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UXD] ④떠먹는 부동산 정보로 전국민 ‘호갱’ 탈출

2018.05.17

사람은 집을 구할 때 제 일생에서 가장 큰 숫자와 맞닥뜨리게 된다. 전 재산에 가까운 금액이 오갈 수도 있는 만큼 부동산은 신중하게 살펴야 하고, 살피게 된다. 그러려면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가 부족하면, 손해보기 십상이다.

호갱노노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다만 아는 사람에겐 분명 도움이 된다. 호갱노노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시세정보 및 각종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호갱’이 되지 않도록 돕는 게 목표다. 호갱노노는 “부동산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철학을 품고 출범했다.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수많은 정보를 모아야 하고 또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의 허들을 낮춰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렇다 할 광고 없이 벌써 월 사용자 50만명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대표적인 부동산 서비스 ‘직방’에 인수합병돼 화제를 모았다.

UX 설계는 디자이너만의 영역이 아니다. 호갱노노의 UXD 기본 틀은 디자이너가 잡았지만, 그 속을 채운 건 개발자의 역할이 컸다.

부동산을 ‘인포그래픽’으로

호갱노노는 아파트 매매·전세·월세부터 평형, 가격, 세대수, 입주년차, 전세가율, 주차공간, 현관·난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구 증감,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 기간별 주변 아파트 가격 변동량까지 알려준다. 광역버스,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주변정보도 세세하게 표시된다. 아파트가 얼마나 경사진 곳에 위치해 있는지도 쉽게 보여준다.

부동산에 관한 웬만한 정보는 다 모여 있다.

호갱노노는 정보의 바다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정보를 한 바구니에 모은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꼭꼭 씹어 사용자에게 떠먹여 준다. 화살표 모양, 색의 농도, 아이콘 모양, 그라데이션 등 인포그래픽 곳곳에 사소한 고민이 녹아 있다.

“우리는 그래픽 요소는 제하고 불릿 같은 가벼운 요소를 쓴다. 부동산은 필요한 정보가 많아서 제공해야 하는 기능도 너무 많다. 사용자에게 한눈에 보여주려면 그림보다 명확함이 필요하다. 텍스트는 아니지만 이미지도 아닌, 중간이 필요하다.

경사도를 볼 때, 색상을 다섯 단계로 해도 되나. 경사도니까 빨간색이어야 하지 않나. 색상은 단색으로 두고 불투명도로 표현하도록 하는, 이런 디테일한 디자인단의 고민이 있다.”

조목련 호갱노노 COO는 “이런 과정의 종착역은 ‘이해도’다. 사람들이 이 정보의 의미를 제대로, 쉽게 이해할까 중점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호갱노노는 부동산 앱 중 유일하게 인구, 공급, 변동, 경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표를 보며 분석하던 정보를 한 번에 시각화해서 보게 됐다. 투자자들은 가장 중요한 인구 유입을 호갱노노로 확인할 수 있다. 매매자는 아파트 주민의 댓글로 아파트 분위기를 확인하기도 한다. 등기변동사항이 있으면 호갱노노 앱이 알림을 띄워준다.

카카오에서 맺은 인연으로 최근 호갱노노에 합류한 김지혜 호갱노노 브랜드 이사는 “(호갱노노는) ‘부동산쟁이’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진짜 필요해서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까, ‘내가 필요해서 만드는 것’에 느끼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시작부터 끝까지, 개발자가 만든 UX

호갱노노는 대부분 공공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공공데이터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열려 있는 데이터다. 그러나 실제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갱노노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게 된 건,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가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할 수 있는 개발자이기에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였다.

심상민 대표는 네이버, SK C&C, 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호갱노노 팀원 8명 전부 네이버, 카카오 출신이고 그중 6명이 개발자다.

팀원 중 누구든 호갱노노에 필요한 기능이 떠오르면, 전체 팀원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자료 조사를 시작한다. 일단 아이디어를 내면 실제 제공되고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는 개발자 스스로 분석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될 때까지 꼼꼼히 책임진다.

처음부터 구석구석 개발자 손이 닿으니 개발자의 만족도나 성취감도 높다. 투자자, 전세 거주자, 다주택자 등 각자의 입장이 달라 그만큼 다양한 사용자의 니즈에 부합할 수 있었다. 사용자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제안한 내용이 실현되기까지 프로덕트 전체를 매만진 덕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UX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지혜 이사는 “우리는 기능을 중점적으로 고민한다. 디자인단 먼저, 이후에 개발단이 붙는 (업무) 방식이 대다수인데 호갱노노는 기능이 먼저 나오고 디자인은 후반에 보정한다”며 “기능을 만들 때 다 같이 논의하고 UX, UI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식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개발자와 한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붙어 일한다.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일할 수 있고 끝까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호갱노노 웹 사이트 화면. 앱과 별 차이가 없다.

호갱노노의 특징은 앱이 웹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기능을 가볍게, 또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들이 웹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수많은 정보를 적시에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웹, 앱, 웹 모두 동일한 형태로 보이게 작업했고, 한 번에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둘 중 하나로 검색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어디서, 무엇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든 똑같은 서비스 기능을 제공받도록 해서 사용자 경험을 이어가게끔 하는 것이 호갱노노 개발자들이 추구한 바였다. 네이티브 앱이어야 속도가 빠르다는 인식이 있지만 풀스택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조직인 덕분에 웹 기반 서비스를 네이티브 앱처럼 구현할 수 있었다.

“우리는 대표부터 풀스택 개발자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풀스택 개발자를 이 정도로 모아 놓은 조직이 별로 없다. 프론트 엔드, 서버 개발자 등 다 따로 존재하는 게 보편적이고 인력도 그렇게 뽑는다.”

아쉬운 점도 있다. 김지혜 이사 영입 전까지 UI 디자인을 세심하게 만지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정보를 잘 전달하는 부분에 골몰했고 일정 부분 성공했다.

김지혜 호갱노노 브랜드 이사

김 이사는 “여태 신나게 붙였다면 앞으로는 다듬는 게 숙제”라며 “부동산 정보는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 정보의 유형이 더욱 다양해질수록 데이터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게 우리의 도전과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