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애플-삼성 7년 특허 공방, 쟁점은?

2018.05.28

무려 7년간 이어져 온 애플과 삼성전자 간 디자인 특허 법정 공방에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배상액의 범위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1심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5월24일(현지시간) ‘둥근 모서리’ 등 애플 디자인 특허침해와 관련해 삼성에 5억3900만달러(약 58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습니다.

아직 판결이 난 것은 아니고요. 1심 배심원 평결만 나온 상황입니다. 여기서는 그간의 과정을 간단히 갈무리하고 쟁점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정리부터 합시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4년을 투자했는데, 삼성전자는 단 3개월 만에 디자인과 UI를 베꼈다.”

지난 2011년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제품군인 ‘갤럭시S 4G’, ‘넥서스S’와 태블릿PC ‘갤럭시탭’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으며 이는 “선을 넘은(Cross the line)”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애플이 디자인 특허 침해라고 주장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 액정 화면 테두리 특허(D087)
  • 격자형태 앱 배열 방식 특허(D305)

위의 ‘둥근 모서리’ 특허 때문에 일명 ‘둥근 모서리 소송’으로 불리기도 했죠.

이듬해인 2012년 8월,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외향, 장식 등 제품 고유의 이미지)’를 침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배심원단은 10억5천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는 9억3천만달러 배상을 지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항소심을 통해 배상액을 절반 수준인 5억4800만달러까지 낮췄고, 2016년 애플에 5억4800만달러를 모두 지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액에 해당하는 3억9900만달러의 배상액 산정 기준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대법원 상고한 끝에 8명 전원일치로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쟁점은 ‘기준’

애플 대 삼성 법정 공방의 쟁점은 배상액 산정 기준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를 줘야 하냐는 겁니다.

여기서 미국 특허법 제289조가 등장합니다. 미국 특허법은 발명 특허는 침해한 부분이나 부품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디자인 특허는 디자인 특허를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에 사용하는 경우 특허 침해자가 해당 침해 제품 판매로 얻은 전체 이익금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 만든 제품으로 거둬들인 총이익인 10억달러(약 1조734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은 스마트폰의 한 부분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구성요소에 대해서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배상금은 2800만달러(약 300억원)입니다. 기준이 다른 만큼 그 격차도 매우 크죠.

미국 특허법 제289조는 1952년 제정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땐 제조물품이 곧 디자인이었던 시대였고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에도 오만가지 기술과 디자인이 들어가는 세상이니 당시 법을 기준으로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제조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건 재판하는 입장에서도 녹록지 않을 듯합니다.

삼성전자의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제조물품’을 도대체 무엇이라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해 적잖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1월5일 이기석 변리사가 <특허와 상표>에 기고한 ‘디자인 특허 침해배상액에 관련된 특허법 제289조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을 참고하면, 대법원은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의 사전적 의미를 통해 법률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이 용어는 스마트폰 전체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사용된 부품을 지칭하는 용어일 수도 있다는 판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그래서 이 ‘제조물품’의 범위가 무엇무엇이다”라고 결론을 내린 건 아니고요. 하급심에서 판단하라고 환송시킨 겁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에게 ‘원고가 특허에서 주장한 디자인의 범위’, ‘제품 전체에서 디자인의 상대적인 중요성’, ‘디자인과 전체 제품이 개념적으로 구분되는지’, ‘특허받은 제품과 나머지 제품 사이 물리적 관계, 사용자 또는 판매자가 제품 전체와 디자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지, 별도로 제조된 구성요소 등을 개별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디자인은 애플의 핵심이며 이 사건의 핵심.”

애플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애플 제품 마케팅 부사장 그레그 조쉬악이 배심원단에게 “(애플 디자인은)스티브 잡스가 회사의 DNA에서 창조한 것”이며 “우리는 당시 애플 (아이폰)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말로 모든 위험에 처해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의 컵 홀더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한 업체가 차량의 컵 홀더 특허를 소유했다고 해서 전체 차량 판매 이익을 나누는 것이 합당하냐는 반론이었습니다.

SONY DSC

배심원단은 애플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2명의 배심원은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에 “전화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분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 등의 말을 남겼습니다.

배심원단 평결이 판결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면, 삼성전자는 1억4000만달러를 추가로 내놓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3억9900만달러보다 배상금을 줄이고자 한 소송인데, 애플이 요구한 수준보다는 낮긴 하지만 벌금액이 되레 늘어난 셈입니다.

1심 배심원 평결이 나오자 애플은 “이번 사안은 비단 금전적인 문제 이상의 것”이라며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혁명의 불을 댕겼으며, 삼성전자가 우리의 디자인을 노골적으로 도용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애플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스룸을 통해 “오늘 결정은 디자인 특허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삼성에 찬성한 대법원 판결과 부딪히는 것이다”라며 “모든 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창의성과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