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CEO는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했다”라고 말하며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였다. 잡스의 말대로였다. 멀티터치 스크린의 혁신적인 도입과 앱 스토어의 발전으로 아이폰은 전화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이폰 10주년을 맞은 올해 애플은 이를 기념하는 새로운 아이폰을 소개했다.

애플은 9월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아이폰8’과 ‘아이폰8+’, 그리고 ‘아이폰X(텐)’을 공개했다. Ⅹ은 로마 숫자 10을 뜻한다. 애플은 아이폰X을 두고 “미래가 여기 있다(The Future is Here)”라며 아이폰X이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공언했다.

애플의 새로운 노치 디자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출처: 애플>

베젤도, 홈 버튼도 사라졌다

아이폰X은 아이폰을 둘러싸고 있던 베젤을 걷어냈다. 상단의 ‘노치’ 부분을 제외하면 5.8형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 OLED 패널이 제품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노치에는 적외선 카메라, 투광 일루미네이터, 근접 센서, 주변광 센서, 스피커, 마이크, 7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 도트 프로젝터 등이 탑재돼 있다.

베젤과 함께 홈 버튼도 사라졌다. 최근 ‘베젤리스’ 디자인의 흐름으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홈 버튼을 없애기 위해 이를 후면에 달거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해냈다. 애플은 이와 달리 홈 버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스처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기의 물리적 실체를 없애고 경험만 남는 몰입감을 추구한다는 애플의 목표에 부합한다.

상단 노치 부분은 이렇게 사용된다. 애플은 영상을 볼 때 노치가 거슬린다면 영상을 축소할 수 있게 했다. <출처: 애플>

아래에서 위로 스와이프하면 홈 화면으로 이동한다. 멀티태스킹은 위로 스와이프해서 중간 지점에서 잠깐 멈추면 되고, 아래로 스와이프하면 제어센터가 열린다. ‘시리’는 측면 버튼으로 소환할 수 있다. 애플은 “앞면 전체가 화면인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늘 추구하던 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X과 아이폰8·8+의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출처: 애플>

화면에는 주변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화면 색온도를 조절해주는 ‘트루 톤’ 기능이 더해졌다. 제품 후면은 유리 재질로 만들어져 무선충전 기능(Qi 방식)을 어렵지 않게 구현하게 됐다. 생활 방수 및 방진 기능도 지원한다.

얼굴로 잠금 해제하는 페이스아이디

‘터치아이디’는 사라지고 ‘페이스아이디’가 새로이 나타났다. 아이폰X은 트루뎁스 카메라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얼굴을 암호화하고 잠금을 해제한다.

사용자가 응시해야만 화면이 열린다. <출처: 애플>

노치 오른쪽에 있는 도트 프로젝터가 3만 개 이상의 IR 도트를 얼굴에 투영해 사용자의 얼굴 지도를 만들면, 적외선 카메라는 얼굴의 도트 패턴을 판독하고 데이터 일치 여부를 확인해 사용자를 인증한다. 본인이 직접 눈으로 응시하는 경우에만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적외선 센서가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얼굴인식이 가능하다. 조명 환경에 따라 페이스아이디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얼굴 깊이를 측정해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이나 가면을 이용한 해킹은 통하지 않는다. A11 바이오닉은 머신러닝을 통해 얼굴의 변화를 정밀하게 감지한다. 터치아이디를 통해 지문인식으로 결제를 했듯, 얼굴인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여행을 갈 때 이것저것 챙길 필요 없이 나 자신이 신분증인 동시에 결제수단이 되는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이 ‘페이스아이디’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아이디는 어두운 곳에서도 얼굴을 인식한다. <출처: 애플 라이브 영상 갈무리>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은 “이 방법(페이스아이디)은 우리가 앞으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고 우리의 민감한 정보들을 보호할 방법”이라며 보안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플은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해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얼굴 데이터를 칩셋 내부 보안 공간(Secure Encluve)에 저장한다. 또한 iOS11에서는 아이폰을 새로운 기기와 연결할 때 암호를 반드시 입력하게 된다. 생체인증을 비활성화하고 암호 입력으로만 스마트폰을 열 수 있게 하는 ‘SOS 모드’도 추가됐다. 강제로 아이폰을 열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사진으로 얼굴의 3D 모델을 만드는 과정 <출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컴퓨터공학과>

그러나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생체 데이터는 가장 안전한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증 수단이기 때문이다. 비밀번호는 바꿀 수 있지만 생체 데이터는 유출되더라도 바꿀 수 없다. 단 한 번의 유출도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일말의 가능성을 모두 세심하게 따지고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8의 홍채인식 기술을 ‘가장 안전한 생체 보안 기술’이라며 선보였으나 독일 해커단체 카오스컴퓨터클럽(CCC)에 의해 곧바로 해킹당했다. 이 단체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이용해 해킹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보안 솔루션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카오스컴퓨터클럽이 갤럭시S8의 홍채인식 기술을 해킹하는 장면 <출처: 유튜브>

애플의 얼굴인식은 더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문이나 홍채보다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원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얼굴 사진으로 3D 모델을 만들어 얼굴인식 애플리케이션 5개를 해킹해 보였다. 성공률은 55%에서 85% 사이였다.

