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블록체인, 민간이 주인 되는 경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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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화두다.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쏟아진다. 동시에 우려의 눈초리가 꽂힌다. 이슈 한가운데 있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을 두고 기술비평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 2018년 1월 26일
  • 장소 : 블로터 회의실
  • 참석 : (가나다순)
    • 전명산 : 블록체인 기술 전문회사 블록체인OS 서비스 및 전략 담당 이사. IT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체인 거번먼트 :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출간했다.
    • 조이슬 : 블록체인 생태계 빌더. 2015년 개발자로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들었다. 런던에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사에서 블록체인 엔지니어로 일했다. 현재 국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최공필 :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 센터장. 거시금융·화폐금융 전문가다. 최근 블록체인이 가져올 금융의 미래와 규제 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한수연 :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왼쪽부터) 전명산·조이슬·최공필.

전명산 이사, 조이슬 빌더, 최공필 센터장(왼쪽부터)

 

암호화폐 투자 광풍,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한수연 : 블록체인, 암호화폐 투자 광풍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빚어진 투기 현상이라는 시각이 있다. 청년 세대의 코인 투자에 대해서는 ‘20·30 흙수저 동아줄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n포 세대인 청년층이 계층 간 상승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코인 투자에 매달린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 우리 사회의 어떤 면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전명산 : 미래 산업 영역이 구축될 만한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인터넷, 바이오공학 초창기에도 그랬다.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너무 당황스럽게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야기해보자. 한국에서 부의 이동이 일어나거나 신흥 부자 계층이 탄생한 일은 강남 재개발 정도가 있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렇다. 나는 지금 일어나는 부의 이동이 강남 재개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

강남 재개발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한 것이었다. 기득권이 이득을 먼저 가져갔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는 일은 기득권, 계급과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 강남 재개발과 비교해 기회가 훨씬 평등한 상황이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암호화폐 거래를) 못하게 막는 게 아니라 위험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최공필 : 나는 이 현상을 좋게 생각한다. 잠자고 있던 계층이 깨어나서 투자를 위한 공부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탈중앙화, 분산화의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당장 보이는 게 고수익 기회를 노린 사람들이 돈 버는 거니까 여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다단계나 거품 논쟁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에 있던 전통적인 시각으로 본 것이다. 지금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 가지 좌절을 느끼는 게 있다. 기성세대가 너무 교과서에서 배운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 지금 현상을 판단한다. 그래서 현재 부당하게 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크다. 특히 내 또래 대부분은 ‘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기다’라고 한다. 또 흙수저 이야기 등 우려의 시각이 많은데 사실 이런 것들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이다.

차분히 들여다보자. 이건 단순히 투자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정착되는 과정이다.

조이슬 : 나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토큰 투자를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안 좋게 봤다. 긍정적으로 보게 된 건 (코인) 가격이 오르고 돈이 몰리니까 많은 인재와 리소스가 들어오는 걸 보고 나서다.

3년 전에도 좋은 개발자와 프로젝트가 많았다. 하지만 먹고 살기 어려워서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좋은 아이디어, 개발 능력이 있으면 투자를 받아서 해볼 수 있다. 좋게 본다.

또 지금 현상이 ‘갑작스러운’ 폭등은 아니라고 본다. 블록체인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1년쯤 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폭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앞서 10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이 중 블록체인이 관심받지 못한 7-8년 동안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하며 게토 하우스에서 살아야 했다. 차에서 산 친구들도 있다. 이런 시간을 거쳐 오랫동안 쌓인 기술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제 평가받고, 가격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걱정이 있다면 그동안의 기술 발전보다 현재 가격에 조금 더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기대를 만족시키는 속도로 개발을 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거품이 가라앉을 것이다. 또 다른 걱정은 실제 개발 문제다. 펀딩으로 정말 큰 돈을 모은 회사들도 많다. 이들이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서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 열심히 개발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

최공필 : 지금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개발이 아니다. 규제를 비롯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한국 정부의 규제, 평가와 바람직한 방향은?

