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돕는 기술 공모전을 왜 변호사가 주최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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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엔 오늘도 수많은 행사가 열린다. 기업, 정부, 비영리단체 등이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 가운데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공모전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기술·디자인 공모전이다. 이름하여 ‘디테크 기술·디자인 공모전’. 주제도 주제이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주최 기업이다. 로펌이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어쩌다 기술 공모전을 직접 주최하고 나섰을까? 여기에는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조원희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조원희 변호사는 오랬동안 기술 그리고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다.

컴퓨터 공부방 운영자가 장애인 차별 금지를 외치다

조원희 변호사는 흔히 말하는 얼리어답터다. 대학교 시절부터 용산을 돌아다니면 조립컴퓨터를 만들었고, 남들은 손으로 보고서를 쓰던 시절 도트프린터를 구해 과제물을 인쇄하곤 했다. 조원희 변호사는 “사회가 빨리 변화해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라며 “나도 그 변화에 발맞추고 싶어 기술을 자주 들여다보았다”라고 밝혔다. 기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사법시험을 합격한 이후 연수원에서도 이어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인터넷이 막 보급하던 시절 조원희 변호사와 뜻이 맞던 연수원 동기들은 함께 컴퓨터 공부방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소외계층 아동에게 컴퓨터를 알려줬는데, 참가자 중에는 유독 장애인 아동이 많았다.

“그때가 한창 다음 카페가 유행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오프라인 컴퓨터 공부방 외에 온라인 카페도 개설했죠. 그랬더니 가입자가 6천명이 넘을 만큼 많이들 접속하시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사람이 많아졌는데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마침 그때 자원봉사자나 교사분들 중에 장애인분도 많으셨거든요.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례 장애인을 위한 일을 더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조원희 변호사 겸 법무법인 디라이트 공동설립자

이후 조원희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운동에 적극 나섰고, 이후 실제로 차별 금지법이 제정됐다. 이후엔 크고 작은 법률 제정 혹은 관련 소송으로 장애인을 돕고, 장애계쪽 네트워크도 생겼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공모전이었다. 법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기술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생각은 2017년 봄 더욱 구체화됐다. 조원희 변호사가 막 디라이트라는 로펌을 공동 설립하고 난 뒤였다.

“디라이트 법무법인 이전에는 태평양 법무법인에서 16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17년 3월 퇴직한 뒤, 사회 기여에 관심있는 분들과 합심해서 디라이트를 만들었죠. 수익이 생기면 좋은 곳에 많이 나누자는 목적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었어요. 비용을 낮춰 젊은 기업을 만나는 것도 해보고 싶었거든요. 기술과 결합된 서비스나 플랫폼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싶었고요. 이번 ‘디테크’ 공모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미국 특허까지 지원해주는 장애인 기술디자인 공모전

디테크 공모전은 장애인을 위한 기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분야는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트랙은 아이디어 부문이다. 대학생, 일반인 등 기술 개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구현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참가할 수 있다. 응모자는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두 번째 트랙은 시제품 이상 있어야만 지원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나 창업가에게 적합한 부문이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이 착용하는 로봇, 시각장애인을 위한 칩같은 기술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디자인 혹은 아이디어도 모두 디테크에 제출 가능하다. 우승자에게는 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상금이 주어진다. 대상팀에는 미국 로펌 및 한국 로펌으로부터 특허 출원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조원희 변호사는 디테크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함께 할 전문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시도하는 공모전이기 때문에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시너지가 날지 몰랐던 것이다. 주최자나 후원자를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오랜 리서치를 통해 주최기관에는 디라이트 외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 MYSC, 프리즘이 참여했다. 후원기업에는 JYP엔터테인먼트, 순천향대학교, 와디즈, 미국 로펌 피쉬앤리차드손, 리&목 특허법인, 루트임팩트, SOPOONG, 한국디자인진흥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참여했다. 조원희 변호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 기술 디자인에 관련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나아가 미래에 주최나 후원에 참여할 분들도 더 찾고 논의하고 싶다”라며 “향후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 기술 디자인 관련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테크 기술 디자인 공모전 홈페이지

☞JYP엔터테인먼트가 후원기업으로 참여하면서 트와이스가 직접 디테크 홍보 영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디테크 공모전 접수는 1월21일 24시에 마감된다. 접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위원이 서면 심사를 거쳐 본선 발표자를 뽑아 통보할 예정이다. 본선 참가자는 현장에서 발표를 진행해야 하고, 발표 당일 최종 수상자가 정해진다. 심사위원은 기술, 투자, 장애인 지원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심사위원원들은 제출 아이디어 및 기술이 장애인 삶에 도움을 실질적으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이다. 제출된 아이디어가 사업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지도 평가한다.

“장애인을 돕는 기술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훨씬 쉽습니다. 장애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나라마다 다른 게 아닐 테니까요. 공모전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해외시장에 더 쉽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디테크로 참여자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선순환의 장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기술에 깊숙히 들어온 법률 서비스

현재 디라이트 자리잡은 곳은 디캠프, 스타트업 지원센터다. 변호사 사무실 위치로는 조금 독특하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기업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엔 스타트업도 포함된다. 디라이트 고객은 크게 기술 기반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뉜다. 조원희 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변호사가 기술 기업과 일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지만 요즘은 다르다”라며 “변호사 가운데 이공계 전공을 한 분들도 많고, 기업 운영 과정에서 변호사가 할 역할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디캠프 센터 입주 기업 간판. IT 기업과 함께 디라이트도 입주해 있다.

기술 기업들은 어떨 때 변호사를 찾아갈까? 특정 소송을 의뢰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한다. 그보다는 기업이 처음에 만들어지고 자리잡을 때까지 변호사 자문을 많이 받는 추세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받으려 할 때, 기술을 특허나 법적으로 보호하고 싶을 때, 합작법인을 만들거나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갈때 변호사의 지원이 많이들 필요하다고 한다.

디라이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술 내재화 및 투자도 적극적이다. 내부에는 개발자도 따로 존재하고, 블록체인 기반 계약서도 관심을 두고 만들고 있다.

“법률 서비스중 일부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 변호사들이 이 부분을 궁금해하고 동시에 염려하고 있지요. 하지만 변호사가 지원해야 할 부분도 계속 남아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을 구분하고 어떻게 재배치할지 고민할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기술로 대체되더라도 사회적인 약자를 돕는 식의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라이트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이고요.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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