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에 7년 간 부품 공급 거래를 막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ZTE라는 이름이 낯설 수도 있다. ZTE는 전 세계 통신장비업체 4위,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9위, 미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4위로 직원수만 7만5천여명에 이르는 곳이다.

ZTE는 미국의 대북·대이란 조치를 어기고 이들 국가와 거래한 혐의로 2017년 벌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인센티브를 지급한 정황이 확인돼, 최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이번 제재 조치로 ZTE가 휘청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제조가 막막해진 탓이다. ZTE 스마트폰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 퀄컴, 인텔 등 미국산 제품인데다 당장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터라 ZTE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ZTE가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을 중지했다고 밝혔고, 일각에서는 ZTE가 스마트폰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ZTE가 최소 200억 위안(31억 달러)이상의 손실을 보게 됐으며 현재 7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유휴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 협상 테이블에 ZTE 제재 완화가 오르게 된 이유다.

양국 협상카드 된 ZTE

지난 달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가 의심되는 1300개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500억달러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중국도 맞불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과 관련된 농산물,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류허 부총리는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1차 무역협상에서 미국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에게 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양국 간 무역전쟁에 관한 협상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응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5월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나는 중국의 거대 스마트폰 업체 ZTE가 빨리 사업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ZTE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17·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 농산물 등 수입을 늘려 대미국 무역흑자 감소를 약속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등도 강화하겠다고 밝혀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이 대량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몇 년간 우리 농부들에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통신업체인 ZTE과 미국 기업 간 거래 금지 조치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ZTE의 ‘집행유예’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를 철폐하고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부들을 잡기 위해 중국의 협상 카드를 받아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flickr, CC BY-SA 2.0 Gage Skidmore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중국과 합의에 이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역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ZTE에 대한 조치도 결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ZTE에 내려진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경영진 및 이사회 교체와 함께 13억달러 수준의 막대한 벌금을 요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거센 반발 예고···ZTE 제재 아직 ‘안갯속’

그러나 ZTE 제재 완화 소식에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들끓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행정부가 ZTE와 중국에 항복했다”라며 의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출신 의원 아담 쉬프도 “우리 정보 기관은 ZTE 기술과 전화가 중대한 사이버 보안 위협을 가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일자리보다 우리 국가 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대통령이 제재 조치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도록 입법안을 수정하기로 했으며, 의회는 변화를 막기 위한 다른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BBC>는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외에도 대중국 무역적자 2천억달러 감축,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 핵심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 방법은 제시되지 않아 ZTE 제재가 풀리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고 합의는 여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