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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현주소 보여준 로그바의 웨어러블 번역기, ‘일리’

2018.02.22

우리는 공들여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기계가 자유롭게 번역해주는 세상을 꿈꾼다. 특히 짧은 영어마저 통하지 않는 국가에 여행을 갈 때면 이런 소망이 간절해진다. 모바일 번역의 성능이 점차 우수해지면서 이러한 소망이 어느 정도 해갈되고 있다. 일본의 한 업체는 이러한 수요에 발 맞춰 ‘목에 거는 번역기’를 들고 나왔다.

일본의 IT스타트업 로그바는 2월2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L7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웨어러블 음성 번역기 ‘일리(ili)’의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로그바의 개발 스토리와 함께 주요 기능,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웨어러블 번역기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제품의 기능과 가격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번역 기기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번역 속도 최단 0.2초·배터리는 짧으면 2시간, 길면 3일

세계 최초의 독립형 번역 디바이스 ‘일리’는 CES 2016에서 기술혁신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디바이스를 누르면 1초 만에 구동되고 번역 속도는 최단 0.2초 정도가 소요된다. 짧은 문장은 빨리 번역해주지만 긴 문장을 말하면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이즈는 일반 TV 리모컨 크기 정도, 무게는 42g으로 휴대성이 높은 편이다.

요시다 타쿠로 CEO

와이파이나 인터넷 접속이 필요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한국어를 일본어 또는 영어로 음성 번역할 수 있다. 소음 때문에 못 알아들으면, 한 번 더 들려주는 ‘리피트’ 기능과 일리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식확인’ 기능도 있다. 배터리는 완충시 3일 정도 쓸 수 있지만 번역 기능을 계속 이용할 경우 최소 2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다. USB 케이블로 컴퓨터에 연결해 최신 번역엔진 업데이트를 내려받을 수 있다.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CEO는 “일리는 언어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 개발”에서 착안했다며 “일리를 통해 스마트폰 번역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보다 빠르게 대화를 이어나갈수 있다”고 전했다.

“긴 문장 번역, 아직 어려워”

이날 로그바가 강조한 것은 여행회화에 특화된 번역 디바이스이며 ‘한 문장 번역’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로그바는 교통수단, 음식점, 쇼핑 등 여행 상황에서 짧은 질문에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만약 “깎아주세요”라고 말하면 1) 가격을 깎아달라는 것인지 2) 물건을 날카로운 도구로 깎아달라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는데, 일리는 여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할인해달라”고 통역해준다고 로그바 측은 설명했다.

단순한 문장 번역에 특화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 로그바 관계자는 “더 긴 문장도 실제로 가능하지만 사용자가 번역 오류로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홍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방향 번역’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리는 한국어로 일본어·영어를 번역해주지만 일본어·영어를 번역해 들려주지는 않는다.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CEO는 그 이유에 대해 현재 번역기술에 한계가 있고, 실제 여행에서 사용할 때 양방향 번역은 불편을 야기한다는 사용자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번역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이다. 24만9천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무료 번역 서비스도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번역 디바이스를 구매할까?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번역 앱은 무료고 지원하는 언어도 많은 반면 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 그런데 여행가서 (번역 앱을) 사용하냐고 물으면 사용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하기 편하고 빠르다는 점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요시다 타쿠로 CEO는 “일리를 개발하면서 이어폰형, 스마트폰 어플, 온라인 양방향 클라우드형 제품도 만들었다. 다른 디바이스는 기동하는 데에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일리도)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현재 기준에서 가장 좋은 기능과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기술이 개발되면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기술력보다 실제로 그 기술이 필요한가? 사용가능한가? 사람들이 쓸까?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덧붙였다.

현재 로그바는 일본, 미국, 대만 등에서 일리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는 5월부터 정식 판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