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CES로 보는 2018 테크 트렌드

인공지능, IoT, 자율주행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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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는 한해 IT업계 소식을 미리 볼 수 있는 행사다. 이 곳에서는 첨단 가전은 물론 각 기업의 이상향이 펼쳐진다.

올해 CES 2018을 직접 관람하고 온 IT업계 전문가 3인에게서 2018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IT업계 트렌드의 현재와 더불어 국내 기업이 가야 하는 방향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일시 : 2018년 2월 6일(화) 오후 3-5시
  • 장소 : 블로터 회의실
  • 참석(가나다순)
    • 김인경 :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 임정욱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전직 기자로 조선일보 경제과학부를 거쳐 디지틀조선일보 인터넷기획부장, 조선일보JNS 대표를 역임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혁신본부장을 거쳐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보스턴에서 라이코스 CEO를 거쳤다. 현재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 전종홍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오랫동안 웹과 모바일 응용 표준 전문가로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웨어러블과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응용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국제표준 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웨어러블 표준개발,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표준 개발 등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 정구민 :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솔루션 전문기업 네오엠텔 기반기술팀, SK텔레콤 터미널 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한국자동차공학회 이사, 한국멀티미디어 학회 이사,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부문회 이사,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이사를 맡고있다.

CES 2018, 자율주행차가 중심이 되고 볼거리 많아졌다

김인경 : CES 2018에 다녀오셨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고, 각자가 본 모습도 다를 것 같다. 올해 AI, 자율주행, IoT가 화두가 됐다. 차후 세부적인 사항을 다루기로 하고, 먼저 다녀온 소감을 간략히 나눠보자.

△블로터 포럼을 진행 중인 모습. 왼쪽부터 정구민 교수, 김인경 기자, 한수연 기자, 전종홍 책임연구원, 임정욱 센터장.

전종홍 : CES 참석한 것은 올해로 3번째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봤을 때 인상적이었는데 올해 다시 보니 기본적인 건 비슷하더라. 주요 트렌드는 바뀌었다. 한국 사람이 예전에 비해 많았다.

임정욱 : 나도 따지고 보니 2013년 1월에 처음 갔다. 당시에는 실리콘밸리에 거주할 때에서 가볍게 다녀온 기억이 있다. 이후에 인연이 돼 지난해 한 번 못 가고 5년 동안 쭉 다녀왔다. 말씀하신대로 1년 사이 보면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5년 전과 비교하니 상당한 변화가 있었더라.

5년 전 CES가 본격적으로 다시 주목 받고 사물인터넷 등이 등장했다. 그때까진 TV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삼성전자가 매우 중요한 회사였다. 당시엔 AI도 거의 없었고 자동차도 커넥트카, 스마트폰을 어떻게 잘 연결하나 정도였다. 자율주행차는 전혀 없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이야기도 없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당시엔 크지 않았다. 한국 업체도 70개 정도로 그렇게 많진 않았다. 5년 동안의 발전 보면, 정말 자율주행차가 이번에 대단한 중심이 됐단 생각이 들 정도로 커졌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AI 플랫폼, 아마존과 구글의 대결이 강했는데, 구글이 엄청나게 치고 나온 게 인상적이었다. 또 중국은 여전히 갈수록 더욱 강성해지는 것 같다. 그 밖에 뭐 VR 등 트렌드는 워낙 다 일반화돼서 하나하나 봤을 때는 식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구민 : 나는 7, 8번 정도 됐다. 올해 봐야 할 게 많았다. 가전, 자동차, 웨어러블 등 부문에서 융합에 대한 게 상당히 많았다. CES가 자동차업체들에 중요해지면서 기존 모터쇼에서 나왔던 기술들을 보여주는 자리가 된 것 같다. 볼거리가 많아졌다.

