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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에어’ 10년, 요람에서 무덤까지

2018.01.16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는 서류봉투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주인공은 ‘맥북에어’다. I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장면 중 하나다. 맥북에어는 노트북의 새 시대를 열었다. 맥북에어가 준 충격은 10년 뒤인 지금까지 노트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든 노트북 제조사들이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달려들었다. 초슬림, 초경량화 노트북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는 맥북에어의 10주년이다. 애플은 2008년 1월15일(현지시간), ‘맥월드 2008’ 행사에서 맥북에어를 공개했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8형 혹은 11형의 작은 화면 크기에 불구하고 두께는 2.5cm, 무게는 1.36kg에 육박했다. 대부분은 풀사이즈 키보드를 탑재하지도 않았다. 반면 맥북에어는 13.3형의 화면 크기에 두께는 1.9cm로 줄였고 무게는 1.36kg을 유지했다. 가장 얇은 부분의 두께는 0.4cm 수준이다.

10년 전 맥북에어의 두께는 지금도 얇은 편이다. 당시에는 혁신 그 자체였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고 공언할 만했다. 맥북에어의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는 당시 가장 얇은 노트북 중 하나였던 소니 ‘바이오TZ’ 시리즈의 가장 얇은 부분보다 얇았다. 비결은 쐐기형 디자인에 있다. 옆면을 봤을 때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쐐기 모양 디자인은 맥북에어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지금은 흔한 디자인이지만, 10년 전 노트북은 대부분 두께가 균등한 편이었다.

‘맥북에어’의 첫 등장 (출처: 플리커, George Thomas, CC BY 2.0)

또 애플은 얇은 두께를 위해 CD롬 드라이브를 제거하고 포트 수를 줄였다. 맥북에어는 USB2.0 포트 1개, 마이크로 DVI 포트 1개, 3.5파이 이어폰 잭 1개가 미니멀하게 달려있었다. 이 포트들은 자석으로 열리는 도어 속에 숨겨져 있다. 또한 멀티터치 트랙패드, 풀 사이즈 키보드, SSD 저장장치가 탑재됐다. 얇고 가벼운 맥북에어는 지갑도 가볍게 만들었다. 가격은 1799달러(약 191만원)부터 시작했다. 성능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맥북프로와 같은 가격대였다.

노트북 시장을 압도했던 맥북에어는 경쟁사의 추격으로 예전과 같은 위용을 갖고 있진 않다. 두께가 얇다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되자 맥북에어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갔다. 맥북에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시리즈 등 선택지가 늘었다. 애플은 2013년 이후 새롭게 설계된 맥북에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성능상의 소소한 변화만 있을 뿐이다. 현재 ‘에어’가 붙지 않은 일반 맥북의 두께는 1.31cm로 1.7cm인 맥북에어보다 얇아졌다. 사실상 맥북에어에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 셈이다. ‘아이패드 에어’ 제품군이 사라진 것처럼 맥북에어가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