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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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대세론이다.

2000년대초의 닷컴붐, 그리고 그 버블이 꺼지고 난 뒤에 부활한 IT가 들고 나온 마케팅 슬로건 웹 2.0, 그리고 이제 대세는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그 대세론의 실체는 한 마디로 이것이다.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실체를 앞서와 같이 정의한다는 것이, 스마트폰이 버블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스마트폰’이라는 정의 자체가 모호한 상황이라는 것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아이폰’인가? 어떤 기술적인 스펙을 갖췄을 때 우리는 스마트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혹은 어떤 사회적, 문화적 기준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을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스마트폰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현재의 스마트폰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기대’를 낳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정도 이상의 위험성에 대한 신중함의 근거는 있다. 하버드 대학의 기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 대학의 카르멘 라인하트는 8세기에 걸친 과거 금융시장의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들이 밝힌 버블의 배후는 사람들의 ‘몰림, 쏠림’, 그리고 그에 따른 ‘오만과 편견’이었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들이 믿었던 것은 무엇일까. 냉철한 ‘실체’였을까. 아니면 그들의 믿음 ‘그 자체’였을까.

교훈은 반복된다. 지금과 같이 시장과 사회의 열기가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한 균형 감각의 회복이 필요한 시기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월가에서 멀리 떨어진 오마하로 가서 세기의 거부가 되었 듯이, 크게 되고 싶으면 길게 보기 위해, 남들이 하는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출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중요하다. 대경제학자 케인즈가 말한 그 비이성적 열기, ‘야성적 충동(the animal spirit)을 피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자.

2003년 5월.

당시 미국 IT계는 떠들썩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몇 장 되지도 않는 그 논문은 제목부터 도발적이었다.

‘IT는 문제가 아니다’(IT Doesnt’ Matter). 저자는 니콜라스 카. 그는 말했다. IT는 전세기 ‘전기’, ‘철로’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그 자체로서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 왔다고. 그 이유는 새로운 제품, 기기, 서비스가 등장해도 순식간에 그 것은 사회 전체로 확산이 되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 등에 의해서 IT는 시간이 지날 수록 성능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IT 기술은 나온 지 얼마 안 되서, 곧, 소유하는 것이 경쟁력을 의미하는 ‘독점적 기술'(proprietary technology)에서 그렇지 못한 ‘인프라적 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신하다.

같은 운명은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더 싼 가격에 보급이 될 것이다. 그렇게 스마트폰이, 시장이 커진다는 이야기는, 다시 ‘IT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니콜라스 카의 논리에 따르면 스마트폰 역시 독점적 기술에서 인프라적 기술로 변할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즉, 스마트폰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카도 ‘IT는 문제가 아니다’는 주장을 발표했을 때 그와 비슷한 오해를 받았다. 그리고 한 동안 그는 MS, HP 등 당시 미국 IT계의 거두들이 그의 주장에 반발하는 바람에 중세로 말하면 ‘이교도’, 조선시대로 말하면 ‘사문난적’의 취급을 받았다.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독점적 기술에서 인프라적 기술로, 혁신의 확산(the diffusion of innovation)에 의해서 스마트폰이 혁신의 기수에서 모두의 아이템으로 변화했을 때, 스마트폰의 ‘경쟁 우위’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즉, 기술이나 기기 자체를 소유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이 경쟁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smart)가 아니라 ‘스마터'(smarter)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답은 인간이다. 현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그 동안 닫혀있던 한국 IT의 철옹성을 깨부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극도로 잠재되어 있던 사회와 IT가 융합되어 새로 이루는 세계, ‘소셜 웹’에 대한 한국민의 갈망과 욕구가 그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훈은, 다시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한 경영의 기본이다. 그에 따르면 경영은 상업 행위가 아니다.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도전이자, 예술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요즘 극도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스마트폰도, 트위터도, 아니 그 무엇도 궁극적인 대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IT는 역사의 종말을 맞이한 것인가? 모바일 컴퓨팅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몰입투자하는 것이 답일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역사의 반복되는 교훈을 통해서 통찰할 수 있는 답은 그 같은 인식과 접근은 버블의 발생과 붕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앞서 말한 소비자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기존 산업의 구도를 전복시키는 혁명가들은 늘 먼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봤던 것은 인간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감각이며, 잠재된 수요, 욕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 대한 통찰이다. 스마트폰과 트위터의 열풍에 휩싸여서는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지금은, 그래서, 이 붐에서, 열기에서 떠나야 할 때다.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이보 전진하기 위한 지혜를 갖춰야 할 때다. 생각해보자. 애플은 IT 업계의 초창기 기업이고, 구글 또한 90년대 기업이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팔아서, 구글이 애드센스를 시작해서 위대한 기업이된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그들이 멀리 보고 높이 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기술의 차가 아니라 인식의 차를 생각해보자. 당기 순이익의 차가 아니라, 그들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 지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볼 때, 스마트폰이 문제가 아니다. 그 것은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될 뿐이다. 그 다음 우리는 어떠한 새로운 목표점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아니 창조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더욱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IT인 ‘소셜 웹’, 나아가 다음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것이 우리의 과제다. 기술이 독점적 기술에서 인프라적 기술로 넘어간다는 뜻은, 사실, 그 다음 장은 기술 혁신을 넘어선 사회적 혁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기와 철로가 인프라가 됐을 때, 그 때 우리는 방송과 통신 산업의 발전, 교통과 운송 산업의 성장을 목격했다.

앞으로 더 큰 승부처가 남아 있다. 거기서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이 문제가 아닌 곳에서, 다음의 더 큰 전장을 미리 내다보고 우리 한국 IT가 21세기에 글로벌 무대에서 강호들과 진검 승부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진정한 ‘경쟁 우위’를 지금부터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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