한수연: 규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금융위원회가 1월23일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과도하게 부과해서 거래 위축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공필 : 관련해서 이미 1년 반 전에 정부 프로젝트를 했다. 당시에 보니 거래소에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불법 자금의 온상 역할을 하더라. 하지만 전혀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계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금융위를 비롯해 (여러 부처와) 회의를 많이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거래소에 대해) 기존 전자금융거래법에 나오는 기준에 준해서 소액해외송금업 허용하는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통신판매업으로 허가해주고 거래소가 영업하게 해줬다. 당연히 시장에 여러가지 교란 요인이 많은 것이다. 솔직히 현재 난리법석이 나게끔 한 모든 중요한 사안들을 정부가 마련해놓고 방치했다.

국회 역시 관련법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 블록체인, 그리고 비트코인 이슈는 글로벌 이슈인 데다 다양한 분야가 얽힌 문제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문제를 키웠다.

자금세탁방지(AML·Anti Money Laundering)나 고객알기제도(KYC·Know Your Customer)는 진작 있어야 할 조치가 이제 발표된 것뿐이다. 사후약방문이다.

조이슬 : AML, KYC는 모든 금융 관련 규제의 가장 기본이다. 한국에는 이제 막 들어왔는데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해외에서도 AML, KYC은 항상 있었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이고 나와야 하는 규제가 나왔다.

중요한 건 이것이 나오는 과정에서 보이는 정부의 시각이다. 마치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으니 뭔가 벌을 주고 싶은 느낌으로 규제를 이야기하는데, (크립토 업계가) 금융 시스템에 들어오기 위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규제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해외 정부 사례를 들자면 싱가포르 정부는 매우 적극적이다. 투자의 대체로 본다. 3년 전 싱가포르에서 첫 번째 이더리움 해커톤이 열렸는데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마스(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가 투자를 하려고 해커톤에 오기도 했다. 물론 싱가포르에도 AML, KYC가 있다. 기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과 AML, KYC는 매우 다른 문제다.

지금 한국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상위 3위에 드는 나라가 됐다. 시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금 내리는 결단과 방안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건지보다 생각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수연 : 제도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고 보나?

전명산 : 그렇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걸 법적으로든 정책적으로든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정책적으로 거래소를 폐쇄해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막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저 멀리 가겠네’ 까지만 인식해도 지금과는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 계속 (제도권에) 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공필 : 꼭 그들의 손을 거쳐서 변화가 이뤄질 필요는 없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전명산 : 장기적으로 그렇게 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그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다.

최공필 : 결국 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으면 되는 거다. 스마트 계약으로 규칙을 정하고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다. 물론 AML, KYC 당연히 해야 한다. 소비자 관련 규율 등도 촘촘하게 만들면 된다.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게 디지털 세상에 더 적합한 규율이라고 인정받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전명산 :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실용 단계까지 오지 않았다. 실제로 진지하게 프로젝트를 하는 단계는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최공필 : 실용 사례가 없다고 했는데 그건 순전히 규제 구조 하에서 뭔가를 하려고 해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국경 개념 없이 제공되는 훌륭한 서비스와 기술은 이미 있다. 다만 이를 가로막는 규제나 세금 문제가 있다. 분열된 세상의 인프라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실제 사례가 나오지 않는 것뿐이다. 기술은 얼마든지 있고, 많은 사람이 그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궁극적으로 들어가자면 국가 권력에 대한 하나의 심각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국가

한수연 :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이 ‘국가 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나?

최공필 : 반체제나 쿠데타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옵션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명산 : 국가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신뢰의 최종적인 담지자 역할을 한다. 여기에 국가의 존재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국가와 정부를 비판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가 시스템이 일반적인 이유다.

위계 체계(hierarchy)를 갖추고 그 안에서 권한을 위임해 (체계의 가장 상층에 위치한)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는 구조. 이 구조가 많은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그나마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역사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동안은 이렇게 신뢰가 사회적 장치를 통해 보장됐다. 그런데 이제는 블록체인이 이것을 ‘기술’ 레벨에서 보장해줄 수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신뢰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술로 신뢰를 담보한다는 건 상상도 구현도 하지 못했다. 아예 영역이 없다가 지금 나타났다.

