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블록체인 위에 세우겠다”

[인터뷰] 매트 콜리지 시빌 공동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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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저널리즘에 접목하려는 시도인 ‘시빌’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기술을 저널리즘에 접목하려는 시도인 ‘시빌’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기반 저널리즘 플랫폼 ‘시빌’(Civil)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말이 클리셰가 된 오늘날, 시빌이 주는 첫인상은 꽤 인상적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포털, 광고주, 정치 권력 등 중간 개입자 없는 오픈 뉴스 마켓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내세웠다. 기술로 검열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저널리즘 플랫폼을 가능성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첫인상의 강렬함이 가시기도 전에 하나둘 물음표가 생긴다. 법정화폐가 암호화폐로 대체됐을 뿐, 여전히 ‘자본’에 저널리즘 가치가 휘둘릴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닐까? 소비자가 어떻게 낯선 블록체인 플랫폼을 찾도록 할 것인가? 양질의 저널리즘 콘텐츠로 성공적인 유료 구독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기존 독립 언론사와는 무엇이 다를까? 시빌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시빌의 공동설립자인 매트 콜리지에게 직접 들었다.

매트 콜리지 시빌 공동 설립자

매트 콜리지 시빌 공동설립자

 

“시빌은 중앙화된 조직이 통제권을 독점하지 않는 분산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것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활동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매트 콜리지는 기존 저널리즘 플랫폼과 시빌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분산화된 시스템’을 꼽았다.

매트 콜리지와 또 다른 시빌의 설립자인 매튜 일스는 ‘광고료 중심 수익 모델’이 현 저널리즘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했다. 매트 콜리지는 “매튜 일스와 광고 의존적 수익모델을 가져가는 동시에 양질의 저널리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탐사보도가 어려운 환경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내린 처방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분산 시스템 위에 운영되는 뉴스 마켓이다. 여기에는 독립적이고 자체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계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시빌 플랫폼에는 뉴스 제작자들로 구성된 여러 ‘뉴스룸’이 있다. 고유 취재 영역을 가진 각 뉴스룸은 시빌에서 합의된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시빌은 뉴스 제작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기술 플랫폼’일 뿐, 그 어떤 비즈니스 모델도 강제하지 않는다. 개별 뉴스룸은 멤버십, 구독료, 기본 무료 등 다양한 모델을 독립적으로 선택한다. 뉴스 콘텐츠 제작 전 취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역시 가능하다. 뉴스룸은 뼈대가 되는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서비스로서의 팩트 체킹'(Fact Checking as a Service), 뉴스 팁, 평판 조회 등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같은 저널리즘 장치는 시빌 내 주요한 ‘보조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거대한 오픈 뉴스 마켓 안에 수많은 뉴스룸이 각자의 방식과 호흡으로 언론 활동을 하는 구조다. 시빌은 총 30개의 뉴스룸이 모인 ‘1차 함대’를 꾸려 출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구성된 뉴스룸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까지 구성된 뉴스룸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시빌의 다양한 저널리즘 장치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시빌의 다양한 저널리즘 장치들. (출처=시빌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영어와 스페인어로 콘텐츠를 제공할 뉴스룸이 꾸려진 상태다. 매트 콜리지는 “시빌 뉴스룸은 어떤 언어로도 꾸릴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한국 관점을 들을 수 있는 뉴스 채널이 부족한데 시빌에 한국어 뉴스룸을 만들면 한국 시민과 미국 시민 사이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틈새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어 뉴스룸 구축을 독려했다. 이어 “향후 시빌에 번역 서비스를 접목할 계획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빌의 청사진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뉴스 콘텐츠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에서 자본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크립토이코노미 내 거대 자본이 등장해 저널리즘 가치를 흔들 가능성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이 질문에 매트 콜리지는 “우리의 목표는 시스템을 흔들만한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균형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시스템의 구축은 결국 구성원들의 합의 문제로 귀결된다. 즉 거버넌스 이슈다. 시빌은 마켓에 들어와 있는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저널리즘을 훼손하려는 세력의 등장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이 기술적 뒷받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매트 콜리지는 “저널리즘 윤리 지침도 제공할 것”이라면서 “플랫폼 출시 초기, 외부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주요 사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시빌이 그리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구축된다고 해도 뉴스 마켓의 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뉴스를 돈 주고 볼까? 도처에 공짜 뉴스가 널린 세상이다. 뉴스 콘텐츠의 값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상황이 이럴진대 시빌은 어떻게 유료 독자를 유인하겠다는 걸까.

