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애플 성적표

실적과 판매량의 엇갈린 기록 탓에 이에 대한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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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 단종설과 함께 애플의 부진이 점쳐졌다. 그리고 애플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애플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아이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2월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총매출이 883억달러(약 95조7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어난 수치이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13% 높은 기록이다. 글로벌 매출은 전체 매출 중 65%를 차지했다. 아이폰 매출은 615억8천만달러(약 66조84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 역사상 최대 분기 실적에 흥분한 상태며,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등 광범위한 성장을 이뤘다”라며 “아이폰X은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고 11월 출시 이후 매주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애플은 지난 1월 13억대에 이르는 기기 사용 기반을 마련하는 등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라며 “지난 2년간 30% 증가한 수치이며 이는 애플 제품의 인기와 충성도, 고객 만족을 나타내는 증거다”라고 덧붙였다.

 

사실과 해석의 영역

하지만 아이폰 판매량은 줄었다. 지난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7730만대로, 7830만대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보다 1.24% 줄었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999달러를 넘는 아이폰X의 고가 전략이 애플의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아이폰 판매량은 줄었다. 여기까지가 사실의 영역이고 이후부터는 해석의 영역이다. 실적과 판매량의 엇갈린 기록 탓에 이에 대한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언론들이 주로 무게를 두는 건 부정적인 전망이다. 아이폰 판매량 자체가 줄었다는 점,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치인 665억4천만달러보다 낮은 600억~620억달러로 제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애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아이폰X 단종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배터리게이트’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아이폰 판매량이 줄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IT 칼럼니스트 시라 오비드는 “아직 애플 패닉 버튼을 누를 때가 아니며 아이폰 판매량 감소가 큰 신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실적 발표 이전에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2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애플은 59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애플이 올해 1분기에 5천만대 수준의 아이폰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2017년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076만대였다.

게다가 아이폰X의 가격을 고려하면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애플 임원들은 올해 1분기 아이폰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이 두 자릿수 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라 오비드는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잡초처럼 늘지는 않겠지만 가격 상승이 차이를 보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전처럼 많은 아이폰을 판매하지는 못할 테지만 고가 정책 덕에 애플이 나쁜 상황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또 중국을 포함한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수익이 약 11% 상승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스마트폰 수요 감소와 생태계 전쟁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건 애플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DC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8.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한  7440만대, 점유율 18.6%를 기록하며 773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스마트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의 상향 평준화에 따라 사람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이전만큼 빨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 판매량 감소만 놓고 애플을 평가하기보단 전체 시장을 봐야 하는 이유다.

IT전문 매체 <매셔블>은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상태에서 애플이 오히려 이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 확장된 애플 생태계가 아이폰 판매량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애플워치, 애플TV, 에어팟 등을 포함한 다른 제품군의 매출은 36% 증가한 5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워치의 수익은 지난해 4분기 동안 50% 증가했다. 팀 쿡 CE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애플워치3가 애플워치2보다 2배 더 잘 팔렸다고 말했다. 또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18% 증가한 85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폰 가격을 낮춰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지만,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이 목표가 아닌 애플워치,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홈팟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확장된 생태계에 사람들을 가두는 걸 장기전략으로 가져간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월9일 홈팟을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으로 생태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구글의 하드웨어

구글과 삼성 역시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 생태계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 구글은 ‘픽셀 폰’과 ‘픽셀버드’, ‘구글 홈’ 등 하드웨어 기기를 늘려가고 있으며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서 ‘기어VR’, ‘기어360’, 기어워치, 기어 아이콘X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애플 생태계만큼의 만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점에서 애플은 아직 우위에 있다. 미래 시장은 결국 단일 제품의 경쟁이 아닌 생태계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만 바라보고 애플을 평가하는 게 섣부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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