가족, 쌍둥이 등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아이폰X을 열려고 할 땐 어떻게 될까? 지난 2017년 11월 14일(현지시간) <더버지>는 10살 소년이 그의 엄마의 페이스아이디를 잠금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서로 닮은 가족 구성원이라면 페이스아이디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플은 페이스아이디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해두었다.

전체 인구 중 임의의 한 사람이 나의 iPhone X을 보고 Face ID를 사용하여 잠금을 해제할 확률은 약 1,000,000분의 1입니다(Touch ID의 경우 50,000분의 1). 더욱 강력한 보안을 위해 Face ID는 얼굴을 5번까지만 일치시킬 수 있도록 제한하며 그 이후에는 암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13세 미만의 어린이 중 사용자와 얼굴이 닮은 쌍둥이 및 형제 자매의 경우 뚜렷한 얼굴 특징이 완전히 발달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통계적 확률이 다릅니다. 이 문제가 우려된다면 암호를 사용하여 인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출처 : 애플

가상의 세계로 내딛는 발걸음

‘포켓몬GO’를 기억하는가. ‘포켓몬고’를 해본 적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증강현실에 익숙할 것이다. 말로만 듣던 증강현실(AR)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경험이었다. 유행은 짧았지만 이는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포켓몬고’를 해본 적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증강현실에 익숙할 것이다.

가상현실(VR)은 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과 차단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때 별도의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건 기술을 접하는 데 있어 큰 진입장벽이 된다. 이 때문에 애플은 가상현실보다는 증강현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구현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것처럼 증강현실 경험은 일상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면서 생활 속의 증강현실을 강조해왔다.

애플은 증강현실에 배팅했다. <출처 : 애플>

애플은 아이폰X에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담았다. 아이폰X의 카메라는 증강현실 경험을 위해 맞춤형으로 조정된다. 정확한 동작을 인식하기 위해 성능이 향상된 자이로스코프 및 동작 가속도계가 탑재된다. A11 바이오닉은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가 실시간 빛을 예측하는 동안 60fps의 속도로 전방위 추적, 장면 인식 및 그래픽을 처리한다. 개발자는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2017’에서 밝힌 것처럼 iOS11의 증강현실 키트를 활용해 앱을 만들 수 있다.

애플이 발표한 애니모티콘은 스마트폰을 통해 얼굴 근육을 인식, 이모티콘에서 이를 구현하는 기능이다. <출처: 애플>

애플은 아이폰X와 함께 애니모티콘(Animoji)을 발표했다. 전면부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 표정을 읽은 후, 그것을 기존 이모티콘에 투사하는 기능이다. 이모티콘이 나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한 ‘아이콘’이라면 애니모니콘은 이용자의 얼굴 근육을 분석해 이와 동일하게 움직이는 3D 포맷을 만들어낸다. 얼굴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전면 트루뎁스 카메라가 있어 가능한 기능이다. 이 기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페이스북은 올해 개발자 행사에서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며 가상현실 속 소셜 네트워크 공간을 소개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현실의 나를 대신하는 일종의 커스텀 캐릭터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된다. 훗날 페이스북 스페이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내 표정과 얼굴 근육을 그대로 옮겨주는 아바타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모습도 애니모티콘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하드웨어 속으로

과거 스티브 잡스는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애플 스스로 실리콘 CPU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제품, 소프트웨어인 iOS,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칩셋까지 애플이 통제할 수 있어야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애플은 시리와 같은 소프트웨어 AI에 이어 하드웨어에도 AI를 적용해 제품의 완벽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아이폰X은 기기 스스로 사용자 스마트폰 패턴을 학습해 효율을 높여주는 인공지능 칩셋 ‘A11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출처: 픽사베이>

아이폰X에 탑재된 A11 바이오닉 칩은 이른바 ‘AI 칩셋’이다. 기기 스스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학습하고 그에 맞춰 효율을 높여준다. A11 바이오닉 칩의 신경 엔진은 6코어와 43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추고 있으며 초당 6천억 번의 연산 속도로 머신러닝을 수행한다. 작업 성격에 따라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를 구분해서 지능적으로 전력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6개 코어를 모두 연결해서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면 기기가 알아서 최적화를 해준다는 의미다. 배터리는 아이폰7보다 최대 2시간 더 오래간다. 또한 사람, 장소, 물체까지 인식한다.

 

※ 참고 문서

– 이기범, 『‘갤럭시S8’ 홍채인식 뚫렸다』 (블로터, 2017.05.24)
– Andy Greenberg, 『APPLE’S IOS 11 WILL MAKE IT EVEN HARDER FOR COPS TO EXTRACT YOUR DATA』 (Wired, 2017.09.11)
– 권도연, 『‘아이폰X’에 들어간 새 이모지, ‘애니모지’』 (블로터, 2017.09.13)
– 한수연, 『얼굴로 잠금해제…아이폰X ‘페이스아이디’ 보안성은?』 (블로터, 2017.09.14)
– Lance Ulnanoff, 『Inside the creation of Apple’s A11 Bionic chip』 (mashable, 2017.09.14)
– 애플, ‘아이폰X’
– Brad Stone, Adam Satariano, and Gwen Ackerman, 『The Most Important Apple Executive You’ve Never Heard Of』 (Bloomberg,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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