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프로젝터 리더 번역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나라 말을 미묘한 뉘앙스 하나 놓치지 않고 다 알아듣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를 자기네 나라 말로 정확하게 바꾸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단어에 따라서는 정말 난감한 일이 발생한다. 암만 사전을 뒤져보고 물어보아도 답이 안 나올 때에는 방법은 딱 한가지이다. 그냥 그대로 읽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이름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였다. 말하는 사람도 이걸 제대로 알아듣겠나 싶어 겸연쩍어했고 듣는 사람도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창조적 평민’이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으니 오죽하였을까. ‘창조적’, ‘창의적’ 그 어느 것도 creative의 정확한 뉘앙스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commons는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아예 뜻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낯선 단어였다. 로렌스 레식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투덜거리듯이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 ‘도대체 commons가 뭡니까’였던 것도 사실 이름을 그렇게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불평이었다. 

그토록 번역하기 어려운 두 c-word, creative, commons와 함께 나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 대한 인연은 시작되었다. 물론 나에게도 commons는 낯선 단어였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commons가 무슨 뜻인지 설명하고 다닌다. 여기에 적어놓은 것처럼 나름대로 비유도 만드는 센스까지. 

그때보다 내가 영어실력이 늘어서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솔직히 말하건대 어렸을 때 영어교육의 한계는 암만 발버둥쳐도 뛰어넘기 힘들다. 내게 생긴 변화는 영어실력이 아니라 commons가 의미하는 개념에 대한 인식의 발전이다. common이 public과 어떻게 다르고, 共有가 公有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된 것이 나의 변화이다. 

그러나 commons는 예전부터 이미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는 이를 ‘내 것이지만 다른 이와 함께 나눔’이라는 의식 있는 선행으로만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었지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commons를 선행을 강요하는 부담스러운 요구나 심한 경우에는 재산의 포기를 주장하는 의심스러운 자들의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 있어서 commons가 차별된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이유는 앞에 creative라는 목적성 수식어가 있기 때문이다. 레식 교수의 아이디어가 사실 그다지 새롭거나 혁신적인 것이 아님에도 그토록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단순히 commons의 주장이 아닌 creation을 위한 commons를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핵심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뒤의 commons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의 creative 부분에 있다. 이러한 주장이 좀 생뚱맞다면 다들 잘 알고 있는 웹2.0을 생각해보라. 웹2.0이라는 트렌드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이들이 제공한 commons로 돈을 버는 것이다. 웹2.0이 매력적인 것은 commons에 있는 것이 아니라 commons로부터 수익을 creation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commons로부터 creation하려는 가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누구는 수익을 목적으로 할 수 있고, 누구는 예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누구는 자신의 소중한 이념의 실현이 목적이 될 수 있다. CCL, 즉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는 각자의 원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그 재료인 commons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CCL이 GPL 등 다른 비슷한 유형의 오픈라이선스보다 좀 더 유연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거기에 연유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한국에 정식으로 출발한지 오늘이 딱 2년째 되는 날이다. 그야말로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한데다가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달린 활동이었던 만큼 그 결과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동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를 위해 힘써준 얼리어답터들의 열정적인 참여 덕택으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제일 아쉬운 것은 무엇을 creation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시도보다는 commons를 만들어내는데 급급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은 CCL을 적용한 수많은 사례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창작물에 CCL을 적용함으로써 commons를 만들어냈지만 이것으로 무엇을 creation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려가 없었다. ‘CCL은 자유로운 복제를 허용한 것이다’라는 관념에 머무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변경금지 조건이 붙은 CCL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creative이다. 이것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와 꼭 관련해서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산업에서 creative의 부족을 외쳤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약점이다. creative는 구호의 제창이나 단순한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creative를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경험이다. 자신의 저작물이 한번 침해되어 보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게 생기듯이 creative는 creation의 경험을 자꾸 겪어봐야 생긴다.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활동이 단순히 CCL을 적용하는 사이트의 확대나 콘텐츠를 늘리는 쪽보다는 commons를 이용한 creation의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또 다른 두가지 c-word, communitycontribution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번역이 어려운 단어들이다. 특히 community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아듣는 말이 되었기에 다행이지 이를 번역하라고 하면 정말 곤혹스럽다. community 자체가 지리적 구획부터 이념적 단체까지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보통 community라 할 때 느낄 수 있는 느슨한 연대의 공동체로서의 뉘앙스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어느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개념은 쉽게 말해 그 개념이 없거나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현할 일이 없었기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와서 진정한 의미의 community가 조금씩 늘어가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community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미약하다. 오픈소스 community의 부진도 그 한 예이다. community 문화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이기 때문에 community의 부족은 creative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community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올해는 본격적인 CC Community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그 안에서 commons의 축척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수많은 contribution이 모여 새로운 가치들을 마구마구 creation할 수 있기를 바란다. CCL의 메타데이터를 대상 파일에 삽입시켜, 권리자에게는 자신의 저적물의 이용현황이나 소재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저작물이 전전 유통되는 과정에 라이선스 표시나 저작자등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도 저작물의 저작권자와 출처 및 적용된 라이선스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작업 지금까지는 인터넷의 분산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콘텐츠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를 최대한 삼가해 왔지만, 좀 더 용이한 creation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위해 라이선스를 적용 단계에서 라이선스와 저작물에 대한 정보를 중앙서버에 보내주는 프로세스를 허락하도록 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각 포털과 협력하여 CCL 검색을 위한 API를 제공받아 포털내부의 콘텐츠에 대한 검색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한 오픈 멀티미디어 툴을 마련하는 작업 등이 현재 고려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중의 일부이다. community의 contribution이 절실히 필요함을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든든한 지원을 위해 현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개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commons, creation, community, contribution의 네 가지 c-word가 만들어 내게 될 가치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더 이상의 곤혹스러움이 없이 위 단어들을 우리말로 쉽게 번역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윤종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더,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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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먼트2.0 협업 프로젝트 활동가이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 twitter : @iwillbe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