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아이폰 출시 6개월, 개발자들이 말하는 변화와 희망

가 +
가 -

이 달 말이면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 꼭 반 년이 된다.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아이폰 출시 반 년이라는 말은 곧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지 반 년이 흘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블로터닷넷은 그 동안 세 번의 블로터포럼을 통해 스마트폰이 국내 관련 산업과 개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개발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아이폰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던 지난해 8월에는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과 함께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폰 출시 전후로는 두 차례에 걸쳐 유명 개발자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스마트폰 산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전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09. 10. 04 “나는 왜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열광하나” / 2010. 01. 17 2010년 앱 개발자들의 꿈과 희망)

그때 당시 한 독자분이 보내주신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한 6개월쯤 흐른 뒤에는 국내 모바일 산업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 흥미롭습니다. 그때가서 다시 한 번 블로터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정리해 주세요.”

그래서 한 번 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모바일 산업에 나타난 변화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윈도우폰을 대표하는 3명의 개발자들을 모셨다.

  • 일시 : 2010년 5월 13일(목) 오후 4시~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영식 넥스트앱스 대표(아이폰) / 박성서 안드로이드펍 대표운영자(안드로이드) /신석현 형아소프트 대표(윈도우폰) / 블로터닷넷 도안구·주민영

DSC09096

도안구 :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지 6개월이 흘렀습니다. 현장에 계신 세 분이 보시기에는 국내 모바일 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김영식 : 아이폰 출시 이후에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피처폰이 대세였을 때에는 이통사나 제조사에서 스마트폰 담당부서가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담당조직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입니다.

주민영 :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개발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박성서 : 많이 바뀌긴 했는데 사실 좀 더 바뀔 필요가 있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예전 기업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신석현 :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요금제의 인하입니다. 지금의 요금제가 소비자들이 정말 마음 놓고 무선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지만, 과거 위피기반의 무선인터넷에 비해 요금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사업 중점을 두고 OPMD(One Person Multi Device), 테더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는 것도 좋은 변화입니다.

박성서 : 이통사들이 시장을 전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마인드도 바뀌었습니다. SKT가 외산 스마트폰에 ‘SKAF'(SK Application Framework)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SKAF를 뺀다는 것은 SKT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태계 변화를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신석현 :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HTC 디자이어는 해외 시장과 거의 시간차 없이 출시됐습니다. 이통사들도 해외 전략폰을 보다 빠르게 국내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HTC 등 해외 제조업체도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관망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어라, 한국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있네?’라고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 밖에 앱 판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스마트폰이 기업 시장, 금융, 교육, 미디어 등 다른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민영 : 기대했던 만큼 스마트폰 시장이 개발자 분들께도 기회가 되고 있습니까?

김영식 : 제가 아이폰 앱 개발을 처음 시작했던 게 작년 1월입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거의 1년 전이었죠. 그 때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이렇게 각광을 받을 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 아이폰 개발자들도 많지 않았고요. 단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습니다.

아이폰 출시 후에 앱스토어에서 개인 개발자가 몇 억을 벌었다는 기사들이 나가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발자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6개월이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6개월은 이러한 관심이 자양분이 돼서 관련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안구 :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대학, 이통사에서 저마다 앱 개발자를 양성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앱센터나 개발자지원센터 등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개발자 양성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식 : 관 주도, 대학 주도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꼭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애플이 한 것처럼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을 조성하기에 앞서 인력 양성에만 신경 쓰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전부 1인 창조기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쏟아지는 앱들이 다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Park  SS박성서 : 저는 1인 창조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30, 40대의 전문가들, 컨설턴트 수준이 되는 분들이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그런 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이 때마침 불어 닥친 스마트폰 바람과 만나면서 개인 개발자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편승해 잘 모르고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많은 개발자들에게 빨리 앱 개발에 나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고 하죠. 물론 제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그만두는 사람은 실제로 없겠죠. 사실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1인 창조기업을 1만 개 만들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김영식 : 1인 창조기업 1만 개가 아니라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 앱 개발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 산업을 보세요.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벤처들이 성장해 하나의 큰 산업을 형성했습니다. 스마트폰 앱 산업도 그런 방식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신석현 : 이러한 정책이 앱 개발을 해보고 싶은데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앱 개발이 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처음부터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말기 자체도 비싸고요. 문제는 김 대표가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양성된 인력이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1인 창조기업이 모두 잘 돼서 한국 개발자들이 글로벌 앱스토어의 상위권을 싹쓸이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힘든 얘기죠.