김인경 : CES를 분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전종홍 : CES는 좋은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실현해 그 가능성을 엿보는 곳이다. 최근 중국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은 기술적 우위를 보여주거나 마케팅 용도로 글로벌하게 자신의 기술 보여주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정구민 : 한 해의 융합기술 흐름을 정리해볼 수 있는 자리 같다. 예전에는 IT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융합기술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됐다. 1월 초 모든 업체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 같다. 자동차의 경우 예전엔 모터쇼가 제일 중요했는데 요즘은 CES가 중요해진 면도 있다.

임정욱 : 일반인 대상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미디어에도 많이 보여서 이걸 글로벌하게 홍보하고, 중국 등 아시아 업체는 글로벌 업체에 기술을 선보여서 반응을 얻자는 의도도 있다.

“헤이, 구글!”과 인공지능(AI)의 현주소

김인경 : 올해 CES 2018에서는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여러 곳과 제휴해 많은 주목을 받은 듯하다. 음성인식 AI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하다. 구글에 사람들이 주목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CES에서 구글의 행보, 어땠나?

임정욱 : 구글이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짓을 했다. 구글이 어마어마하게 큰 야외 부스를 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실 그런 (AI 플랫폼) 회사들이 드러내놓고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데, 구글이 이번에 이렇게 나온 건 과감했다.

인공지능 플랫폼 전쟁에서 아마존에 뒤질 수 없다는 절박한 의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 홈도 지난 쇼핑 시즌에 꽤 많이 팔리고 아마존을 따라잡았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미국에서 사람들 반응은 “당연하지. 공짜로 풀었잖아”였다.

전종홍 : 2016년도 ‘히든 챔피언’이 아마존 알렉사였다. 아무런 광고 없이, 부스 없이 모든 업체들이 알렉사를 이용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음성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인터페이스처럼 됐다.

정구민 : 하드웨어 기업이 음성인식 기업에 종속되지 않을 정도로 음성인식 기업이 늘었고 이들 역시 생존 경쟁을 한다. 구글이 절박하다는 건 맞는 이야기 같다.

곧 애플 홈팟 출시되는데 이것도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다. 구글의 경우 아마존에 비해서 인식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전시장에서 구글을 제품에 썼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략 미국에서 팔리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7대3 정도다. 아마존이 7이다.

전종홍 : 이번에 CTA가 처음으로 AI 섹터를 만들어서 전문으로 전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제품이 많진 않았다. AI가 말은 뜨고 있다지만, 실제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은 아직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소니 ‘아이보’

동반자 로봇도 많이 나왔다. 아직은 장난감 수준이지만, (AI)스피커는 그냥 오디오만 가졌는데 (앞으로) 비디오 기능 등을 탑재한 쪽으로 진화하지 않겠나. 로봇이 워낙 어려워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구민 : 반려동물 로봇은 외로운 사람을 상대해주고 집에서 이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된 소니의 ‘아이보’ 같은 경우도 사람들이 생각한 건 음성인식으로 대화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아지의 움직임으로 노약자에게 도움되는 거다. 반려동물의 행동을 AI로 모사한 것도 몇 개 나왔다.

김인경 : 동반자 로봇이 과거 공개된 휴머노이드 등과 큰 차이가 있나. 예전에 비해 개선된 것이 있나?

전종홍 : 제품이 많이 나왔다는 건, 다른 말로 보면 시장에 출시할 만한 가능성이 있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사물인터넷(IoT)은 지금 어디쯤 왔나”

김인경 : 이번 CES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였다. 하지만 아직 ‘시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나 그럴 만한 시도는 별로 없던 듯하다. IoT 생태계가 아직 제대로 전처럼 작은 규모의 가전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보이는데, IoT 시장의 발전 동향도 궁금하다.

△전종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전종홍 : 일단 스마트시티는 개인적으로 혹평했다. 중국과 차별화하면서 미국과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선언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도 봤다. 스마트홈이 아직 안되는데 스마트시티가 되겠나. 아직은 먼 일이라고 본다.

