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네거티브제’ 도입해 ‘스마트 규제’로 가자

미래의 일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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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저희는 스타트업이라고 법체계에서 더 많은 걸 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공정한 룰에서 싸우고 싶다. 축구경기 하는데 양팀이 룰이 다르면 말이 안된다. 은행 등을 상대할 때 그렇고, 다른 나라로 갔을 때 또 그런 느낌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일석 모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성수 의원실, 김해영 의원실, 박정 의원실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체감규제포럼은 1월26일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 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준모 서강대 교수는 “전례없는 변화로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라며 “규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계해서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과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공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중국 앞서가는데···규제에 발 묶인 혁신

중국에는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 모바이크가 있다. 자전거를 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무데나 놔둘 수 있어 편리하다. 국내 언론은 ‘쓰레기 산’처럼 쌓여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중국은 시 자체에서 스타트업의 주차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이를 발전시켰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수십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일본은 직장인의 주말창업을 장려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도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규제의 총량도 많을 뿐더러 새로운 규제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경우도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해외에서는 새로운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공유경제’ 시장이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규제 토론회.

일례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경기가 위축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 상점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 빵집에서 온라인으로 팔려면 대량생산해야 된다는 이유 때문에 따로 공장, 식품제조시설 만들어야 해서 최소 2억원이 투자된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규제로 인해 막혀 있다는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규제를 설정함으로써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집행력을 약화시켰고, 이로 인해 다수의 규제 회피 사례를 야기해왔”다면서 “과거와 현재의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시정은 하지 않고 국회는 ‘뉴노멀법’ 등 더 강화된, 전근대적인 방식의 진입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서일석 모인 대표는 규제로 고충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예측한 그는 해외송금 시장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송금 서비스 ‘모인’을 창업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했던 2016년 말은 지금과는 달리 블록체인 개념이 생소했던 때였다. 법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 국세청, 변호사 등 관련 기관 및 법조인에게 자문을 구했고 당시에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국내 암호화폐 관심도가 급증하면서 외국환거래법 규제 대상으로 분류됐다.

서일석 대표는 “8개월간 사업을 못했다. 그 동안 투자금만 까먹으며 사업했다”면서 “저희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한번 시작한 사업을 되돌리기 어려운데 안전선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규제기관인 정부 부처간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대하는 온도차가 큰 것도 사업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낡은 규제’,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ICT 혁신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신기술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20-30년 전에 제정된 낡은 규제 법안을 현재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테크앤로 변호사는 새로운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했을 때, 기존 사업자와의 대결 구도가 생기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규제가 촘촘할수록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규제 토론회 패널 모습.

그렇다고 규제가 무조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규제는 필요하나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지 않는 ‘스마트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스포츠 경기 규칙처럼 장내에서 룰을 지키되 장외의 룰을 적용하지 않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준모 서강대 교수는 스마트 규제를 위한 방안으로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혁신조달을 꼽았다. 안 교수는 “혁신조달은 시장창출, 혁신촉진을 위한 성과 지향형 규제”라면서 “공공조달에 R&D를 합친 개념이나 민간에서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것이 정부가 원하는 정책 목표와 사회적 목표도 달성하도록 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스마트규제 할 수 있나어느 정도 정답은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게 네거티브 규제다. EU에서는 기존의 자동차와 다른 새로운 자동차들이 속하지 않는 L7이라는 혁신차량 카테고리를 만들어서기존의 분류체계로 적용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버퍼를 두기도 했다규제 샌드박스 같은 경우 영국 핀테크 때문에 생겼다어린아이들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모래밭처럼스타트업들이 새로 사업할 때 기존 규제와 상충되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 한에서 시범 사업할 수 있게 규제 풀어주는 것이다.” – 안준모 서강대 교수

이상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무조건 악이라고 보기 보다는 어떤 존재의 가치가 있는지도 보면서 현재의 규제를 ‘인텔리전트한 규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포괄적 네거티브 전환’을 통한 규제 혁신을 약속했다. 길홍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 국장은 “칸막이 규제, 소극적인 행태, 과거 시장 통제적인 사고를 아직도 가지고 있고 이것이 현장을 옥죄는 경우로 작용하는 게 많았다”라며 “협의의 네거티브가 예외적으로 금지된 사항 빼고 원칙적으로는 모두 허용하는 것이었다면 ‘포괄적 네거티브제’를 통해 기술혁신 내용도 카테고리로 받아들이게 적용시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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