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웠다.

밤새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고 겁을 줬다. 새로 산 핸드메이드 코트를 입으려고 며칠을 별렀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시베리아 찬바람이 멋 부린 온몸을 세차게 때렸다. 덕분에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이튿날 하늘.

제주는 볕이 좋았다. 2박3일 짧은 여행에 맞는 카메라를 찾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캐논의 미러리스 카메라 ‘EOS M100’을 쓰게 됐다. 독자의 데이터 보호를 위해 사진은 저화질로 변환했다.

숨은 고양이 찾기. 고양이 세 마리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메라를 항시 지참할 것. 많이 보고, 또 많이 찍을 것. 카메라를 제 몸처럼 여기려면 마음에 꼭 들거나 가지고 다니기 편해야 한다. 나는 무거운 DSLR 보급기를 들였지만 모처럼 외출할 땐 가지고 나가기 부담스러워서, 여행할 땐 가지고 다닐 짐이 많아서 두고 다녔다. 결국 집에 있는 카메라엔 먼지만 잔뜩 쌓이고 있다. 여태 사진이 늘지 않은 이유다.

캐논의 EOS M100은 약 266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가 간편하다. 배터리 팩과 메모리 카드를 포함해도 302g정도에 두께는 35.1mm다. 손이 작은 편인데 한 손에 잡았을 때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손이 큰 사람에겐 불편할 듯했다.

여행용으로 가져간 에코백에 넣고 다녔고 여행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크로스로 메고 다녔다. 우습게도 카메라를 달고 다니고 있다는 걸 가끔 잊었다. 초급자의 일상 스냅용으로 적절한 사이즈다.

전작 M10처럼 페이스 커버 7개를 별도구매해 취향껏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세트 가격은 5만원. 쉽게 디바이스에 질리는 사람이라면 투자할 만하다. 나라면 따로 커버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EOS M100에는 풀터치 LCD가 달려 있어 내가 뭘 찍는지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손톱 크기 뷰파인더를 보고 사진을 찍는데, 처음에 미러리스로 사진을 배우면 그게 영 어색하고 어렵다. 보고 찍는 게 맘 편하다. 터치식 액정이라 조작은 직관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듯 사진 설정값을 터치로 슥슥 조절할 수 있다. 틸트는 180도까지 돌아간다.

하지만 다이얼을 돌려 간편히 조작하던 것도 손으로 터치해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DSLR을 사용하던 사용자에게는 터치식 액정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하나 거슬렸던 점.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듯 초점을 잡기 위해 피사체를 ‘터치’했더니 그대로 사진이 찍혔다. 카메라를 처음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존의 습관으로 인해 걸리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았다.

카메라 리뷰에는 꽃 근접사진이 필수다. 저화질로 저장해 선명도가 다소 떨어진다.

동백꽃 앞에 서서 동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화면은 내가 볼 수 있게 올렸다. 스스로 잘 나오는 ‘각’을 조절한 뒤 찍어 달라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 EOS M100뿐만 아니라 미러리스 카메라는 대개 셀카 촬영을 위해 180도 돌아가는 화면이 달려 있다. 성공적인 사진은 미러리스 구매욕을 약간 자극했다.

‘손맛’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셔터를 누를 때 ‘찰칵’하고 손끝에 감기는 느낌을 두고 손맛이라 하는데, 미러리스에겐 그런 재미가 없다.

클로즈업, 음식, 스포츠, HDR 역광 보정, 삼각대 없이 야경 촬영 등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기능을 누르면 별도의 조작 없이도 상황에 맞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초보자가 셔터 스피드나 조리개를 조작하느라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 아래는 기본 렌즈로 촬영한 사진.

가족들은 조작법을 익히기 쉬운 M100을 마음에 들어했다. 나 또한 만족했다. 가족에게 카메라를 맡기면 결과물에 상심할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EOS M100은 약 2420만 CMOS APS-C사이즈 센서와 최신 영상 엔진 디직7을 적용했다. 캐논 DSLR과 동일한 듀얼 픽셀 CMOS AF(자동초점)도 지원하는데, 위상차 AF로 작동돼 피사체 위치를 파악하고 초점을 맞춰준다.

위 영상은 제주도 이중섭 거리에서 찍었다. 4K 영상을 지원하지 않는 건 아쉽지만 풀HD 60프레임 영상도 나쁘진 않다. 손떨림 방지 기술인 콤비네이션 IS 때문에 영상을 찍었을 때 흔들림이 적다. 스마트폰의 손떨림 방지 기능과 더불어 짐벌에 익숙해져 있다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ISO감도는 25600까지 지원된다. 야경이나 어두운 실내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참. 욕심을 부려 기본 렌즈 외에 EF-M 22mm렌즈를 추가로 들고 갔다. 22mm렌즈는 조리개가 밝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여행에 렌즈를 챙겨가는 건 수고로운 일이었다. 그다지 필요성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홀로 간 여행이었다면 놀멍쉴멍 다녔겠지만 가족들과의 여행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 전 렌즈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거나 꽃 한 송이 찍느라 몇 분을 지체하기엔 눈치가 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EOS M100을 일상 촬영용으로 구매할 텐데, 굳이 단렌즈를 구매하지 않아도 웬만하면 별 불편이 없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M100은 EF-M 렌즈군과 호환되고 EOS M마운트 어댑터를 사용하면 EF렌즈나 EF-S렌즈군을 쓸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답게 ‘공유’가 가능하다. 와이파이, NFC, 저전력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 촬영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사진을 전송해서 SNS에 올리는 것도 금방 할 수 있다.

색감이 과하게 찍히는 경향이 있었다. 주황색, 붉은색을 촬영할 때 특히 색감이 이상하게 잡혀 당황스러웠다. 캐논은 로우(RAW) 파일로 촬영하면 확장자가 CR2로 저장된다. 변환 프로그램에서 이미지 파일을 변환해야 해 번거로웠다. 몇몇 사진은 분홍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변환됐다. 캐논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대용량 고화질 사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촬영 전 로우 파일로 촬영 중인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가격은 EOS M100 15-45mm f/3.5-6.3 IS STM 렌즈 KIT 기준 64만8천원이다. 사양 대비 가격이 높은 것 아니냐는 평도 있다. 비교되는 모델은 캐논의 M6인데 M6은 더 고품질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 가격 차이도 그만큼 난다. 카메라 구매하고 돈 아깝단 생각이 들면 서럽다.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고 내가 주로 찍고 싶은 사진이 무엇이며 그 사진에는 어떤 카메라가 좋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

서울로 돌아오자 제주의 기억은 까맣게 잊혀졌다. 여행을 다녀온 지 몇 주가 흐르고 나서야 사진을 정리할 짬이 났다. 대단한 작품도 특별한 기억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들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