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서 블록체인까지, ‘인터넷의 아버지’들께 묻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전길남 박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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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낙관과 비관의 교차 속에 발전한다. 인터넷 역시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석학들이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와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의 대담 속에서도 기술에 대한 비관과 낙관이 교차했다.

지난 5월15일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전길남 박사의 대담이 열렸다. 사단법인 코드와 오픈넷이 주최하고 구글과 메디아티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프라이버시 문제, 기술 기업의 권력 집중, 가짜뉴스, 망중립성 논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빈트 서프 부사장은  1970년대 초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일하면서 컴퓨터 간 데이터 통신을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TCP/IP) 및 인터넷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사이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들어 한국 인터넷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날 빈트 서프 부사장은 “소규모 학자들이 미국 국방부에서 일하면서 시작된 인터넷이 전세계 인구 절반이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됐다”라며 “이런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좋은 점도 있지만 가짜 뉴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등 부작용이 있는데, 콘텐츠를 생성·전달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드는 등 인터넷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라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촉구했다.

 

프라이버시와 정보 독점 문제

최근 IT 기업에서 가장 큰 화두는 프라이버시 문제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실리콘밸리 전반에서는 엔지니어의 윤리의식 결여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또 오는 5월25일부터 이와 관련된 규제를 담은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될 예정이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프라이버시와 기업의 정보 독점 문제와 관련해 정보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회사가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활동이 이뤄지는지 명백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의 남용을 막기 위해 무엇이 허용 가능한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할 수 없는 행위인지 국가와 범세계적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정 기술이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기술 비관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지 기술 자체를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선 안 된다는 얘기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정보 남용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프 부사장은 “프로그래밍 수업, 비즈니스 수업에서도 윤리 교육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길란 박사와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왼쪽부터)

전길남 박사는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엔지니어로서 프라이버시 문제를 봤을 때 소름 끼칠 정도로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한다”라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 중국은 기술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며 기술을 쉽게 허용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술이 균형을 잃고 통제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윤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 박사는 “한국에서 AI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많은 논의와 비즈니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AI를 통제하는 일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라며 “기술을 어떻게 통제할 건지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그 노력을 너무 게을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와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인터넷 기술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두 석학은 의견을 달리했다. 서프 부사장은 기술을 오용하는 사람에, 전 박사는 균형을 잃은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서프 부사장은 “가짜뉴스는 새로운 일이 아니며 인간 역사에서 항상 있었던 일이며 과거와 현재 가짜뉴스의 차이는 속도에 있다”라며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기술을 남용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짚었다. 가짜뉴스는 봇을 통해 전송되고 확산되지만 이 도구를 남용한 주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또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프 부사장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대가와 비용이 비판적 사고이며 정보를 수용할지 판단하는 노력은 인간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기업의 역할은 효율적으로 팩트체크를 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고 사용을 독려하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인프라를 지원해주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전길남 박사는 윤리와 비판적 사고로 가짜 뉴스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권력이 국가에서 기업으로 이양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망중립성, 한국은 망사용료 논란

서프 부사장은 미국 내 망중립성 이슈가 기술의 선택과 자유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망중립성이 개인 사용자들의 권리 강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을 공공 서비스로 분류하고 인터넷을 통해 발생한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사업자가 대상·내용·유형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미국 통신법상에서 공공 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분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프 부사장은 “인터넷 속도나 트래픽 양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라며 “망중립성 폐지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보호 조치를 막는다”라고 망중립성 폐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전길남 박사는 망사용료에 있어 국가 간 불공정 논란을 제기했다. 유튜브 등의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올라간 콘텐츠를 국내 이용자가 보는 데 드는 연결 비용을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박사는 “절반씩 내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회사만 연결 비용을 부담하는 건 문제이며 트래픽을 차별화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낙관과 비관

이날 대담에선 블록체인에 대한 얘기도 불거져 나왔다. 인터넷 자체와는 밀접한 연관성은 없지만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연관됐다는 맥락에서다.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검증론을 들었고 전 박사는 높은 기술 잠재력을 언급했다. 먼저,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짚었다. “블록체인은 다음 블록이 생성될 때까지의 속도와 시간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며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로 블록체인이 논해지지만 기존에도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기술은 많이 나와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의 유용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존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기술과 비교를 통해 실질적 역량을 검증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수복 카이스트 교수, 전길남 박사,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김기창 고려대학교 교수(왼쪽부터)

또 익명성에 기반한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해 “일부에서는 익명성이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익명성을 통해 참여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강요나 조작으로부터 자유롭다”라며 “상대가 누군지 아는 게 신뢰 문제에서 중요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길남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뒀다. 특히 난민의 신분 증명용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전 박사는 “암호화폐만 얘기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굉장히 높다”라며 “전세계 70억 인구를 블록체인으로 묶으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난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신분)를 갖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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