매트 콜리지는 이에 대해 “과거와 비교해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뉴스를 제공받기 위해 구독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전통 언론사의 유료 구독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 <스트래티처리>, <디 인포메이션> 등 디지털 기반 뉴스 사이트도 유료 구독 기반 모델로 번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빌 팀이 발견한 유료 뉴스 콘텐츠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해도 또다시 물음표가 남는다. 어떻게 생소한 ‘블록체인 기반 뉴스 플랫폼’에 일반 뉴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은 아직 낯선 기술이다. 일반 뉴스 소비자가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시빌의 뉴스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매트 콜리지는 “시빌은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시빌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경험 면에서는 다른 뉴스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플랫폼에서 쓰일 주요 화폐가 시빌의 자체 암호화폐인 CVL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달러, 유로 등 법정화폐 역시 사용 가능하다. 비트코인(BTC), 이더(ETH) 등 다른 암호화폐를 쓸 수도 있다.

매트 콜리지는 “우리의 사명은 저널리즘이고, 블록체인은 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생소함이 시빌을 사용하는 데 있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이 시빌에 참여하기 위한 선행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빌은 ‘해수면'(waterline) 개념을 들어 시빌의 생태계를 설명한다.

시빌 생태계는 '해수면'(waterline)을 기준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출처=시빌 블로그)

시빌 생태계는 ‘해수면'(waterline)을 기준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출처=시빌 블로그)

해수면 위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도 좋은 저널리즘 콘텐츠를 찾아 시빌을 찾은 독자와 지지자들이 존재한다. 해수면 아래에는 시빌 플랫폼에 보다 깊이 참여하는 구성원이 존재한다. 먼저 CVL 토큰을 가지고 플랫폼 자치 활동에 나서는 ‘커뮤니티 멤버’가 있다. 이들 중에서도 직접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고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툴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제작자’에 속한다. 제작자는 커뮤니티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다.

해수면 위와 아래를 나누는 주요 기준이 ‘CVL 토큰’의 소유 여부다. CVL은 시빌 플랫폼의 주요 기능을 작동 및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유틸리티 토큰으로 설계됐다. 매트 콜리지는 ‘CVL 가격의 등락이 뉴스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라는 질문에 “CVL로 뉴스 구독료를 지불할 때 심각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발생하면 (미 달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법정화폐 가격에 고정(pegging)하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폭을 조절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자. 시빌이 이 모든 기술과 장치를 동원해 추구하려는 단 한 가지,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다.

시빌의 4가지 저널리즘 신뢰 지표. (출처=시빌 블로그)

매트 콜리지는 ▲자체 취재를 바탕으로 한 보도 ▲전문가 보도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보도(뉴스 콘텐츠에 ‘위치’ 태그가 붙는다) ▲출처가 확인된 인용 보도 등 4가지 요소를 시빌이 세운 저널리즘 신뢰 지표로 소개했다.

매트 콜리지는 “시빌의 사명은 단지 ‘저널리즘’이고 블록체인은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게 해줄 기술”이라면서 “이 솔루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사용자 커뮤니티를 유치해야 한다. 이것이 시빌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 외 질문들.

– 독자가 원할 경우 시빌 플랫폼 안에서 ‘익명성’을 가질 수 있나?
= 익명성은 현재 적극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는 문제다. 플랫폼 내 ‘투명성’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있어 ‘익명성’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플랫폼이 활성화된 후 이 역량을 지원할 것이다.

– 서비스로서의 팩트 체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 모델인가?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 이와 관련해서는 2018년 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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