당연히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기존 장치들과 역할 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즉 신뢰의 최종 담지자 역할을 했던 국가의 역할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약 5년에서 10년 사이에 충돌과 함께 역할 조정이 나타날 거라도 본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이게 작동한다. 그리고 이 정도 시스템까지는 가능하다’ 정도까지 증명됐다. 이 기술을 대용량 시스템에 사용하거나 국가 시스템 전체에 적용하는 단계까지는 안 된다.

최공필 : 된다. 싱가포르 유빈 프로젝트를 봐라. 분산원장기술(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랑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RTGS·Real-Time Gross Settlement System)까지 엮었다.

전명산 :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최공필 :  실험 단계다.

전명산 : 대용량 프로젝트들이 있다. 하지만 모두 테스트 단계다. 중국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는 실험을 했다. 아마 적용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더리움 기반 위안화를 발행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개념 증명까지는 할 수 있지만, 트랜잭션 처리 문제가 남는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후 기술이 발전해 기존 대용량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은행의 역할, 국가의 역할을 점차 침범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당연히 충돌이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그 역할을 하던 사람들의 생존권까지 걸린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사회의 중요한 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를 국가의 역할 조정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2가지를 짚고 싶다. 첫 번째는 기술이 국가가 기존에 했던 신뢰의 보장 역할을 구현하면 국가의 영역을 어디까지 조정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다른 하나는 최초로 국가의 영향은 받지만, 통제는 받지 않는 글로벌 경제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국가의 역할 변화가 또 한 번 일어난다. 기존에 쓰는 글로벌 경제라는 말은 국가를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 초국적 기업을 일컬었다. 사실 이들 기업은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그 통제가 더 세졌다. 반면 비트코인은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물론 영향은 받지만 한 국가가 비트코인에 대고 ‘우리나라에서 나가’라고 하는 게 불가능하다.

최공필 : 중요한 이야기다. 민간이 주인이었다는 걸 명확하게 깨닫는다.

전명산 : 암호화폐에 들어온 사람 상당수는 ‘내가 국가와 상관없이 뭔가를 할 수 있네’라는 느낌을 가진다. 기술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그냥 거래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도 은연중에 이걸 느낀다.

암호화폐에 들어온 20-30대는 여기에서 기존의 것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로직을 느끼는 거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싱가포르, 스위스, 홍콩 등 치고 나가는 국가가 몇 개 있다. 중국도 한편으로는 규제하고 있지만 투자도 많이 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국가는 에스토니아다. 역할 조정이 일어나는 시기에 국가가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역할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에스토니아의 중요한 사례 2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가 있다. 2015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제도다. 웹사이트(e-estonia.com)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50유로를 내고 신청하면 카드 형태로 된 에스토니아 영주권을 발급받는다. 이 영주권을 받으면 에스토니아 금융기관에 계좌를 만들거나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다. 국가가 국가의 영역을 넘어서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국가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탈국가 시대라고 볼 수도 있다.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 (출처=e-에스토니아 홈페이지 갈무리)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영주권 제도인 e-레지던시. (출처=e-에스토니아 홈페이지 갈무리)

다른 하나는 에스토니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에스트코인’이다. 에스토니아는 암호화폐공개(ICO) 계획도 밝혔다. 사실 깜짝 놀랐다. 당시 한국에서는 ICO를 금지한다고 하고 있었는데 에스토니아에서는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ICO를 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발행하겠다고 밝힌 암호화폐 '에스트코인' (출처=에스트코인 홈페이지 갈무리)

에스토니아 정부가 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발행하겠다고 밝힌 암호화폐 ‘에스트코인’ (출처=에스트코인 홈페이지 갈무리)

최공필 : 나는 국가가 여기(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주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명산 : 나는 달리 본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이지만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에스토니아와) 똑같이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최공필 : 블록체인의 원래 메시지는 민초들이 깨어나라는 것이다.

전명산 : 나는 그 주체를 국가가 될 것이냐, 기관이 될 것이냐, 민초가 될 것이냐 이렇게 나눌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마인드의 문제다.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문제다. 그 주체가 기업이든 DAO든 민초든 (상관없다).

최공필 : 생각해보라. 신뢰의 주체였던 정부가 이 운동장에 들어오는 순간 상호작용은 정부 중심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블록체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중앙의 주체들은 가치 창출(value creation)에서 가만히 있어 달라는 것이다.