정구민 : 실질적으로 CES 전시에서 스마트시티와 관련해서 엄청난 게 있거나 하진 않았다.

전종홍 : 특징 중 하나는 홈시큐리티에 대한 제품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CCTV나 도어락을 비롯한 여러가지 제품이 나왔다. 또 처음으로 삼성전자, LG전자가 OCF(글로벌 IoT 표준 단체) 기반으로 스토리를 가지는 IoT를 시연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삼성 부스는 철저히 IoT 콘셉트를 기반으로 했다. 대형 가전사가 본격적으로 가전에 IoT를 넣은 것이다. 소형가전 중심이냐, 대형가전 중심이냐. 기술하는 사람 관점에서는 그런 차이가 크다

이것과 비교해서 중국 가전사들은 IoT를 내세우긴 했지만 짜임새 있는 모양새를 보여주진 못했다. 이게 이번 CES에서 (한·중이) 차별화된 포인트였다. 앞으로 IoT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정욱 : 각 진영별로 IoT 생태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 같다. 삼성도 스마트씽스 중심으로 IoT 생태계를 만든다고 했고 구글, 애플도 비슷하다. 흥미롭게 본 건 바이두, 알리바바 같은 중국 회사들도 그 역할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미국 등은 IoT 분야에서 많이 앞서가고 있고 시장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몇 년이 지나도 이 추세는 안 바뀌는 것 같다.

전종홍 : 중국 업체들은 한국보다 규제가 덜하니까 소형화된 제품군, 예를 들어 심전도 모니터링 같은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나와서 “우리가 이런 제품으로 생산해줄 수 있다”고 어필하고 다른 헬스케어 제조사의 OEM 역할을 하려 하더라.

“슬립테크는 앞으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작년, 재작년만 해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회사들이 웨어러블 제품을 엄청 가지고 나왔는데 올해는 부스를 하나도 안 만들었다. 돈이 안 된다는 거다. 웨어러블은 피트니스에 특화된 영역이거나 헬스케어 영역이거나,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슬립테크에는 여전히 많은 관심이 모였다. 아마 세상이 (초미세먼지 등으로) 더러워지고 (건강관리가) 힘들어지니까 잠 자는 것을 잘 해야 한다는 관심이 는 것 같다. 슬립테크는 앞으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재작년보다 2배 이상 많아졌으니까, 시장이 있다는 거다.

“올해 자율주행차 주인공은 앱티브-리프트”

김인경 :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보자. CES가 흡사 모터쇼를 방불케 하고 있다.

임정욱 : 자동차관에 자동차가 오히려 없었다. 혼다도 없었고. 자동차가 전시돼 있어도 당장 파는 것이 아니라 미래형 콘셉트카를 보여주는 분위기였다. 현대, 기아차가 너무 평범하게 한 것 같다. 미래 없이. 꿈이 없다 할까. LG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고 국내 기업의 한계였던 것 같다.

전종홍 : 바이톤이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컸다. 전시는 자동차 1대만 해놨는데, 잘 만들어진 자동차 1대 가지고 자신들이 설명하고 싶은 회사의 모든 가능성을 설명했다. 테마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

정구민 : 아까 임 센터장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는 좀 비판 받아야 한다. 이건 좀 언론에서 지적해줘야 한다. 작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 가서도 든 생각인데, 다들 하는 이야기가 안타깝다고,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다.