김영식 : 1인 창조기업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이지만, 그 조차도 일관되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인턴사원 제도는 여전히 5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이 됩니다. 대다수의 수출 품목은 부가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데에 반해, 정부에서는 앱 판매에도 부가세를 매기겠다고 하죠. 은행권에서 대출을 하거나 할 때에도 해외 앱 판매는 현실적으로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안구 : 이런 분위기에서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외주개발(SI)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SI형태의 개발 수주를 많이 받으시나요?

김영식 : 저희도 외주 개발을 종종 하는데, 인력이 다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잘못하면 옛날 웹 에이전시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개발 단가를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이 시장은 SI를 하지 않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앱을 직접 개발하면 어떻게든 판매까지는 할 수 있는 시장이죠. 믿을 만한 구석이 있으니까 비교적 외주에 대해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박성서 : 앱 개발을 하시는 분들 중에  SI 하기 싫어서 다니던 회사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김 대표님처럼 강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회사가 어려워 질 경우 다시 SI 시장에 발을 걸칠 수 밖에 없죠. 성공한 회사 중에서도 자체 개발한 앱만 가지고 먹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외주로 돈을 벌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자체 앱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외주를 주는 업체가 개발사를 뽑아먹겠다는 인식이 아니라 키워주겠다는 생각으로 마인드를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말할 때 항상 갑을병정 얘기가 빠지지 않는데, 그런 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죠.

신석현 : 저희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출시에도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까지 감안해서 SI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앱 SI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입니다. 시장 가격도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업체마다 기술력도 다르고 앱 완성도도 제각각이죠.

앞으로는 이 시장도 급속한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스마트폰 앱 시장도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SI 구조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죠.

김영식 : 이런 상황이 전적으로 발주처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시장상황이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예를 들어 앱 개발자가 1만이 양성됐을 때, 그런 인력이 전부 앱을 만들어서 B2C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러다 보면 SI를 할 수 밖에 없죠.

이런 개발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앱을 가지고 오픈 마켓에서 살아남는 확률이 높아지는 시장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기회가 많아지면 섣부르게 SI를 하거나 낮은 수준의 앱을 대량생산하는 행태가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완성도 높은 앱들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도 보다 만족스러운 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13일) 방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좋은 얘기를 했습니다. 3D 산업이 성숙하려면 8주만에 2D 영화를 3D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없어져야 한다고요. 수준이 낮은 3D영화가 나오면 소비자들이 실망하게 되고, 시장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을 성숙시키려면 새로 제작되는 영화를 제대로 3D로 만들어야 하고, 2D 영화를 3D로 전환하는 작업도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스마트폰 앱 분야에서도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개발 업체들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낮은 수준의 앱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앱을 인내심을 갖고 개발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도안구 : 오픈 마켓에서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 동안 여러 앱을  판매하시면서 노하우도 많이 쌓였을텐데, 앱 가격을 어떻게 매기시는지, 또 마케팅 정책은 어떻게 세우시는 지도 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신석현 : 제가 주로 맡고 있는 윈도우폰 시장은 애플 앱스토어와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앱스토어가 완전 경쟁 시장이라면 윈도우폰 쪽은 아직 제한된 콘텐트만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으면 오히려 앱의 질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원가분석도 하고 판매치도 예측한 뒤에 자신 있는 만큼의 마진을 붙여 비교적 가격을 높게 가져갑니다.

Kim  YS김영식 : 앱스토어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선택을 할 때 유료냐 무료냐가 굉장히 큰 선택의 갈림길입니다. 열에 아홉은 무료로 가고 한 명 정도가 유료를 선택하는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무료만 써도 충분히 만족하고, 실증이 나도 다른 무료 앱이 많기 때문에 이것만 돌아가면서 써도 충분히 즐거운 시장이죠.

유료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번 시도를 해봤더니 가격과 판매량은 거의 정확히 반비례하는 그래프가 나오더라구요. 4.99달러에 100명이 산다고 하면 0.99달러로 팔았을 때는 500명이 산다는 뜻입니다.

저가로 많이 팔 것이냐, 고가로 적게 팔것이냐는 제품에 성격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냐, 아니면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저희 앱들의 경우는 1.99나 2.99달러 수준으로 판매했을 때 매출이 가장 높았습니다. 보다 많은 다운로드를 유도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 제품은 저가 정책이 도움이 됩니다.

