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터진 외산 스마트폰에 반토막난 ‘스카프(SK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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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하 SKT)의 미들웨어 ‘스카프'(SKAF ; SK Application Framework)가 반쪽이 됐다. 향후 출시되는 외산 스마트폰에는 SKAF를 탑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스마트폰에는 계속 SKAF를 적용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반쪽자리 플랫폼이 된 셈이다.

지난달부터 ‘모토로이’ 사용자들은 모토로이에 내장 메모리가 부족하다며, SKT 측에 SKAF와 이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T맵, T스토어 등 SKT의 번들 앱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다음주 출시되는 HTC의 ‘디자이어’가 SKAF를 탑재하지 않고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토로이 사용자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이에 SKT는 모토로이에서 SKAF와 SKT의 번들 앱을 삭제한 롬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외산 스마트폰에는 SKAF를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T는”외산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다보니 일정상 자체 미들웨어(SKAF)를 탑재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외산 스마트폰에 SKAF를 탑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미들웨어 전략의 궤도 수정을 뒷받침할 이유라고 하기엔 궁색해보이지만, 아무튼 SKAF를 중심으로한 미들웨어 전략은 실패한 꼴이 됐다.

올해 안드로이드폰만 12종 이상을 쏟아내겠다고 했던 SKT였다. 과연 모든 스마트폰에 SKAF를 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앞으로도 국내 제조업체의 스마트폰에는 기존대로 SKAF를 내장해 출시하겠다는데, 반쪽자리 미들웨어의 경쟁력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스마트폰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허울 뿐이다.SKAF는 이미 앱 개발자와 스마트폰 사용자 양측에서 적지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개발자들은 SKAF를 활용해 앱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안정성도 떨어지고 앱 구동 속도가 느려진다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SKAF를 기반으로 한 앱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프다.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미들웨어에 기반해 개발한 앱은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해 개발한 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발 비용이야 절감된다 하더라도 각각의 플랫폼에서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돌이켜 보면 이통사 주도의 미들웨어 전략은 애초부터 경쟁력이 없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내 제조업체에만 SKAF 탑재를 요구하겠다는 정책도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내년에 선보인다는 통합 앱스토어가 WAC 표준에 맞춘 별도의 미들웨어를 내놓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SKT 라인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의 OS 업그레이드 문제도 SKAF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피터 쵸우 HTC 대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새 버전을 내 놓으면 제조사가 자체 UI를 탑재하고 최적화하는 데에만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들웨어 등 이통사의 커스터마이징 사항이 늘어날수록 최신 운영체제가 사용자들에게 반영되는 시간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사용자들도 SKAF를 외면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국내에 출시된 외산 스마트폰이 해외 제품보다 성능이 느려졌다며 그 원인으로 SKAF를 지목하고 있다. 모토로이 사용자들은 단체로 들고 일어나 SKAF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용자들은 SKAF가 탑재되지 않은 HTC 디자이어를 두고, ‘드디어 이통사 커스터마이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외산 스마트폰이 나왔다’며 반색하고 나섰다.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외면하는 플랫폼의 미래는 뻔하다. 플랫폼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차피 모든 스마트폰에 SKAF를 탑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외산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에서 SKAF를 걷어내는 것은 어떨까. 위피 콘텐츠를 사용하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또한 T스토어, T맵 등 SKT 자체 서비스의 만족도 높이기 위해서도 이들 서비스를 SKAF에서 떼어내 OS별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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