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CEO와 ‘아이언맨2’

가 +
가 -

얼마 전 ‘블로터닷넷’에서 국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업체분들이 조촐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런파이프),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잇글링),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유저스토리북), 김범섭 ITH 대표(톡픽), 김범진 씨지온 대표(라이브리) 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요즘 SNS 동향부터 먹고 사는 얘기까지 격의없이 나누는 친목 모임이었습니다. ‘블로터닷넷’ 공식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짧게나마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겸한 조촐한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도중, 얼마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2’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무기업체 CEO이자 천재형 억만장자인 토니 스타크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운다는 전편 ‘아이언맨’ 줄거리를 잇는 영화입니다. 이번 2편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경쟁 가문의 위플래시, 둘의 대결을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의 영화평이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경쟁자인 위플래시를 벤처 CEO에 대비시켜 바라본 얘기입니다. 이동형 대표의 말에 둘러앉은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요약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아이언맨2’를 보면서 ‘아, 얘네들이 벤처 CEO와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주인공인 스타크는 개발 능력을 갖춘 CEO입니다. 이 친구는 스스로 수트를 제작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힘을 갖추죠. 하지만 반대편인 위플래시는 어떤가요. 직접 수트를 개발할 능력이 없으니, 대안을 찾습니다. 스타크 경쟁자인 개발자 저스틴 해머와 손을 잡는 겁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개발거리와 숙제를 계속 해머에게 던져주죠. 위플래시는 직접 개발할 능력이 안 되니까, 해머를 부리면서 계속 그 개발자를 닥달합니다. 결과는 어떤가요? 개발 능력을 갖춘 CEO인 스타크의 승리로 끝나게 되죠.

제가 보기엔 IT 벤처기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예컨대 페이스북을 보세요.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19살 나이에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스스로가 창의력 있는 개발자이자 CEO인 셈이죠.

이 친구가 재미있어요. 뭔가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야겠다 싶으면, 직접 뚝딱 만들어 붙여버릴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 정도 실력과 인사이트를 갖추고 있으니까요. 굳이 회사 개발팀을 닥달하고 조아댈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런 CEO가 이끄는 곳이 페이스북입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지금도 나이가 25살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도 한참은 직접 개발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요. 그게 페이스북이 가진 무서움이자, 앞으로도 한동안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영화 보고 나오면서 곧바로 서점 들러서 개발자용 책부터 샀어요, 하하.

어떠신가요? 어느 정도 공감이 가시는지요?

‘아이언맨2’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CEO가 개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뼈대는 이겁니다. 적어도 한 기업을 이끄는 CEO라면, 그리고 그 기업이 신기술과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쫓아야 하는 IT기업이라면,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서비스를 움직이는 기술에 대한 기본 이해가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 란 얘깁니다. 더구나 적은 인원으로 발빠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벤처기업이라면 말이죠.

벤처업계를 돌아다니다보면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사이에 눈높이가 어긋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대개는 자기 입장에서 상대방을 답답해하고 서운함을 토로합니다. 상대방 업무 내용이나 진행방식에 대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슬기롭게 조율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CEO입니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부서간 눈높이를 잘 조율하고, 각자 능력과 경험에 맞게 할일을 배분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기도 해야 할 테고, 자신이 만드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폭도 깊어야 합니다. IT 서비스는 머리에서도 만들어지지만, 촘촘하게 시스템을 짜는 개발자와 이용자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디자이너 손에서 완성되는 법이니까요.

‘돈 잘 벌어주는 게 최고’라고 말하는 CEO에게 너무 많은 덕목을 요구하는 건가요? :)

ironman2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