전명산 : 정부도 가치 창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태도와 전략의 문제다.

최공필 : 초연결 환경에서 가치 창출은 곧 상호작용의 문제다. 상호작용이 최대로 일어나려면 정부는 빠져야 한다.

한수연 : 정부가 스스로를 탈중앙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최공필 :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들어오는 건 괜찮다. 그런데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초기에 들어오면….

조이슬 : 확실히 초반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사실 같은 비트코인이어도 나라마다 거래소마다 가격이 모두 다르다. 사실 비트코인 거래를 맡는 관리 주체의 신뢰도에 따라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작은 거래소에서는 가격이 좀더 낮다. 거래량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에서는 가격이 더 높다. 같은 통화라고 해도 누가 발행하고 운영하느냐, 그 주체에 따라 가격이 다른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무한의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주체가 게임에 들어오면 (그 외 주체들은)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 같다.

전명산 : 신뢰가 무한대까지는 아니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보증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다. 어쨌든 다른 조직이 가진 신뢰보다는 훨씬 큰 건 맞다.

조이슬 : 국가는 파산해도 구제된다. 그래서 경험상 국가의 신뢰 점수는 (여타 주체들과는) 굉장히 다르다.

최공필 : 지금 퍼블릭 블록체인의 상당 부분이 프라이빗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득권은 이 기술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본다. 그리고 지금 기회를 잡은 거다. 쉽게 말해 기득권이 주인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의 원래 메시지에 반한다고 본다.

조이슬 : 비용이 절감되는 측면도 있지만,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건 탈중앙화 과정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가지고 있던 이득이 다 분산되는 것이다. 이걸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ICO 어드바이징을 할 때 나는 ‘뼈를 깎는 고통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전명산 : ICO는 특히 기존 주식회사 체제랑 다르다. 이익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조이슬기존 주체가 자신이 가졌던 이익을 분산화하는 데 얼마만큼 ‘오케이’인지에 따라 굉장히 인상적인 회사가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해서 비용 절감만 한 형태가 나온다.

최공필 : 중요한 말이다. 여기에서 그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파라미터가 결국은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다.

조이슬 : 기업의 목표는 이익의 최대화다. 이를 위해 효율을 추구하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중앙집중형이다. 그래서 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ICO를 하는 게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있다. 가난하게 지내며 투자만 해야 하는 시간이다. 나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다 도입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이 중에서 자신을 얼마나 지워낼 수 있느냐의 스펙트럼에 따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나올 수도 있고, 새로 태어나는 회사들도 나올 것 같다.

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미래는 많이 한정돼 있다고 본다. 자신을 지워내야 탈중앙화된 기업으로 갈 수 있는데 많은 기업이 이걸 못 해낼 것이다.

사실 비용의 절감은 중간자를 없애면서 나온다. 은행이 볼 때는 카드사가 중간자이고, 거래소가 볼 때는 은행이 중간자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며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싸우고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스스로를 지워내 새로 태어날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사실 비용 절감은 여기에서 나오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기존에 있는 회사가 ICO를 하는 것과 ICO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회사 중 어느 사례가 더 좋냐고 많이 묻는다. 처음에는 기존 회사가 ICO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반반이다. 기존 회사가 탈중앙화하는 과정에 있어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최공필 : 그런데 ‘탈중앙화’라는 게 어느 정도의 탈중앙화인가? 여전히 거버넌스 문제가 남는다. 포킹(forking)을 할 때도 보면 커뮤니티끼리 투표를 한다. 결국 여기에는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게 숨어 있다. 뭐가 다른가.

블록체인의 의미, ‘탈중앙화’

한수연 :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나?

최공필 : 진짜로 탈중앙화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인이 돼야 한다.

한수연 : 이 내용은 전명산 패널이 저서 「블록체인 거번먼트」에서 언급한 마르크스의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이론과 맥락이 이어지는 것 같다.

“블록체인은 역사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사람들의 상상력, 실패했던 혁명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방향은 네트워크에 분산된, 평등한 권한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 합의한 룰에 따라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은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졌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 「블록체인 거번먼트」 발췌.

