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카오 미니는 인공지능 ‘스피커’다

2018.01.16

카카오와 하드웨어, 언뜻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카카오에도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카카오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카카오 안에서 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 로드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카메라나 카카오 서버를 위한 하드웨어 등을 만들어왔다. 이들이 ‘바깥’에 알려지게 된 건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장은석 카카오 AI부문 디바이스 사업 파트장은 “(팀원들) 식구들이 이 사람이 무슨 일 하는지 몰랐다가 카카오 미니 때문에 ‘아, 이런 일을 하는구나’ 알 수 있게 됐을 것이다”며 웃었다.

카카오 미니를 만든 장은석 AI부문 디바이스 사업 파트장

카카오는 지난해 9월18일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 예약판매를 실시, 예약 판매 물량 3천건을 38분 만에 완판했다. 관심은 뜨거웠다. 2017년 12월 첫 주까지 3개월여 만에 8만여대를 판매했다.

인기는 카카오의 피규어와 멜론 1년 스트리밍 이용권의 파격적인 할인 덕분이었다. 현재 카카오 미니는 주로 음악재생용으로 쓰이고 있다. 아직은 AI 스피커 중 스피커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 미니를 설계할 때 이 점을 고려했다. 카카오 미니를 만든 장은석 파트장은 “현재 시점에서 미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멜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비슷한 가격대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보다는 좋은 소리를 내보자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원음 최대한 살리는 전략 

AI 스피커는 일단 확산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쓸수록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저렴한 가격대로 설정해야 한다. 값싸게만 만들면 ‘스피커’의 매력이 차감된다. 가격 대비 성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지름길은 있다. 원음 그대로 소리를 안 내고 베이스를 더 강화시키면 값싼 스피커가 비싼 스피커‘처럼’ 들리게 된다. 이를 두고 장은석 파트장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비유로 들었다. 고기의 품질을 숨기기 위해 ‘양념’으로 맛을 위장하는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카카오 미니는 원음과 최대한 유사한 소리를 내는 방향을 택했다. 장은석 파트장은 “하드웨어 튜닝으로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시간 관계상) 멈춰야 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가형 이어폰을 쓰다 보니 음악 만드는 사람들도 안 좋은 스피커에서 소리를 다르게 내기 위해 저음역대, 자극적인 주파수를 계속 내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많은 숫자 판매하게 되면 우리 스피커로 음악 듣는 사람은 안 좋은 스피커 듣고 이 음악은 왜 이래?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카카오 미니의 크기는 가로 76.6mm, 세로 110.2mm다. 손바닥 한 뼘 정도 길이로, 국내 출시된 스마트 스피커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무게는 390g으로 한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다. 카카오는 카카오 미니가 실생활에 편입됐을 때, 어디서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작은 크기, 패브릭 소재를 차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크기가 작으면 저음 영역대의 소리를 출력할 때 불리하다. 보완책으로 카카오 미니는 내부 스피커 유닛을 고정형태로 뒀다. 음향기기는 ‘울림통’이 중요한데, 카카오 미니를 탁자에 두면 탁자에 전달된 진동이 모자란 울림통을 보완한다. 나무탁자 위에 올려 둘 경우 2~3데시벨(db)까지도 소리를 올릴 수 있다.

소리가 작지 않냐는 질문에 장은석 파트장은 “한국의 28-30평 아파트 거실 크기를 생각하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도 안 듣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 정도 크기, 이 정도 소리면 한국 가정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아파트 거주 인구가 많아 소음공해에 민감한 국내 실정상, 거실에 두고 쓴다 해도 낼 수 있는 볼륨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패브릭 소재를 쓴 것도 가구와의 조화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제품 양산을 고려하면 패브릭을 차용하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다. 금형에 넣고 바로 제작할 수 있어야 생산량을 높일 수 있고 품질관리도 수월하다.

크기, 소재에 대한 평가는 사용자의 몫이다.

왜 콘센트를 꽂고 써야 하나

카카오 미니를 쓰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항상 콘센트에 꽂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포터블 스피커가 더 익숙한 시대,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스피커가 유선 연결 필수라니. 사용자들도 불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장은석 파트장은 카카오 미니의 인공지능을 들어 문제의 답을 해설했다. “카카오I(아이)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믿음을 주려면 동일 위치에서 계속 믿음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것.

AI 스피커는 언제든지 사용자의 요청에 대답해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모델이 들어가면 배터리 상태로 두고 충전을 안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가령 매일 아침 7시30분에 알람을 설정했는데 그 시간에 전원이 꺼져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셈이다. 그는 “카카오는 AI 스피커엔 항상 커넥티드된 환경이 더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AI 스피커는 사용자가 호명할 때까지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전력이 소비되고, 금방 배터리가 닳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이동형 스피커에 대한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다. AI 스피커를 저전력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장은석 파트장은 “옮기고 싶은 니즈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저전력 모드로 AP를 쓴다거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끄듯 리스닝 모드만 꺼두는 식의 기술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미니 초기에는 블루투스 출력인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내부에서도 의견의 충돌이 있던 지점이었다. 카카오 미니 사용자의 절대적 과반수가 멜론 사용자인데, 블루투스를 카카오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출시 후 사용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응하게 됐다.

한편 카카오 미니 ‘품절대란’이 벌어지면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일부러 카카오 미니의 물량을 적게 풀어 품절을 유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장은석 파트장은 “소프트웨어 회사라 플레이스토어에 올려 놓으면 알아서 (판매되곤) 한다”라며 “하드웨어는 재고가 생기니 공장 늘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생산성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카카오 미니의 도전과제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스피커가 효용성 있는 물건이라는 걸 증명하는 시기다.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AI스피커가) 더 편리하고 가치 있단 것을 담는 기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그런 기간이 될 거다. 제품 자체의 가치를 좀더 높이는 그런 접근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