임정욱 : 나중에 보니 국내 시장에는 굉장히 대단한 걸 한 것처럼 나왔더라. 저는 오히려 의외의 서프라이즈는 토요타라고 봤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나와서 다목적 차 프리젠테이션 하는데, 콘셉트카임에도 무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스토리가 있는 발표를 잘 해서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토요타가 제안한 다목적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팔레트’ (사진=토요타)

정구민 : 토요타의 변화가 상당히 빠르다. 이번에 나온 건 2020년 동경 올림픽에 내놓기 위한 다목적 카인데, 의미 있다. 현대는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데 올해 (전시) 콘셉트를 잘못 잡았다. 친환경 차는 모터쇼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벤츠의 엠벅스는 기술 차이가 상당하더라. 다들 차세대 콕핏을 전시하는데 벤츠 콕핏은 차세대이면서 4월에 나오기 때문에 차세대가 아니었다. 디스플레이 2개 놓고 계기판, 터치도 되고, 중요한 게 음성인식을 내장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기술이 한 2년은 빠른 상황이다.

△정구민 교수

예를 들어 차량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어 음성인식을 할 수 있는데 서버를 통해서 이뤄진다. 벤츠는 AI 음성인식을 내장해서 처리하고 필요하면 클라우드를 오가는 걸 내놨다. 이게 하이브리드 구조인데 자동차 회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동안 벤츠가 IT 기술에 투자 많이 해서 이런 디바이스 AI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벤츠 말로는 이것을 벤츠 막내 모델인 A클래스부터 낸다고 하더라. 왜 막내 모델에 적용하냐고 하니까 ‘영 벤츠’, 젊은 벤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동차 중에선 토요타, 벤츠가 잘했다.

전종홍 : 저는 엔비디아의 스포츠카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기술력을 소개할 수 있는 제품을 가져다 놓은 게 좋더라.

김인경 : 시승행사도 있었는데.

정구민 : 매년 시승행사가 있었다. 작년엔 현대차가 4단계 자율주행차로 한바퀴를 돌았고, 자동차 회사들이 시승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특이한 게 자동차 회사의 시승행사가 없었다.

(사진=앱티브)

대신 자동차 회사들은 자사가 운영중인 자율주행차 가져다놓고 시승 행사에서 빠졌다. 이번에는 부품사들이 많이 했다. 그 중에서 앱티브-리프트가 성공적으로 (운행)했다.

앱티브-리프트는 첫 날 비가 왔는데도 시승행사를 했고, 나비야라는 자율주행 업체는 (운행을) 포기했다. 앱티브는 미국 차량 부품 회사 델파이에서 나온 회사다. 이 회사가 있는 피츠버그가 비와 눈이 많은 곳이다. (앱티브가) 애초에 자기들은 눈, 비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 비가 와서 살짝 고민했다는데, 잘 운행됐다.

나비야란 업체는 라이다 센서가 중심이다. 비가 안 올 때는 그냥 달릴 수 있는데, 비 올 때는 자신이 없는 거다. 나비야가 완전히 이미지를 구겼다. 여기서 시사점은 자율주행이 레벨4라니까 다 된 것 같은데, 사실 갈 길이 멀다는 거다. 센서의 한계가 있다. 이걸 이번에 정확하게 보여줬다.

전종홍 : 이제 기업들이 자율주행 이후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 안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고화질 비디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든다거나, 오디오 비디오에 대한 다양한 제품이 나오거나. 이 시장이 앞으로 계속 가는 시장이 아닐까 한다.

임정욱 : 파나소닉이 자율주행차 내부를 전시했더라. 말씀하신 대로 세상은 자율주행 방향으로 가는 건 확실하고, 이제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단계다. 다들 열심히 얼라이언스(연합체)를 만들고 있다.

기술적으론 한계가 많다는 얘기도 있는데, 처음에 말했듯 불과 5년 전엔 이런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5년 전 키노트를 보면 자동차 얘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이야기만 한다. 이번에 엔비디아 프레스 키노트 보면서 감탄한 게, 1시간50분 동안 키노트를 하는데 게임은 이만큼, 인공지능 이만큼, 나머지는 다 자율주행차였다.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이렇게 업체들이 죽어라 경쟁하고 난리를 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차 세상이 빨리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정 교수님 같은 전문가가 생각하기에 얼마나 빨리 올지 궁금하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완벽하게 오는 건 없고 서서히 올 거다. 앱티브-리프트가 함께한 게 중요하다고 보는 게, 자율주행을 서비스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사람들을 위해 따로 예약을 받은 게 아니라 일반인도 리프트 앱으로 앱티브-리프트 자율주행차를 신청해서 타봤다.

