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왜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드냐고요?”

AI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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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

“네이버 클로바의 목적은 스피커를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플랫폼을 잘 구축해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AI)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미래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AI는 한순간에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졌고 이제는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은 AI 스피커다.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KT 등이 AI 스피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단순히 스피커를 팔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AI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난 12월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7 인공지능 국제 컨퍼런스’에서 네이버 클로바 AI 리서치팀(CLAIR, 클레어)을 이끄는 하정우 리더는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과 생태계 선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하정우 리더는 네이버가 AI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에 대해 소개했다.

네이버 클레어팀 하정우 리더

AI가 미래다

네이버는 AI를 자사의 미래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는 사업 부문에서 광고 비중이 가장 크며 ‘라인’ 등 메신저 사업이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네이버의 올해 광고 부문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 하정우 리더는 “네이버가 미래 생존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결과, 머신러닝 전문가들과 콘텐츠, 글로벌 메신저를 보유하고 있으니 AI 플랫폼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창사 이래로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최대로 투자를 하고 있고 5년간 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AI 관련해서 제록스연구소도 인수하고 굉장히 여러가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AI를 어떤 검색과 쇼핑 같은 별도 사업 분야로 보는 게 아닙니다.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네이버의 미래가 관련 AI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기술을 고도화해서 서비스 전체 플랫폼을 변경하는 데 있습니다.” – 네이버 2017년 2분기 실적발표, 한성숙 대표 발언

네이버는 기술 부문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1년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장의 영업 이익보다 미래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I 플랫폼 ‘클로바’는 가시적인 성과물이다. 하정우 리더는 “플랫폼을 잘 구축해서 앱이나 디바이스 파트너,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들을 많이 참여시켜서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게 클로바의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클로바는 지난 5월 앱으로 처음 출시됐으며 이어서 같은 달 말 클로바의 추천 엔진을 탑재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가 나왔다. 8월에는 클로바를 탑재한 AI 스피커 ‘웨이브’가, 10월에는 라인 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AI 스피커 ‘프렌즈’가 출시됐다. 클로바 플랫폼은 네이버가 내놓은 제품 외에도 LG전사 AI 스피커 ‘씽크 허브’, 푸르지오 아파트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약을 통해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 ‘웨이브’

달라지는 음악 서비스

AI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는 음악이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 AI 스피커의 음악 서비스는 기존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정우 리더는 “‘멜론’이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음악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건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AI 스피커의 음악 서비스는) 기존 음악 서비스와 다른 패러다임을 가져올 거라고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로그 분석을 통해 살펴봤을 때도 AI 스피커 사용자들의 음악 서비스 이용 방식은 기존과 다르게 나타났다. 기존에 음악을 들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주로 듣지만 웨이브를 이용할 때는 “노래 틀어줘”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가수보다 장르나 분위기 테마 위주의 음악 서비스 이용이 많았으며 이런 것들보다 그냥 음악을 틀어달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았다. 즉 AI 플랫폼을 통한 음악 서비스는 추천 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웨이브’ 사용자 로그 분석

‘웨이브’ 음악 서비스 장르 이용 분석

서비스 이용 시간대는 오전과 8시 이후의 저녁 시간대에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정우 리더는 이런 사용 패턴에 대해 오전에는 주부가 아이들과 놀면서 동요를 틀어주는 것으로, 저녁 시간대에는 일과 시간이 끝난 후 피로를 풀기 위해 노래를 듣는 것으로 분석했다. 장르별 재생률도 기존과 다르게 나타났다. 네이버 앱을 통해 음악을 들을 때에 비교해 웨이브를 사용할 때 태교 등 기능성 음악과 동요, 클래식, 재즈 장르의 소비가 높게 나타났다. AI 스피커가 주로 가정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웨이브 음악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는 아이유, 엑소, 방탄소년단이 아니다. 영예의 주인공은 바로 핑크퐁이다. 핑크퐁은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로 유명한 동요 콘텐츠 회사다. 기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르게 나타나는 사용 패턴은 AI 스피커에 새로운 방식의 음악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클로바를 똑똑하게 만드는 딥러닝 기술

클로바를 똑똑한 AI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선 딥러닝 등의 AI 기반 기술이 중요하다. 네이버는 딥러닝을 이용해 사진을 주고 해당 이미지에 대한 질문을 주면 AI 모델이 답변을 내놓는 ‘VQA(Visual Question and Answering)’ 기술, AI가 스스로 제품을 분류해 쇼핑몰 카테고리 작업을 단축하는 제품 범주화 기술 등을 개발·활용 중이다.

또 음원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을 자동 추출해주는 AI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미구독자에게 제공되는 기존 1분 미리듣기 서비스보다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저작권 문제 관련 검토 단계에 있다. AI가 자동으로 DJ 믹싱을 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하정우 리더는 이 기술이 내년 상반기쯤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AI 연구자들을 돕는 머신러닝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지난 10월 개발자행사 ‘데뷰’에서 공개된 ‘NSML(NAVER Smart Machine Learning)’은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 플랫폼으로 연구자들이 모델 개발과 데이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NSML은 내년 상반기 중에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현재 AI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람과 사회가 도구에 얽매이지 않고 더 중요한 일에 몰입하게 도와주는 기술인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을 목표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대응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에는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을 연구하는 네이버랩스가 분사했다. 지난 6월에는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연구센터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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