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해 아이폰7·아이폰7플러스 프로덕트 레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4월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도 ‘빨간색’ 버전을 공개했다. 애플이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프로덕트 레드 에디션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도 조명을 받고 있다.

| 애플은 지난해부터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프로덕트 레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출처: 애플>

에이즈 퇴치 운동을 위해 설립된 ‘레드(RED)‘ 재단은 2006년부터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에 참여해, 레드의 이름을 붙인 붉은색 제품을 내놓으면 판매 수익금 일부(최대 50%)가 에이즈 퇴치 운동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그렉 조스위악(Greg Joswiak) 애플 제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대담하고 새로운 아이폰을 통해 레드를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우리가 그러하듯 고객들도 이 제품을 특별하게 생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U2 리드 보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캠페인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레드 재단은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록밴드 U2의 리드 보컬 보노(Bono, 본명 Paul David Hewson)에 의해 만들어졌다.

보노는 1985년 에티오피아 고아원을 방문하면서 아프리카의 빈곤한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빈곤은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든 보노는 그 이후 아프리카 인권활동에 발 벗고 나서게 됐다.

| 그룹 U2의 리드 보컬 보노. 그는 사회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출처: 위키백과>

보노는 2002년 사회운동가 바비 슈라이버(Bobby Shriver)와 함께 DATA(Debt, AIDS, Trade, Africa)를 공동설립했다. 2005년에는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에 참석해 아프리카의 부채를 탕감해달라고 호소해 화제를 모았다.

2006년부터는 에이즈 퇴치 운동 기금 마련을 위해 레드 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기부를 연결시키면 에이즈 퇴치 운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고 덩달아 수익금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 운동과 기업의 이익 추구 활동을 연결시키는, 이른바 ‘코즈(Cause) 마케팅’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 아이팟, 티셔츠와 청바지를 사려고 하는데 왜 레드를 사지 않을까. 그게 레드의 아이디어다.”

보노는 래리 킹 쇼에 출연해 “5천 명의 아프리카인이 예방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매일 죽어가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글로벌 펀드를 위해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라고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03, 2005,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후보에 올랐다.

레드 재단이 빨간색 선택한 까닭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은, ‘레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빨간색 제품을 출시한다. 모든 프로덕트 레드 제품 구매 시, 일부는 글로벌 펀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 기금으로 바로 전달돼 검사, 상담,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된다. 특히 해당 기금은 임산부의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이되지 못하도록 근절하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인다.

왜 하필 빨간색인 걸까?

빨간색은 에이즈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1991년 폴 자바라를 중심으로 한 ‘비주얼 에이즈’가 빨간색 에이즈 리본을 만들면서, 빨간색 리본은 에이즈 감염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를 표현하는 상징물이 됐다. 빨간색은 에이즈가 피의 교환으로 전염되는 질병임을 알리는 동시에 사랑과 정열을 의미한다.

| 빨간색은 강렬하다. 누구에게나 눈에 띄는 색이기도 하다. <출처: 애플>

레드 재단의 바비 슈라이버는 ‘비상 사태’를 나타내기 위해 빨간색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빨간색은 비상 사태를 나타낸다.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매일 6천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데에는 모두 수긍하지만 비상 사태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비상 사태임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레드, 그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레드 재단은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통해 총 5억 달러(약 5353억 원)의 기금을 모았다. 그중 애플이 낸 기부금은 1억6천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기부금을 모은 기업인 셈이다.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논할 때 애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애플은 2006년 10월 13일 ‘아이팟 나노 2세대’ 레드 스페셜 에디션을 시작으로 아이팟 셔플, 아이팟 터치, 아이폰 케이스, 아이패드 커버 등 프로덕트 레드 제품을 만들어왔다.

|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빨간 맥 프로. <출처: 소더비>

2013년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빨간 원통형 ‘맥 프로’를 공개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 올라간 맥 프로 레드 에디션은 97만7천달러(약 10억 원)에 낙찰됐다. 일반 맥 프로와 똑같은 사양에 색상만 다를 뿐이지만 엄청난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조니 아이브가 설계한 빨간 책상은 168만5천 달러(약 18억 원)에 판매됐다. 애플은 앱 스토어 등을 통해 레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애플만 프로덕트 레드 제품을 내놓고 있는 건 아니다. 스타벅스, 나이키, 코카콜라, 갭 등 다양한 기업이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에 동참해왔다. 델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08년 윈도 비스타 얼티밋 프로덕트 레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 프로덕트 레드가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출처: 레드 재단>

프로덕트 레드는 소비자가 빨간색에 담긴 의미를 모르더라도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사고 싶은 제품을 그저 구매하는 것만으로 에이즈 퇴치 운동에 도움이 된다. 영리한 기부다.

레드 재단은 아프리카 지역 9천만 명의 에이즈 환자의 삶을 바꿔놓았다. <바이라인 네트워크> 보도에 따르면 2000년에는 HIV와 에이즈 치료 약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70만 명밖에 되지 않았으나 2016년 기준 1820만 명이 약을 통해 에이즈를 극복하고 있으며, 10년 전에는 HIV를 갖고 태어나는 아기가 매년 2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40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에이즈 환자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돈은 단돈 30센트, 우리 돈 400원 정도다.

※ 참고자료

– 최호섭, 『30센트가 만드는 기적, 프로덕트 레드』 (바이라인 네트워크, 2016.11.30)
– 이기범, 『빨간 맛, 궁금해 애플』 (블로터, 2018.04.10)
– 레드 재단 홈페이지 (http://www.red.org/our-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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