전명산 : 연결돼 있다. 물론 ‘자·개·연’이라 할 만한 상황이 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단초가 열린 단계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조직에 속해 하이어아키(수직화) 구조에서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보면 이렇지 않은 것들이 많다. 실행 주체들이 자유롭게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코인 분배에 참여한 사람들이 권한을 나눠 갖는 식이다. 물론 그 구조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긴 하다.

블록체인OS의 ‘보스코인'(BOScoin)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이 거버넌스다. 프로젝트가 길게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래서 (보스코인) 설계 자체에 거버넌스를 넣었다.

최근 블록체인 내에 KYC를 넣어 이를 거쳐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갖는 것을 개념적으로 발전시켰다. 지금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어느 정도 실제 모습이 나오면 현재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장기 지속’ 측면, 또 ‘탈중앙화 실제 구현’ 측면에서 가장 진도를 많이 나갔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부 싸움으로 인해 프로젝트 동력을 상실하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블록체인이 가진 원래 철학을 구현하는 방식일 거라고 본다.

최공필 : 거버넌스를 (블록체인 구조에) 직접 내재한 건 처음 봤다. 훌륭하다. 이런 걸 (제도권이) 같이 모여서 좀 해야 한다.

한수연 : 정부에서도 블록체인 ‘열공모드’ 아닌가?

최공필 : 용어 익히는 데 열공모드다.

전명산 : 최근 학계에는 블록체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최공필 : 그쪽은 문제가 없다. 기술적인 건 합의하기도 좋다. 엔진 좋은 게 나오면 당연히 좋은 걸 타야 한다.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결국 지배구조다. 인류는 항상 어떻게 나눠서 결정권을 어떻게 가져갈지 문제로 싸웠다.

조이슬 : 블록체인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물길과도 같다. 막으면 분명 다른 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중국이 모든 거래소를 셧다운 시키자 중국 내 거래소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라이선스를 등록하고 그곳에서 서버를 돌리고 있다. 한 국가가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들이 연합해서 막기도 어렵다. 이 기술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리더십을 가져가려는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론과 탈중앙화의 의미를 생각하면 한 국가가 절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된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흐름을 (정부가) 막았을 때 그 물길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속도’다. 영국에서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직종이 생겼다. 거대 자본이 한 나라를 빠져나가 이동하려 할 때 관련 연구를 하고 중간에서 협상해주는 직종이다. 거대 자본은 나라를 옮길 때 ‘나라 쇼핑’을 한다. 각 나라를 돌며 (자신에게 적합한 법체계를 찾아) ‘사법권 쇼핑'(jurisdiction shopping)을 한다.

지금 ICO를 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사법권 쇼핑을 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에 있는 자본은 매우 빨리 움직인다. 빠른 속도로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모빌리티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이 이 물길을 막으면 그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인터넷 이후 새로운 혁명이 온 상황이다. 지금 우리 세대가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한국이 전 세계에 미칠 리더십을 정한다. 정부가 한 번 더 생각하고 규제에 대해 판단했으면 좋겠다.

전명산 : 지금 ICO를 하려는 전 세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한국에 들어온다. ICO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온갖 ICO가 다 들어온다.

조이슬 : 중국에서 크립토가 막히면서 중국 자금이 한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ICO 프로젝트들이 한국에 엄청 어필하려고 한다.

최공필 : 한국에 돈(크립토)이 많으니까 ICO 프로젝트들이 당연히 들어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땅이 가치 창출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냐는 것이다. 한국에선 ICO가 막혀 있는데 ICO 프로젝트들이 여기에서 구현이 되나? 프로젝트가 실제 시행되는 건 한국이 아니다.

전명산 : 그렇긴 한데 장기적으로 보면 (해외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것이다.

최공필이 나라가 자체적인 ICO를 할 여건을 너무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다.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공해 파는 모든 분야가 다 막혀 있다. 쉽게 말해 실제적으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하나도 조성해놓지 않았다. 공인인증서부터 개인정보보호법에 이르기까지 밀림같이 산적해 있는 법체계, 이 장막을 누가 걷어낼 것인가. 현재 우리는 해외 ICO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수연 : 정부에서 스마트 규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공필 : 순서가 잘못됐다는 거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간 장벽, 기존의 틀을 무너뜨려야 한다. 융합을 통해 뭔가를 이루겠다는 건데 실제로는 여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조이슬 : 지금은 한국이 금융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는 시나리오밖에 안 보인다.

