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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조직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2018.05.23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한 지붕(ROOF) 아래 모인다’는 포부로 열린 행사가 있었다. 지난 5월17일 열린 ‘루프: 오분의 이’다. 블로터와 메디아티가 주최하는 루프는 서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고민,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실무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행사다. 매번 다른 주제로 격월로 진행되며, 그 두 번째 행사라는 의미로 오분의 이를 덧붙였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의 자리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콘텐츠 시장에서 오디오가 주목을 받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팟빵, 팟캐스트 등 라디오형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았던 시발점은 ‘나는 꼼수다’다. 이어서 ‘지대넓얕’, ‘비밀보장’ 등의 인기 콘텐츠가 꾸준히 자리를 교체해왔다. 다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는 이전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도전으로 인공지능 스피커가 등장했고,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오디오 클립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선전포고를 했다. 플랫폼이 다변화되자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은 고민이 시작됐다.

오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을 위해 이번 루프 행사는 두 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오디오 콘텐츠의 진화, 가능성’을 주제로 미니 컨퍼런스를, 2부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과 조직 문화’를 주제로 기존 동영상 중심의 제작자를 위한 소규모 토론 행사로 진행했다.

박상현 메디아티 콘텐츠랩장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1부에서는 박상현 메디아티 콘텐츠랩장이 ‘오디오와 AI 스피커: 진화의 방향과 가능성’을 주제로 문을 열었다. 박상현 랩장은 오디오 시장이 직면한 변화를 짚어냈다. 사람들의 팟캐스트 청취 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하드웨어의 성장이 발을 맞추고 있다. 틈새를 채울 콘텐츠가 필요한 시기다. 팟캐스트에서 흥행하던 콘텐츠가 스마트 스피커로 그대로 옮겨갈 것이란 확신은 없다. 사용자는 각 플랫폼에 대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박현 네이버 오디오클립 매니저의 발표 진행

“자극적이지 않고 좋은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없을까?”

발표를 이어받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박현 매니저는 ‘플랫폼이 기대하는 오디오 콘텐츠/크리에이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서 설명했듯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국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의 후발주자로 나선 곳이다. 최근 오디오 관련 콘텐츠팀들에게 혼란을 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원하는 콘텐츠는 좀 더 편안하고 깊이 있는 청각 콘텐츠다. 짧은 영상 콘텐츠가 많은 요즘, 눈의 피로를 줄이고 가볍지 않고 안정적인,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말하자면 오디오계의 ‘슬로우푸드’를 지향하는 것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이용자 분석 자료(자료=네이버 오디오클립)

1부 마지막으로 이어진 패널토의 시간에는 ‘왈이의 아침식땅’의 노영은 대표, ‘더파크’의 정우성 대표,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맷(Matt) 님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오디오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팟캐스트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의 고민과 경험담을 공유했다.

‘아침 출근길 표정을 바꾼다’는 비전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왈이의 아침식땅 노영은 대표는 “오디오는 감정기반의 콘텐츠를 만들기에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감정으로 소비자 참여를 이끌고, 콘텐츠를 분절화시켜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위한 기회를 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에스콰이어>, <GQ>에서 피처팀 기자를 하다가 직접 미디어 스타트업 더파크를 차린 정우성 대표는 “오디오 콘텐츠로 회사를 운영하려면 목소리가 바뀌더라도 우리 콘텐츠의 몰입도와 텐션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1인 크리에이터 은 오디오 콘텐츠의 성과 측정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맷은 “팟빵에서 시간대, 나라별, 어떤 기기 사용하는지, 구독자수 등을 제공한다.”라며 “유튜브처럼 성별, 연령층과 같은 세부적인 인게이지먼트를 플랫폼에서 준다면 더 콘텐츠를 만들기에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부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과 조직 문화’를 주제로 대담 시간이 마련됐다. 기존 루프 운영 방식에 맞게 초대자에 한해 참석한 소규모 행사였다. 이날의 규칙도 동일했다. 참석자는 ▲모든 분이 발언해야 하며 ▲관련된 고민이나 시행착오 경험을 나눠야 하며 ▲인사이트 역시 모두가 얻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2부에서는 동영상, 콘텐츠,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6개 회사의 9명이 모였다.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갖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이날 조직문화를 두고 모인 팀들은 많게는 5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거나, 작게는 ‘내일 한 명이 합류해서 4명이 됐어요’라고 소개한 팀들이 모였다. 이제 막 조직문화라는 것을 만들어볼까 고민하는 단계이거나 이미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팀도 있었다. 팀원들과 이날 편안하게 주고받은 이야기 중 몇 가지 내용을 덧붙인다.

  • “회사가 커지면서 개편과정을 몇 차례 겪다보니까 조직문화가 중요해지더라고요. 중간 관리자의 역할과 권한은 커져가는데, 이분들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자연스럽게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뭔가요’라는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고요. 그때부터 ‘조직문화는 도대체 뭐지?’ ‘어떻게 설정해야 하지?’라는 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겪는 필수적인 요소 같아요. 회사가 성장하면 직급 체계를 도입한다던가 중간관리자가 생긴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구조적으로 운영진의 마인드와 제작자의 마인드는 조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서로서로 이해를 못 한다는 말처럼요. 구조적인 간극 안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 상처 안가고 서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조직이 돌아가는데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직 체계와 조직 문화. 조직체계는 톱니바퀴 같은 것이고 조직 문화는 윤활유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 필요한 거죠. 특히 조직문화는 종이에 써서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 “저희 회사는 최근에 연령, 직급, 경력, 성별, 국적 등에 대한 차별을 논의 하고 그 안에서 조직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저희끼리는 ‘인권위원회’라는걸 자원받아서 만들었어요. 그런 조직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별이나 불평등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는 기구가 생기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대표가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걸 느껴요. 내가 있는 조직의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고, 그게 나랑 핏이 안맞을 수는 있는 거죠. 나 역시 좋은 팀원이 되려면 끊임없이 나의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kwondydy@bloter.net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콘텐츠·동영상·미디어·소셜을 담당합니다. facebook.com/kwondy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