폐가 아닌, 암호화폐가 행성 간 화폐로서 쓰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암호화폐는 돈이 지구에서 쓰이든 화성에서 쓰이든 이중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행성 간 화폐로 쓰일 수 있다.

표철민 대표는 “이런 소리를 하면 사람들이 ‘미친 소리’라고 한다”라며 “그런데 정말 가능성이 있다. 행성 간 유니버설 화폐가 10년 안에 나올 것인지 나오지 않을 것인지 내기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로는 1등인 한국, 제작자로는…”

표철민 대표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다면 제작에 뛰어들라”라고 충고했다.

표철민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 암호화폐 투자 측면에서는 전 세계 1등이다. 하지만 제작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즉,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판은 “투자 말고는 관심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표철민 대표는 현 상황이 ‘기회’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원화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 세계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표철민 대표는 “전 세계 암호화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국 투자자를 만나면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한국에서 이 산업에 뛰어들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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