라이드쉐어링(승차공유 또는 차량호출)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세상에서 유리한 고지다. 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차이나 일렉트릭 쇼? 한국 기업은…”

김인경 : CES를 두고 ‘차이나 일렉트릭 쇼’의 준말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번에도 중국 업체 약진이 두드러졌다고들 하더라.

전종홍 :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올해는 자잘한 부스가 사라졌다. 퀄리티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임정욱 : 중국어를 쓰고 중국 기업이란 걸 밝히는 데 거침이 없었다. 전에는 회사명에 무조건 ‘선전(톈진)’이 붙어 있었다. 요즘은 다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DJI도 정식 회사명 앞에는 선전이 붙는다. 그런데 DJI를 앞에 두고 브랜드를 내세워 선전 회사인지는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매년 조금씩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하도 본국에서 투자를 잘 받으니까 작은 로봇회사로 5년 전에 CES에 왔던 업체가 이제는 몸값 4조원 정도 되는 유니콘 회사가 돼 오기도 한다.

당 차원에서 창업하라 밀어주는 분위기지만 스타트업에 바로 돈을 주는 건 아니다. CES에 온 업체들 보면 다들 자기 돈으로 왔지, 정부 지원금으로 온 회사가 없다. (중국 내) 펀딩이 실리콘밸리만큼 되고 자금력이 받쳐주고 제품 공급 체인이 받쳐주니 (성장이) 가능하다.

도전 정신이랄까, 기업가 정신, 창업 정신이 넘친다고 할까? 기회가 있으면 베끼든 뭘 하든 한다는 건 그만큼 들이댄다는 것이다.

정구민 : CES 메인 공간에서는 중국이 눈에 잘 안 띈다. 중국은 가전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또 자동차 쪽 가도 없다. 바이두하고 또 바이톤 정도가 있는데 기존 자동차사들이 있어서 이쪽 위주로 관람하면 중국 파워를 느낄 수 없다.

임정욱 : 정말 무서운 것은 국가에서 AI 의제를 잡아 밀어주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해준다. 바이두 등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가 이걸 다 이해하고 확실하게 밀어준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김인경 :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보셨나. LG, 삼성 두 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임정욱 : LG AI 시연, 다 보셨나. “클로이” 불렀는데 대답을 못했다.

정구민 : (데이빗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이) 잘 넘어가더라. “나랑 장난해?” 이러면서.

임정욱 :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LG가 직접 클로이라고 해서 ‘싱큐’라는 인공지능 플랫폼 내놨다고 해서 기대 했는데, 사실 그 안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앉아있는 형상이었다. 그런 면에서 갈 길이 멀다. 삼성은 ‘빅스비’를 내놨는데 잘 안 되는 눈치다.

정구민 : 전반적으로 보면 삼성과 LG는 가전 실적이 좋다. UHDTV는 정말 좋다. 중국이 못 따라온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가전은 워낙 시장이 좋다.

다만 봐야 할 건, AI에 대한 투자다. 스마트폰에서 화웨이가 치고 나가고 있다. AI 투자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다. AI 측면에서 삼성 빅스비의 경우에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 문제는 빅스비 수준을 좀 높이는 게 삼성이 가져가야 할 과제다.

(사진=CES)

전종홍 : 사실 CES에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 많다. 주로 가전에 대해 나오지만, 반도체 등 기반 기술은 보이는 게 아니니까. 기반 기술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AI도 중요하다. AI의 중요한 기반기술을 삼성, LG가 잘 하려면 네이버, 카카오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게 앞으로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정구민 : 디스플레이 측면에선 모듈로 TV를 만드는 삼성 ‘더 월’이 상당히 의미 있었다.