도안구 : 실질적인 노하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제조사가 쏟아내는 단말 종류가 엄청나고 이통사들도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정작 안드로이드 시장 조성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성서 : 제가 보기에 안드로이드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이폰이 큰 역할을 했죠.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를 밀면서, 급격히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의 구조가 형성됐으니까요.

저는 안드로이드 시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무궁무진하고, 이와 함께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마켓의 유료 결제 문제는 시급해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에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작년까지 구글 코리아에는 안드로이드 팀 자체가 없었습니다. 올해에 들어와서 생겼다고 하더군요.

도안구 : 말씀하신 결제 문제 때문에 국내 개발자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해외 판매를 못하고, 국내 사용자들도 유료 결제를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T의 경우는 OEM 형식으로 각자의 마켓을 채우고 있는데 이런 안드로이드 시장이 잘 되고 있는 것인가요?

박성서 : 시장이 빨리 형성되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OEM 형태로 앱을 확보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초기에는 일단 물건을 깔아놔야 손님들이 오겠죠. 그 후에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구축하려고만 한다면 알아서 망할 겁니다.

김영식 : 저는 아이폰의 경우 1년 정도 경험을 쌓았지만, 안드로이드 시장은 관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앱스토어처럼 시장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들어가려고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해외 시장에 팔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아이폰을 하다가 안드로이드를 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아이폰은 단일 플랫폼에 단일 단말기여서 개발하기도 수월한데, 안드로이드는 마켓도 다양하고 단말기도 제각각이고, 시장에 퍼진 OS 버전도 여러 가지여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박성서님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박성서 : 저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은 시장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여기저기서 마켓이 생기는 것이 크게 문제라고 보지는 않아요. 뒤집어보면 다양한 채널이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WAP 시절처럼 제조사나 이통사와 일하는 방법도 있고, 동시에 오픈 마켓에 등록하는 방식도 있다는 것이죠.

주민영 :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의 유료 결제 문제를 해결하고, 마켓을 잘 조성해간다고 할 때, T스토어 등 국내 로컬 마켓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성서 : 구글은 모든 관리를 시스템에 맡기지 인력을 많이 투입하지 않습니다. 이통사들이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관리와 유통을 잘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도 관건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 만큼 좋은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시장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등록과 유통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것도 개발자들에게 큰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말이 나오는 훌세일 앱 커뮤니티(WAC)나 국내 통합 앱스토어처럼, 플랫폼에 상관없이 앱 등록 및 검수 창구를 단일화하고, 다양한 마켓에서 이를 가져다가 알아서 팔도록 하는 그런 모델이 편리합니다. 그러나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웍을 만들어 그것에 맞추라는 것은 우려가 됩니다. 또한 여러 플레이어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어 실제로 구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걸림돌이죠.

도안구 : 안드로이드 얘기를 하니 신 대표님이 말씀이 없으시네요.

신석현 : 안드로이드는 일단 폰이라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윈도우폰은 단말기도 안나오는데(일동 웃음). HTC에서 곧 출시될 HD2 이후에는 내년까지 한국에서 윈도우폰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HTC 말고도 당분간 새로 출시되는 윈도우폰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도안구 : 아이폰은 잘 나가고, 안드로이드는 한참 뜨고 있고, 윈도우폰은 그럼 어떻게 하나요.

신석현 : 이제는 그 다음을 봐야죠. 기존의 윈도우 모바일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가 됐지만 사실 기능 개선 수준에 머물렀죠. 아직도 옛날 PDA폰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한번에 해결하려고 만들어낸 것이 윈도우 폰 7입니다.

주민영 : 지난 3월에 다녀오신 MIX 2010에서 윈도우폰 7에 대해 많은 소개가 있었습니다.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신석현 : 개발자 입장에서는 디자인 저작도구인 익스프레션 블렌드와 실버라이트 등을 활용해 더 쉽게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 간단한 앱은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인과 메뉴 구성이 중요하죠. 새롭게 제공되는 툴을 활용하면 이런 앱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XNA를 활용해 XBox와 윈도우 폰에서 코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UX도 크게 개선됐고, 하드웨어 스펙에 제한을 두는 등 전반적으로 생태계 확보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연말 쯤에 해외에 윈도우폰 7이 출시되면 개발자들은 놓치지 말고 그 가능성을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도안구 : 앞으로 출시될 윈도우폰 7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갖고 올 지 기대가 됩니다. 최근에 리모에 대해 다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국내에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보시나요?

