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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D] ②텀블벅, 창작자-후원자 징검다리를 설계하다

2018.02.28

UX(User Experience)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을 뜻합니다. 앱의 첫화면, 웹사이트 페이지 구성, 서비스가 가진 통일성. 당신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용자 경험인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앱·웹 그 뒤편에는 당신의 경험을 고민하는 사람들, UX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한마디로 ‘창작자를 위한 온라인 후원 장터’다. 창작자가 만들고 싶은 제품 또는 아이디어를 텀블벅에 올리면, 이용자들은 원하는 프로젝트를 ‘밀어주기(후원)’하고 펀딩이 성공하면 창작물을 받아보게 된다.

텀블벅이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창작자는 단편영화, 잡지, 인형, 책, 의류,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창작자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굿즈를 만들면 이용자가 이를 후원하는 방식을 통해 서로 연대하는 경우도 있다.

|텀블벅 사이트 첫 화면 갈무리.

텀블벅은 2017년 한 해 동안 성공 프로젝트 2275개, 후원금 147억원, 후원자 44만5040명을 기록하며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의 위상을 튼튼히 다져나가고 있다.

UX디자이너는 비즈니스와 테크 사이 ‘연결고리’다

텀블벅은 2011년 6월 처음 문을 열었다. 모두 엔지니어뿐이었던 텀블벅에 고혁준, 허소임 텀블벅 디자이너가 들어온 건 2016년 5월 무렵이다. 그때까지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고정된 개념이 없다는 건 다시 말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혁준, 허소임 텀블벅(스테디오) 디자이너

고혁준 디자이너는 “프로덕트(제품, 서비스)의 큰 축이 비즈니스, 테크, 유저(이용자)라고 (대표가) 말했다. 비즈니스와 테크 사이에서 유저를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게끔 이어주는 역할을 해달라더라. 그 이후로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인력이 적어 프로덕트 팀 단위로 운영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비앤비’인데, 텀블벅도 마찬가지다. 기능 또는 프로젝트로 팀을 쪼개고 그 안에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획자 등이 투입돼 하나의 제품을 만든다. 각 팀이 열심히 조각을 만들면 이를 이어붙여 하나의 조각보로 만드는 셈이다. 때로는 조각이 서로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팀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업무 방식이다. 고혁준 디자이너는 “경험 설계가 잘 안 되면 예를 들어 같은 집에서 안방은 문을 안으로 열고 화장실은 문을 밖으로 열게 되는, 그런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혁준 디자이너는 텀블벅에서 프로젝트 에디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창작자가 프로젝트 페이지를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참고해 어떤 순서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업무였다. 허소임 디자이너는 창작자와 후원자를 연결하는 메시지 파트를 맡았었다. 창작자가 다수의 후원자를 관리해야 할 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창작자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작자가 생겨나게 됐다. 당시에는 후원자 메시지가 이름으로만 떠서 창작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마지막 로그인 시간, 읽음 확인, 후원자가 택한 리워드를 영수증처럼 전부 보여주는 방식으로 고쳤다. 관련된 것만 문의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화하기도 훨씬 쉬워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합 3개월이 걸렸다.” – 허소임 디자이너

흥미로운 지점은 두 사람 모두 ‘코딩할 줄 아는 디자이너’라는 것. 입사 초기 텀블벅은 이들이 자신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게끔 장려했다. 허소임 디자이너는 “창작자를 위한 텀블벅 페이지 UX를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었다. 코드를 그냥 쓰면 되는 문제고, 구상한 대로 하기 때문에 UX 플로우도 잘 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코딩에서 손을 떼고 UX에 집중하게 됐다. 넓은 범위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업무를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는 프로덕트가 나오면 경험 설계를 디자인하고,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엔지니어와 소통하는 ‘통로’로 기능한다. 코딩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여전히 엔지니어와의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다. 고혁준 디자이너는 “코딩할 줄 아는 디자이너는 각자 역할에서(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스프린트로 문제해결하기

디자이너가 들어오면서 텀블벅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협업을 고민했다. 그 결과 문제 상황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구글의 ‘스프린트’를 도입했다.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가 고안한 스프린트는 개인의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단 5일 만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기획 실행 프로세스다. 고혁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혼자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일 때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뜯어보는 과정”이라고 스프린트를 설명했다. 이들이 예시로 든 스프린트 경험은 다음과 같다.

