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코드커팅

케이블TV의 선을 끊어버리다

가 +
가 -

(사진=flickr.CC BY.nrkbeta)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란 말 그대로 ‘선을 끊는다’는 의미로 방송·미디어 업계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그동안 가정 내에 케이블TV나 위성TV 같은 유선방송을 이용했던 것에서 별도의 선이 필요 없는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해가는 시청 행태를 뜻한다. 이러한 신조어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최근 급격히 변화한 미디어 소비 환경과 관련 있다. 기술 발전으로 각 개인의 디스플레이 환경이 다양화된 것을 N스크린이라고 하는데, 이에 발맞춰 인터넷망을 사용한 각종 OTT(Over the Top) 서비스들이 발전하게 됐기 때문이다. 각자의 환경과 취향에 맞는 서비스 선택이 가능해지자 소비자들은 유선방송의 선을 끊는 사회적 현상을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변화가 한창인 곳도 동일하다. 특히 코드커팅이라는 살벌한 위기 앞에서 미국 최대 케이블 기업인 컴캐스트, 차터 커뮤니케이션즈 등은 전략적 사업 합병 움직임을 보였다. 컴캐스트는 지상파방송 NBC유니버설을 인수했고, 차터 커뮤니케이션즈는 타임워너 케이블을, 통신업체 AT&T는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은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최대 케이블 기업 컴캐스트(사진=flickr.CC BY.Mike Mozart)

코드커팅 현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미국 전통 방송사업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중심에는 현재 미국 OTT 서비스 선두주자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기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의 역할을 점점 대체해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 당시만 하더라도 전체 미디어 시청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관한 비중은 한 자릿수 대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미국 미디어 분야 시장조사업체 라이크만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미국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두 가입자 수 사이에서 코드커팅 수치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기반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통 케이블TV 시장을 얼마나 위협할 만큼 커졌는지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17년 1분기에 미국 총 가입자 수 5085만명을 달성한 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4861만명이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넷플릭스 가입자 수에 추월당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자료=넷플릭스,라이크만 리서치)

현재 코드커팅 현상이 OTT 서비스로 인해 일어나는지 직접적인 수치는 알기 어렵다.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한 사람의 원인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OTT 서비스의 가입자 및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설명한 넷플릭스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콘텐츠 네트워크 기업 라임라이트 네트웍스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의 78.6%가 한 개 이상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그중 2개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률이 50.8%에 달했다. 반면, 리서치 회사 이마케터는 2017년 미국 케이블·위성TV 서비스를 가입한 성인 중 약 33%가 가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이용자 기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 수(자료=라임라이트 네트웍스)

이 같은 미디어 현상이 왜 생겨났는가는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콘텐츠에서 차이가 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가 위주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플랫폼에 이용 가입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언제나 원할 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특히 훌루,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는 기존 방송국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또는 그 이상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너도나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에 힘을 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즐겨찾기 서비스, 맞춤형 추천 시스템 등 부가적인 편리 요소 역시 큰 강점이 된다.

비용 절감은 코드커팅의 핵심 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라이크만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는 월평균 103달러를 지불했다. 해당 가격은 지난 20년간 평균 5.8%의 수치로 상승한 결과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평균 2.2%인 것을 고려하면 유료방송 가입의 경제적 부담은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 베이직 요금제인 월 7.99달러를 비롯해 대부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달에 10달러 내외에 불과하다. 몇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가입한다 해도 유료방송 대비 저렴한 축에 속한다. 이에 대비해 미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불필요한 채널을 삭제하고 주요 시청 채널만 묶어서 판매하는 ‘스키니 번들’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코드커팅의 가장 큰 이유를 ‘가격’이라 응답했다. (자료=라임라이트 네트웍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장점도 있다. TV 시청 중심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대부분 횟수에 관계없이 시청하고 월정액을 지급하는 SVOD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정기구독으로 수익을 충당하는 서비스들은 이용자에게 광고 시청 시간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기존 케이블 방송에서 불필요한 광고 시청을 시간 낭비로 생각했던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이다. 이밖에 과거에 비해 빠르게 개선된 인터넷 품질 향상, 유료 방송에 비해 간단한 설치 장비 등도 코드커팅 현상을 불러일으킨 이유에 속한다.

(사진=플랙스 웹사이트)

글로벌 시장의 경우 코드커팅 현상이 트랜드처럼 확산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자신이 필요한 동영상 콘텐츠나 시청 방식에 대해 맞춤형 상담을 하고, 그에 따른 OTT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컨설턴트도 생겨났다. 또한 <코드커팅닷컴><코드커터뉴스닷컴> 등 코드커팅에 관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매체까지 생겼다. 해당 사이트들은 소비자들의 코트커팅을 지향하며 OT T전문매체라 할 만큼 정보를 제공한다.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코드커팅를 시도하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알맞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하고, 크롬캐스트·애플TV·로쿠 같은 디바이스를 기능별로 소개한다. 또한 안테나, 인터넷 설정법 등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사진=Cord Cutters News 페이스북)

하지만 코드커팅 현상으로 인해 케이블·위성TV 시장에 닥쳐온 위기가 무조건 위험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상생의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콘텐츠 네트워크 기업 라임라이트 네트웍스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성장으로 시청자들이 케이블 방송을 끊는 현상은 수치상 미미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동영상 자체에 친숙한 소비생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케이블방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시청자들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2배 많이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코드커팅이 시장에 제한된 규모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을 때, 미국 전통 방송사업자들의 대응을 앞으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참고 문헌

– 『온라인 비디오 사용 현황 2017 보고서』, 라임라이트 네트웍스 (2017.09.19)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