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배터리게이트’ 그 후…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해봤습니다

2018.01.26

‘아이폰6S’를 사용 중이다. 할부는 1개월 남았다. 인내심 테스트가 시작됐다. 배터리는 하루를 못 버티고 고꾸라졌고 멀티태스킹은 사치라는 듯 버벅댔다. 전자는 배터리 노후화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지만, 후자는 오랜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은 2년의 할부 기간이 끝날 무렵 타이머라도 맞춰놓은 듯 버벅대기 시작한다. 이 인내심 테스트에서 낙방하면 새 기기를 구매하게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타이머 설정을 해놓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수면 아래를 떠돌았다. 대개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와 함께 앱 설치가 늘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문제라고 여겼다. 그러다가 애플의 ‘배터리게이트’가 터졌다. 사람들의 인내심도 터졌다.

애플은 배터리가 노후화된 아이폰의 성능을 낮췄다. 1년 전 업데이트된 iOS10.2.1 버전부터다.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과 수명 연장을 위해 배터리 상태에 따라 프로세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전력 요구량을 낮추는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화학적으로 노화된 배터리는 또한 최대 전력 전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라며 “특히 충전량이 적은 상태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어떤 경우에는 기기가 예기치 않게 꺼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아이폰이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프로세스 성능에 제한을 뒀다는 얘기다. 배터리 수명이 낮아진 아이폰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춘 것은 맞지만, 최신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취한 조치라는 해명이다. 애플의 해명에 따라 아이폰을 오래오래 쓸 수 있도록 배터리를 교체했다.

링거 신세를 면치 못했던 2년 된 '아이폰6S'

링거 신세를 면치 못했던 2년 된 ‘아이폰6S’

 

배터리 씨가 말랐다?

배터리 교체에 필요한 준비물은 3가지다. 아이폰과 3만4천원 그리고 수리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애플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며 3만4천원을 요구했다. 기존 배터리 교체 비용은 10만원이었다. 배터리 씨가 말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인내심을 한 움큼 쥐고 종로의 한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다행히 씨가 마른 건 일부 기종에 한했다. 아이폰6S는 곧바로 배터리 교체가 가능했다. 재고가 부족한 건 주로 플러스 모델들이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아이폰6 플러스’, ‘아이폰6S 플러스’ 기종은 3월말에서 4월까지 기다려야 교체가 가능하고 나머지 모델들은 3일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배터리 교체와 함께 ‘아이폰X’ 구매는 물건너 갔다. (뒷면에 반사돼 비치는 할부 1개월 남은 ‘아이폰6S’)

아이폰6S는 재고가 넉넉하다. 2016년 12월 문제가 된 아이폰6S 기종의 전원 꺼짐 현상으로 배터리 무상 교체가 이뤄지면서 재고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애플 홈페이지에서 일련번호 확인을 통해 무료 교체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데이터 백업이 요구된다. 배터리랑 데이터랑 뭔 상관인가 싶지만 백업을 꼭 해두도록 하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간혹 배터리를 교체했을 때 아이폰이 안 켜지는 경우가 있어 기기 자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 시간은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스마트폰 금단 현상을 카페인으로 달래며 기다렸다.

 

비포 앤 애프터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성능 향상이다. 배터리 노후화에 따라 아이폰 프로세서 성능을 제한한 만큼 배터리를 바꿨을 때 처음 아이폰을 샀을 때처럼 빠릿빠릿해질 거라는 기대다. 나 역시 성능 향상의 꿈을 안고 3만4천원과 1시간 반의 인내심을 투자했다. 서비스센터 상담사는 성능 향상은 소수에게만 있을 거라며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의의를 두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능상의 극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있었다.

기존 배터리 상태는 본래 설계된 배터리 용량의 76.5%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완전 충전은 760회 정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낡긴 낡았다는 얘기다. 애플이 어느 정도 상태의 배터리에 성능 제한 옵션을 넣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배터리 성능만 보고 성능 향상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배터리 성능은 ‘코코넛배터리(coconutBattery)’ 프로그램으로 측정했다. 맥OS에서만 설치되는 프로그램이다. 배터리 교체 후에는 당연하게도 본래 설계된 배터리 용량의 100% 성능을 나타냈다.

배터리 교체 전(왼쪽)과 후의 배터리 상태

배터리 교체 전 CPU 성능은 배터리 충전 정도에 따라 변화의 폭이 컸다. ‘CPU 대셔X(CPU DasherX)’ 라는 벤치마크 앱으로 측정했을 때 최대 성능이 1850MHz인데 충전량에 따라 1512MHz와 911MHz 사이를 널뛰었다. ‘긱벤치4(Geekbench4)’ 점수 역시 마찬가지다. 싱글코어 점수는 1440-2533점, 멀티코어 점수는 2438-4373점을 오갔다. 물론 저전력 모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배터리 교체 후에는 충전량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성능이 나타났다. CPU 대셔X로 측정했을 때는 1800MHz대 성능이 꾸준히 찍혔고 긱벤치4 점수는 싱글코어가 2559점, 멀티코어 4466점 정도가 나왔다. 쉽게 말해 배터리 교체 전후의 CPU 최대 성능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교체 후 좀 더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냈다. 배터리가 조금 충전됐건 완충됐건 상관없이 말이다.

배터리 교체 전(왼쪽)보다 살짝 CPU 성능이 올랐다. (Current Frequency 항목)

배터리 교체 전(왼쪽)에는 배터리 충전량에 따라 CPU 점수 변동폭이 컸지만, 교체 후에는 안정적인 점수를 뽑아낸다.

사실 체감상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카메라는 여전히 바로 세상을 비추는 대신 암흑천지 화면을 보여주며 때때로 버벅거리며 인내심을 시험한다. 최신 아이폰에 맞춘 운영체제와 늘어가는 앱 때문에 아이폰6S는 포장지를 뜯던 영광의 그 날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됐다. 하지만 버벅거리는 정도가 줄었다. 손 시릴까 봐 자동으로 꺼지던 예의 바른 모습도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배터리다. 링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아이폰이 배터리 깡패로 돌아왔다. ‘아이폰6’를 3년간 써온 지인은 배터리 교체 후 “추울 때 확실히 안 꺼지고 배터리도 오래가며 버벅임도 줄었다”라고 전했다. 성능 변화의 폭은 배터리가 얼마나 노후화됐는지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게이트 그 후

이번 배터리 사태로 아이폰이 쌓아 온 10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전원 꺼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새 제품을 팔기 위해 기존 제품의 성능을 떨어트린다는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성능 제한이라는 중대한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애플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 소비자의 신뢰를 깨트린 셈이다. 자신의 아이폰이 느려진 이유가 애플의 성능 제한 조치 때문이 아니더라도 화살은 애플에 갈 수밖에 없다. 투명성과 신뢰를 저버린 애플의 업보다.

세계 각국에서 애플에 대해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월18일 팀 쿡 애플 CEO와 대니얼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를 사기,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애플은 뒤늦게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팀 쿡 CEO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성능 제한 조치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라며 “애플에게 다른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또 다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성능 제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봄에 출시될 iOS11.3에 해당 기능이 포함된다. 한번 돌아선 사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애플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해나갈지,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