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텔레그램 업데이트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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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용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두어 달 전부터 뜻하지 않은 불편에 시달렸다. 스티커 입력창 상단에 뜨던 ‘최근 사용’ 스티커 내역이 제대로 뜨지 않는 ‘버그’가 발생한 것이다. 이 현상은 애플이 시험판으로 공개한 iOS11.4 이용자에게 공통되게 발생했다. 이 오류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텔레그램이 오류를 수정한 새 버전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조그만 변화에도 부지런히 기능개선판을 내놓던 텔레그램의 태도에 비춰보면, 통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 5월31일(현지시간) 나왔다.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는 이날 트위터에 “애플이 1.5개월 전부터 iOS용 텔레그램 업데이트 승인을 전세계 동시에 중단했다. 러시아가 텔레그램을 차단한 직후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보다 자세한 사정을 공개했다.

두로프 주장에 따르면 이렇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월, 텔레그림이 암호 해독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자국 내 텔레그램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면서 애플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을 제거해 달라고 애플 쪽에 요청했다. 그 직후부터 애플에서 텔레그램 업데이트가 중단됐다는 것이 두로프 주장이다.

두로프는 “iOS 11.4에서 스티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몇몇 기능을 개선한 버전을 몇 주 전에 내놓았지만 애플이 업데이트를 막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분쟁이 있는 나라에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행동을 했지만, 불행히도 애플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라고 애플의 태도를 비난했다. 두로프는 또한 “애플이 4월 중순부터 전세계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업데이트를 제한했고, 그 때문에 GDPR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마감일인 5월25일까지 EU 이용자에게 온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iOS11.4 사용자들은 텔레그램 스티커가 제대로 뜨지 않는 등 오류를 겪어왔다.(왼쪽 빨강 음영 부분) iOS용 텔레그램은 두 달여 동안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2016년 7월, 테러 방지를 이유로 들어 모든 인터넷 사업자에게 온라인 통신 암호 해독 자료를 제공하도록 명령했다. 텔레그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송에서도 패소하며 올해 4월 중순 접속 차단 조치를 당했다.

파벨 두로프는 2013년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그에 앞서 2006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브이콘탁테'(VK)를 만들어 동유럽권 최대 소셜 네트워크로 키웠다. 그러나 2014년 VK CEO 자리에서 쫓겨나며 러시아를 떠났다. 텔레그램 일 활성사용자 수는 올해 3월 기준으로 2억명에 이르며, 러시아 이용자는 전체의 7% 수준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실제로 러시아 정부 요청에 따라 텔레그램 업데이트를 중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대변인에 듀로프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새소식]

파벨 두로프 CEO가 문제를 제기한 다음날인 6월1일(현지시간), 애플 앱스토어엔 ‘텔레그램’ 4.8.2 버전이 공개됐다. (2018년 6월2일 오전 8시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