“스타트업, ‘유레카 존’에서 프랑스 돋보였다”

전종홍 : 스타트업 ‘유레카 존’을 보니 올해는 전보다 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임정욱 : 맞다. CES가 장사를 잘했다. 프랑스가 기세를 올리는 건 여전했다. 유레카 관이 한계 있어서 더 크게는 못 늘리고 900곳 정도를 한 층에서 전시했는데, 900곳 중에서 270곳 정도를 라 프렌치 테크가 차지했다.

유럽 국가도 많았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심지어는 우크라이나까지, 스타트업간 국가 대항전 같은 느낌이 있었다. 너무 많아서 보기 쉽지 않았다. 거기에서 그래도 의미 있게 전시한 게 삼성전자의 C랩 같다.

전종홍 : 한국 업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라

임정욱 : 우리나라에선 협회, 지방자치단체, 코트라 등이 다 따로 전시한다. 기억하기로는 5년 동안 내내 (흩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뀌지 않는다.

김인경 : 최근 프랑스 스타트업이 강세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인가.

임정욱 : 유럽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주 활발하다고 한다. 원래 영국이 톱인데 영국 못지 않은 규모로 가고 있다고. 프랑스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1천만 많은 수준이다. 별 차이가 없다. 좋은 엑시트 사례를 잘 홍보했다.

(유레카 존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업체들은 많은데, 그 업체들이 과연 기획한대로 제품을 내놓고 중국 업체들처럼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이 되느냐, 하면 꼭 그렇게 되는 건 아니더라.

국내 기업, 정부, 관련 기관은 올해 무얼 해야 하나

김인경 :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CES 2018에서 본 트렌드를 비춰볼 때 국내 기업과 정부, 관련 기관 등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각자가 생각하는 국내 IT업계 당면과제가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정구민 : 가장 중요한 건 AI에 대한 투자다. 누구나 쓸 수 있는 AI 플랫폼이 필요하다. 한국이 고성능, 저가형 AI 플랫폼을 만들어서 중소기업에 풀면 좋을 거다. 누구나 필요로 하고 모든 회사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AI 팀을 만들고 마케팅만 하는 사례도 있다. 회사 내에서 용역도 많이 한다. AI에 정말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건 네이버밖에 없다.

“누구나 쓸 수 있는 AI 플랫폼 필요하다”

또 IoT나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쉽다. 스마트홈은 당장 보안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스마트홈이든 스마트 카든 IT 업체보다도 건설업체, 자동차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자율주행차는 풀링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5G는 아직 우리나라가 가능성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가장 시급하지 않나 생각한다.

임정욱 : 중국의 부상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못 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많다. 자율주행 플랫폼을 보면 완전히 서비스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하드웨어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셋을 바꿔야 한다. AI를 한다고 국가 어젠다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걸림돌을 효율적으로 없애고 (업체가) 뭐든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건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차량호출) 플랫폼이다. 미국엔 우버, 중국엔 디디추싱이 있다. 플랫폼과 제휴해서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차를) 테스팅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조차 풀러스(※참고기사-풀러스 ‘출퇴근 시간선택제’ 도입, 서울시 “고발하겠다” 맞불, <블로터>) 논란이 있듯, 눈치를 보고 (도전을) 못하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 자체가 기업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두렵고 위축되게끔 만든다.

중국은 신경 쓰지 않고 뭐든 다 해본다. 이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어도 부처 간 협업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종홍 : 눈에 드러나지 않는 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CES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 기술 등 미래를 위해 밑단에서 핵심이 되는 일들을 하는 게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자율주행 이후 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도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본다. 이런 새로운 영역들을 찾고, 또 밑에 보이지 않는 영역 찾으면서 그런 일들을 하는 기업, 스타트업이 잘 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역할을 대기업이든 정부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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