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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웹디자이너의 죽음, ‘과로자살’은 사회적 문제다

2018.05.10

국내 온라인 교육기업 에스티유니타스에서 2년8개월 동안 웹디자이너로 일했던 장민순씨는 올해 1월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로에 시달리던 IT 노동자의 죽음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는 5월9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진상조사결과 발표 및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과로사, 과로자살에 대한 법적 정의도 정확한 통계도 없다”며 “과로사와 과로자살은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포괄임금제, 압축노동… IT업계 전반의 문제 ‘응축’됐다

장민순씨는 2015년, 2016년 에스티유니타스와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3200만원. 기본급 월209시간분(주휴수당 포함)에 법정수당은 연장근로수당 84만4040원(69시간), 야간근로수당 11만8250원(29시간)을 합산한 금액이다.

대책위는 “2015년 계약은 연봉 중 36.1%가 연장 및 야근근로수당 명목으로 할당돼 있는 기이한 구조의 근로계약”이었다며 “대놓고 법정 근로시간을 위반할 예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포괄임금제는 초과근로수당이 미리 정해져 있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무법인 선 임창식 노무사는 에스티유니타스를 비롯한 IT업계 전반의 포괄임금제를 비판하며 “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허점이 많다. 압축적으로 노동을 시키더라도 (명확한) 법 위반이 아니라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하루 종일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근로기준법의 허점도 문제 삼았다.

근로기준법은 1주간 법정근로시간, 1일 법정근로시간 및 1주간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문제는 1일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주간 법정 및 연장근로시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며칠을 ‘몰아서’ 극단적인 압축노동을 지시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는 IT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이기도 하다.

임 노무사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상태로도 고인의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상당히 소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우울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무력감 원인, ‘노동시간통제력’

“이 회사의 모든 시스템이, 이 회사 자체가 너무 싫은데…. 못 나가겠는 거다. 여길 나가면 내가 다른 일을 해내지 못할 거 같은, 그동안 쌓아 놓은 모든 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 익명, 에스티유니타스 전직 디자이너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진상조사결과 발표 및 재발방지를 위한 토론회」 자료 중 발췌)

이날 대책위는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에스티유니타스 직원들의 정신질환 진료 인원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 직원의 정신질환 진료 비율은 2015년 1.8%에서 2017년 2.6%로 증가했고, 그중 우울증 유병율은 2015년 0.91%, 2016년 1.43%, 2017년 2.20%로 늘었다.

왜 2015년부터 정신질환 진료 인원이 급격히 늘었을까. 이에 대해 대책위 관계자는 “장민순씨 근무 이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2015년에 압박이 많았던 걸로 안다”면서 “에스티유니타스가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른 노동자에게도 비슷하게 작용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장시간 노동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넷마블과 비교했을 때, 진료횟수는 넷마블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병원을 찾은 직원의 숫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직원은 더 많을 수 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겸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오래 일한다고 죽고 싶은 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얼마나 일을 했냐(가 중요하다)”며 “칭찬과 같은 인정이나 업무에 대한 보상 여부가 장시간 노동 (스트레스)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노동시간을 통제할 수 없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도 노동자는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노동자의 죽음을 다루고 고민할 때 숫자가 주는 압박 같은 게 있다. 주 68시간 일했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일했다, 몇 퍼센트를 위반했다. 그것보다 8시간 일하고서 4시간 연장근로를 했다고 하면 그 4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송효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대책위는 이 밖에도 에스타유니타스가 채식주의자인 장민순씨에게 고기 섭취를 강요하고, 반성문 형식의 업무보고를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밤 12시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 사내 행사 참여 강요, 독후감 쓰기 등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직장상사의 괴롭힘 등 직장 내에서 겪은 문화도 고인에게 직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근로감독 강화, 야근근절 요구…”처벌 있어야 규정 지킨다”

고용노동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6년 10월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에스티유니타스 근로감독을 실시, 최저임금법 위반사례 128건을 적발했으나 한 건도 처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노무사는 “법 위반 처벌조항이 있어도 처벌하지 않는데 잘못된 노동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 포괄임금제 전면금지와 함께 엄격한 근로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에스티유니타스에는 야근근절, 인권 교육, 포괄근로계약 및 과외업무 근절, 전 직원 심리상담 및 치료, 진정한 사과와 책임 인정, IT업계 및 디자이너 과로사와 과로자살 예방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이번을 계기로 정신건강, 포괄임금, 연장근로와 관련된 문제가 확산되고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라며 “과로사, 정신건강과 관련된 규범화가 있어야 한다.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사업자들에게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을 시켜야 회사나 사회가 과로와 관련된 부분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장례 이후, 그 다음날부터 회사 동료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언론에 공개되기 전까지 계속 만나고 다녔었고 지금도 만나고 있고요. 그전에 저를 만났던 직원들은 도와주고 싶어서 만나셨던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분들도 회사가 바뀔 거라는 희망이 없으셨어요. 이 회사는 안 바뀔 거다. 이렇게 될 거다. 돕기 위해 나왔는데 힘든 싸움을 하시는 것 같다고 했어요.

언론에 나오고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게 되었잖아요. 알음알음 루트로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분도 있고 제보해주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회사 다니는 직원분들 연령이 되게 어려요. 평균 직원 연령이 서른 한 살, 이렇거든요. 그 직원분들은 대부분 여기가 첫 회사인 경우가 많고요, 회사가 다 이렇구나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회사랑 싸우는 것 자체가 두려울 것 같고요. 재직자분들이 드러내놓고 지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넷마블도 재직자분들이 나서서 뭘 한 사례는 없다고 들었거든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직원분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고요. 느끼고는 있지만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저는 동생을 잃었고, 유족이고, 문제를 끄집어내려고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제가 (그들의) 대리만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계속하려고 합니다.”- 장향미, 故장민순씨의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