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UXD] ① 토스는 한 가지 질문만 남겼다

2018.02.09

UX(User Experience)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을 뜻합니다. 앱의 첫화면, 웹사이트 페이지 구성, 서비스가 가진 통일성. 당신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용자 경험인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앱·웹 그 뒤편에는 당신의 경험을 고민하는 사람들, UX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더치페이’로 소액송금이 일상화된 20대에게 토스는 친숙한 서비스다. “돈 보낼게”라는 말을 “토스할게”로 대체하기도 한다. 토스를 쓰는 이유는 한 가지. 간편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만 알면 바로 송금할 수 있다. 숫자 4개와 알파벳 1개로 이루어진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지문인식으로도 송금이 가능하다. 앱 화면도 단순하다. 처음 토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정말 돈이 가긴 한 건지 반신반의하곤 한다. 그만큼 토스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편리함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왔다.

팀 전체가 함께 UX 고민…“사용자가 원하는 게 곧 비즈니스”

토스에는 UX디자이너라는 직책이 따로 없다. 토스는 제품별 세부 팀으로 나누어져 있고 팀마다 제품 총괄, 개발자, 디자이너, 제품 애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UX/UI 디자이너 대신 토스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쓴다.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팀이 목표하는 최적의 사용자경험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자 노력하는 식이다.

남영철 토스 프로덕트 오너

토스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는 카드조회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총괄하고 있는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싸이월드, 네이트온 UX 전사 제품 사용자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현대카드 UX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토스 오픈 베타 앱을 보고 토스에 6번째 멤버로 합류, 첫 번째 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이런 서비스가 내가 해보고 싶던 것이었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다른 점이 많다. 일단 디자이너가 개발자와 더 가까이서 얘기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가 제품의 최종적인 디자인 말고도 제품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맥락을 훨씬 깊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조금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보통 다른 회사에서는 사용자의 골과 비즈니스의 골이 상충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라며 “기본적인 전제가 ‘사용자의 골=비즈니스의 골’이라 생각하니까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토스는 디자이너, 비즈니스 담당자,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이 같은 팀에서 일하기 때문에 서로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정보가 공개되는 양이 많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도 같이 사업의 현재 현황, 매출, 전환율을 항상 접할 수 있고 팀이 작으니까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는다. 팀 사람들도 현재 디자인 상황을 요청하면 수시로 볼 수 있고 제품 현황도 시시때때로 공유받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얼마를 보낼 것인지만 묻는다

“송금이라는 건 딱 2가지 질문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를, 누구에게 보낼 것이냐.”

팀 단위로 돌아가는 토스지만 전사적으로 추구하는 UX 지향점은 분명하다. ‘간편함’이다. 2015년 2월 토스 첫 화면에는 2개의 질문만 있었다. 보낼 금액과 보낼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다. 누구한테 얼마를 보낼지 기입하고 나면 그 후 내 계좌 중 어느 계좌에서 지출할 건지 물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런칭 당시 소개 영상 갈무리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처음부터 다른 정보가 보일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질문만 먼저 한다. 그리고 반드시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은 처음부터 묻지 않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턴 얼마를 보낼지 묻는, 하나의 질문만 남겼다. 토스에 송금 서비스 외에 대출, 보험, 결제,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첫 화면을 더 단순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사실 첫 화면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사용자가 대다수지만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두 개에서 하나의 질문으로 줄일 때 고민이 컸다”라며 “각각의 제품에 대한 메시지, 질문을 더 단순화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혼란이 없을 거라는 아웃라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토스는 화면도 몇 개 안 되고 간단하니까,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입력창을 하나 빼고, 절차를 하나 없애는 게 뭔가 추가하는 것보다 열 배 스무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토스는 송금에서 공인인증서를 ‘소환’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공인인증서 단계를 없애기 위해 토스는 모든 제휴 금융사를 설득하고 계약해야 했다. 그 계약을 다 마치는 데 3년이 소요됐다.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UX는 계좌가 기재된 텍스트를 복사하면 토스 앱에 들어갔을 때 자동으로 ‘붙여넣기’ 해주는 기능이었다. 서비스 초기에는 앱의 첫 화면이 아닌, 계좌입력창으로 넘어갔을 때에야 작은 글씨로 표기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이를 ‘앞으로 빼자’고 제안했다. 이후 첫 화면으로 해당 문구를 옮겨왔고, 이 기능은 곧 앱 밖으로 진출했다. 안드로이드폰은 계좌번호가 써있는 텍스트를 복사하면 토스 앱으로 연결되는 임시창이 자동으로 뜬다. ‘붙여넣기’ 기능은 친구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무통장입금을 진행할 때 매우 편리하다.

그는 “실제로 썼을 때 많이 놀라더라. 우리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라며 “전체 서비스 개발 시간에 비하면 정말 적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계좌번호 기억해 입력하는 게 굉장히 귀찮다 보니 이런 자동복사 기능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게 큰 임팩트를 준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를 해결해준 것이다.

편해서 생긴 불편한 경험, 어떻게 해결할까

토스는 사용자 경험의 단순함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 충돌하는 지점은 없을까? 혹 사용자가 지금까지 단순하고 편해서 느꼈던 토스의 매력을 상실하게 되진 않을까?

토스가 생각한 답은 사용자에게 도움되는 일이란 걸 알려주면 된다는 것.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사용자가 복잡하다고 느끼는 건 나와 상관없는 것을 마구 뿌려놓을 때라고 생각한다”라며 “송금 외에 많은 것을 주지만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복잡한 게 아니라 많은 일을 해준다고 생각할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관리를 예로 들었다. 신용관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해당 서비스를 보기만 해도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 필요성을 느끼게끔 해야 한다. 신용등급이라는 게 있고,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며 지금부터 관리해야 나중에 필요한 돈을 빌릴 때 도움이 된다는 걸 안다면 사람들이 금융을 더 빨리 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토스 하단 탭은 계좌, 신용관리, 서비스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신용등급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금융에 관심이 생기면 오른쪽 서비스 탭으로 넘어가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접하게 하려는 의도다.

남영철 토스 프로덕트 오너

엉뚱하게도 편리한 경험은 때론 장벽이 되기도 한다. 돈이 오가는 일이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보안을 염려해 아직 토스를 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남영철 프로덕트 오너는 “불안함을 느낀다는 게 서비스가 주는 경험이 충격적이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까지 은행이 이렇게 하지 않은 데는 보안적인 이유가 있을 거야’라기보다는 전체적인 금융 서비스가 편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시키기 위해 추가 과정을 덧붙이기보단 실제로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스는 초기 투자금 10억원 중 2.5억원을 보안에 투자, 현재도 매출 대비 10% 이상을 보안에 투자하는 등 타 기업 대비 월등히 높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6명에서 시작해 지금 팀이 120명이나 됐다. 제품도 많아졌고 제품간 맥락을 이루는 최소한의 원칙을 어떻게 공유하고 일관성을 확보할지, 빠른 서비스 속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다양한 금융의 맥락을 전보다 더 쉽게 제공하는 것. 올해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