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책은 점점 더 많아지고 가방은 덩달아 무거워진다. 잠은 더 부족해지고, 운동장은 체육시간 빼고는 공차는 아이들도 없다. 학교앞 학원 버스를 타고 늦은 밤 다시 그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아이들. ‘창의교육’을 한다고 이상한 현장체험학습들은 또다른 사교육시장을 만들어주고 있는 오늘의 교육현장.
최근 교육관련한 책들을 많이 접하는 편이다. 내가 경험했던 교육과 지금 부모들이 경험하는 교육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사람들은 무엇을 걱정하고 염려하는지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책들에 대개 들어 있기 때문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도 바로 그렇게 만나 책들 가운데 한 권이다. 두 아이를 독일에서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의 ‘독일교육 적응기’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 독일 교육현장에서 등수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적 사고’와 그런 교육경험을 충분히 갖고 있는 어머니가 독일교육 행정을 이해하고 그 교육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독일에서 꼴찌는 없다.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초등 4학년 때 습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생님들의 권한은 생각 그 이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독일교사들의 교권은 무너지지 않았으며 학생들을 평가하고 가르치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권한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독일의 교육은 시험성적이 다인 ‘대한민국 교육’과는 달리 출석이나 수업태도 등의 점수가 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시험성적만이 그 사람을 다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우수 학생들을 위한 집중적인 수업환경이 아니라 중간정도나 그 하위그룹의 아이들의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고 ‘한 줄’로 세우는 우리나라의 교육과는 달리 함께 조별로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긴 시간’을 주는 것도 귀담아 들어볼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실에서도 최근 이런 사례들이 많이 소개가 되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일제식 교육의 틀’을 벗어나 좀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독일교육이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행정과 교육에 대해 신뢰한다는 이유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소극적 관심은 방치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재교육보다는 ‘함께 가는 교육’에 초점을 둔 독일교육, 저자는 이에 독일교육과 한국교육의 장점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면 이상적인 모델로서 우리나라 교실에도 또 다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얼마전 만났던 한 선배는 자신의 두 자녀들과 같이 인도로 여행가서 그곳에 있는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게 했다고 한다. 그러다 다시 한국으로 오게되었는데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아이는 지인의 집에 머물면서 거기서 더 공부하도록 하고 왔다고 한다. 거기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해 했다는 것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관련한 사람이 참 많다. 그러나 많은 교육종사자들 보다 우선적으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자녀에 대한 생각과 그 개념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이다.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로서 그가 좋아하고 원하고 바라는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지, 부모가 원하는대로 끌고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녀교육을 ‘투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한 인격체를 성장시키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갈 길이 너무 멀다.
‘교육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의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우리에게도 인간의 능력과 재능은 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증거들이 더 많이 생겨,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무터킨더)
21세기북스
201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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