  • 1일차 – 문제를 찾는다 : “후원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프로젝트를 찾을 수 없다. 사용자들이 ‘ctrl+F’로 검색하고 있다.” “후원 프로젝트가 많은데도 정보가 따로 나뉘어지지 않아서 로딩 시간이 한참 걸린다.” “후원 정보가 단순 테이블 형태라서 취소 외 다른 정보는 알 수 없다.” “배송상황이나 카드결제 정보를 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2일차 – 디자이너 주도로 엔지니어와 함께 ‘자신이 생각하는 솔루션’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충 그린 스케치라도 창의적인 것을 찾을 수 있었다.
  • 3일차 – 아이디어를 종합해 문제를 잘 풀었다고 여겨지는 제안에 투표를 했다.
  • 4일차 – 최종결정안을 만든다.
  • 5일차 – 사용자 5명을 직접 불러서 테스트를 해본다.

이렇게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힘을 모아 함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실무에 큰 도움이 됐다. 텀블벅은 문제의 규모가 너무 크거나 이해관계자가 많이 얽혀 있고, 여러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처럼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 상황에 닥치면 스프린트를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고혁준 디자이너는 “제한된 시간이 디자인에 힘이 될 때도 있다”라며 “오랜 시간 동안 리서치를 해서 결정해도 사용자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반응이 어떨지 알기 어렵다. 런칭한 뒤 피드백을 수용해서 수정해나가는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보도록 할 것, 그리고 욕심내지 않을 것

텀블벅의 UX 원칙은 간단히 세 문장으로 정리된다 하나, 쉽게 훑어볼 수 있을 것. 둘, 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드러낼 것. 셋, 행동을 제한할 것.

고혁준 디자이너는 “텀블벅 사이트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평균 7초 정도를 보고 사이트를 이탈했다”고 말했다. 한 번 훑어봤을 때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쉽게 사이트를 떠난다는 얘기다.

|텀블벅 사이트는 전부 간결하다.

이 때문에 텀블벅은 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창작자가 제안하는 내용을 읽고 후원하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유인은 모두 제거했다.

|텀블벅에 올라온 한 프로젝트.

디자인으로 실험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버튼을 달고, 사람들이 생각할 법한 흐름대로만 만든다. 텀블벅 사이트의 학습곡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텀블벅 UX의 목표다. 그는 “읽다 지쳐 떨어져나가거나, 할 수 있는 기타 행동이 너무 많아서 후원 전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는 것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텀블벅은) 마켓 플레이스고 중개인이고 창작자를 위한 앱스토어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창작자인데, 디자인에서 우리가 돋보이고 화려해지면 그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잃을 수 있다.” – 고혁준 디자이너

허소임 디자이너는 “창작자가 돋보일 수 있게 힘을 뺀 것,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다. 내 디자인에 대한 욕심을 많이 버렸다”라며 “사람들이 (창작자로서) 잘 안착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게 디자인하는 ‘문제해결사’로 기능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먹고사니즘’ 해결하는 새로운 UX

창작자는 텀블벅을 통해 아이디어를 후원 받고, 창작물을 만든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동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창의적인 아이디어 대다수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고혁준, 허소임 디자이너 둘다 그 부분이 UX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회사가 가진 미션이 창조적인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기반이 되어주는 일을 하자고 한다. 첫 아이디어가 지속적인 업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 고혁준 디자이너

이에 고혁준, 허소임 디자이너는 텀블벅의 새로운 플랫폼 모델 ‘스테디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스테디오는 아직 기획 개발 단계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창작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기적인 수익, 나아가 생계수단을 도모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UX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험 설계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

허소임 디자이너는 “창작자의 지속적인 작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라며 “텀블벅은 국내 안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 해외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