전명산 : 민간에서 먼저 움직여서 세계의 금융이 한국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만들어놨다. 이걸 잘 정리만 하면 한국이 세계 금융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일부러 전략을 짜도 하지 못한다. 기회인데 안타깝다.

조이슬 :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속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어느 나라가 금융 강국이 되느냐가 (정해질 것이다).

최공필 : 결론은 민간이 주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가이드

한수연 :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가이드를 하나씩 제시해달라.

전명산블록체인에 있어 암호화폐와 연결돼 있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블록체인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암호화폐 이야기가 나오고, 암호화폐 이야기가 나오면 다단계나 사기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손해 본 사람도 많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분이 깊이 공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의미 있다고 본다. 결국 정부는 민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민간 영역에서 학습량이 쌓이면 언젠가는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실수도 적어질 것이다.

또 공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갖는 함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길 권한다. 블록체인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블록체인을 ‘프로그래머블 이코노미'(programmable economy)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개인이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사실 경제 시스템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새로운 규칙을 프로그래밍해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돌리는 게 가능한 시대다. 비트코인에는 화폐 수량을 한정하는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코인 발행량을 무한대로 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있다. 다양한 로직이 있다. 기존 경제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기왕 암호화폐 판에 들어온 분이라면 깊이 공부해보길 원한다. 그러면 비즈니스 기회이든 네트워크 기회이든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최공필 : 공감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암호화폐 쪽에 아예 담 쌓고 사는 분들도 많다. 이분들도 사회 구성원이다. 이들도 (기술 발전의 편의를) 비슷하게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조이슬 : 누군가는 암호화폐 판을 투기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경제 활동이라고 본다. 개개인이 스스로 동기 부여돼 열심히 공부하고 밤낮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가 테크 가이드를 줄 게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ICO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싶다. 블록체인 업계가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들이 이제 가격에 반영돼 경제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ICO로 돈만 벌고 ‘캐시 아웃’ 하면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로서 세상에 돌려주는 게 없으면 결국 가치 붕괴가 일어난다.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 또 그런 프로젝트에 투자가 들어오는 선순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공필 : 오늘 토론에서 국가에 대한 실망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그만큼 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

젊은 분들이 꼭 ‘공동체의식’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디지털화에 소외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기술이 똑똑하고 신속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기술의 발전과 혜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밑단에 있는 기술이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저변에는 결국 공동체의식이 있다. 세상은 결국 상호의존적으로 돌아간다. 블록체인의 확장성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상호 연관성에 있다. 그야말로 공동체의식이 가치 창출의 기반이라는 이야기다.

전명산 : 블록체인은 되게 특이한 기술이다. 사람이 참여해야 작동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드론, 무인 공장 등 21세기에 등장한 기술들과 다르다. 이 기술들은 사실 다 사람을 배제한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계보, 특히 21세기 기술의 계보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아주 특이한 기술이 나타났다. 만약 우리가 거버넌스를 잘 구축하지 못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결국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본다. 거버넌스를 작동하는 건 결국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최공필 : 그런 의미에서 암호화폐가 중요하다.

전명산 : 블록체인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배제하는 기술들 사이에서 그나마 사람이 중심을 잡을 영역을 남겨 놓은 기술이다. 블록체인에 AI 등 기술이 다 연결되면 최종적으로는 블록체인이 이 기술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발전해도 AI로는 절대 변조할 수 없게끔 하는 영역들이 있다. 이 영역들은 블록체인으로 갈 수 있다.

기술의 홍수에서 인간이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는 교두보. 블록체인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공필 : 동의한다.

조이슬 : ICO를 통해 큰 자금을 모은 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ICO를 통해 모은 돈은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에 건 기대감이다. ICO 팀들은 이에 대한 빚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기대감을 두고 떠나면 정말 붕괴될 수밖에 없다. 큰 돈을 번 많은 개인이 은퇴를 생각한다. 경계해야 한다. 크립토의 가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책임감을 짊어지고 생태계를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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