박성서 : 지금 애플이나 구글, MS가 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운영체제 하나 만들고 끝내는 일이 아닙니다. 모든 협력업체를 다 모아 한 판 큰 싸움을 벌이는 거죠. 이미 시장은 빅 플레이어들의 싸움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리모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그래도 플랫폼은 중요합니다. 국내 업체들은 OS 플랫폼 보다는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조사의 경우 서비스 플랫폼을 가져가는 데에 있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TV 등 다른 가전과 연계할 수도 있고요. 특히 3 Screen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주민영 : 삼성전자의 바다 플랫폼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성서 : 저는 바다도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도 삼성전자가 한다고 하니 피처폰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의미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김영식 : 저희 앱을 바다 플랫폼으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애플과 구글, MS와 삼성전자는 OS 개발 능력이나 개발 툴의 질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바다의 경쟁사들은 컴퓨터 산업 자체를 만들어냈던 빅 플레이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바다는 큰 모험이라고 봅니다. 결과를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이 잘 안보이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발회사 입장에서도 우선 순위에서 맨 아래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자에게 바다 SDK를 새롭게 가르쳤을 때 앞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삼성전자가 SI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안주면 어떻게 될까요.

Shin  SH신석현 : 저는 삼성전자가 바다 플랫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 개발자의 시각에서 그런 시도 자체를 높이 사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을 때 넥스트큐브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아이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바다가 설령 이번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을 다 내팽개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런 노하우를 계속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식 : 만약 삼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다를 하는 것이라면 저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죠. 어떻게 보면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애플 같은 회사와 비교되면서 왜 삼성은 못하냐 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도안구 : 최근에 삼성그룹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집중할 신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태양전지, LED 등 죄다 하드웨어에 특화된 산업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 10년간 삼성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 나오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정말 삼성이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바다 플랫폼에서 장기적인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주민영 : 화제를 아이패드로 돌려보겠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얘기죠.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가칭 ‘S-패드’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아이패드 등 태플릿 PC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식 : 저는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았을 때에도 ‘아, 혁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애플이 제공했던 만족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노트북, e북을 대체하는 단말기가 아니라 생활 패턴 자체에 변화를 주는 제품입니다. 우리는 뭐든지 기계 앞에 다가가 앉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 있습니다. TV를 보던, 컴퓨터를 쓰던 가까이 다가가 앉아야 하죠. 그런데 아이패드는 이런 기능을 전부 소파 위로 끌어들입니다.

주민영 : 아이패드 앱도 개발할 예정이신가요?

김영식 : 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도안구 : 안드로이드도 스마트폰을 넘어서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에 이식되고 있는데요?

박성서 : 그런 방향이 애초에 구글의 목표였죠. 서비스는 특정 기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주민영 : 태블릿 PC가 스마트폰 못지 않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신석현 : PC의 모니터가 점점 커졌든,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모바일 스크린도 다양한 크기로 진화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오픈 마켓 형태의 콘텐트 유통이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큰 기회라고 봅니다.

박성서 : 새로운 시장은 막 열린 직후에 가장 큰 기회가 생깁니다. 아이폰은 출시된 지 2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앱 개발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 계신 똑똑한 분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얘기하시는데, 대부분은 앱스토어에 이미 있는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이죠.

태블릿 PC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국내 개발자들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식 : 최근에 아이패드 개인 사용에 대한 논란을 보며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초기에 아이패드를 개인적으로 들여온 사람들 중에 개발자들이 많았는데, 말로는 개발자를 지원한다면서 왜 이렇게 엇박자가 심한 것인지.

신석현 : 국내 개발자들이 왜 해외 수준을 못쫒아가느냐, 종종 그런 지적이 들리는데, 국내에서는 제도적, 지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해외 개발자들과 같은 시점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경험해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해외 개발자들과 동일한 시점에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도안구 : 장시간 많은 말씀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씩 해주시죠.

김영식 :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제조사도 있고, 통신 환경도 우수합니다. 최근에 외국 제품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부족한 부분을 부각시켰는데,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진 인프라를 잘 활용해서 스마트폰 앱 분야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석현 : 저는 스마트폰 산업을 보다 넓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앱 판매 말고도 다른 숨어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따라가기에 급급하지 말고, 다음 단계도 미리 그려나가야 합니다.

박성서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안드로이드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IT 기기로 확산되는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해외 수준을 빠르게 쫒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태블릿 PC 등 새로운 기기로 흐름이 확산이 될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국내 개발자들이 앞서서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