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현장] 한국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달려왔나

2018.06.10

자율주행차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 지도 오래. SF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자율주행차가 우버, 웨이모 덕에 익숙해졌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일로 느껴지진 않는다.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기술을 구현했고, 어떻게 자율주행을 준비하고 있을까. 국토교통 분야 연구성과와 기술을 모아 놓은 ‘2018 국토교통 기술대전’에서 그 면면을 구경할 수 있었다.

판교를 달릴 자율주행 셔틀 버스

국토교통 과학기술 분야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인 2018 국토교통 기술대전이 지난 6월7일 개막했다. 올해로 아홉 번째 열리는 행사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만든 11인승 자율주행 셔틀 버스 ‘제로 셔틀’이 관람객을 반겼다.

이전에 공개됐던 제로셔틀 모습

제로 셔틀은 내부에 페달도, 운전대도 없는 자율주행 4단계 차량이다. 국내 최초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100% 전기로 굴러가고, 시속 25km 속도로 6km 거리를 3회 정도 운행할 수 있다. 라이다는 전후방 각 4개씩, 총 8개가 장착됐다.

자율주행 4단계 구현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다. 수많은 차량이 도로에 뒤섞이면서 온갖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8 국토교통 기술대전에 전시된 차량 모습.

임경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자율주행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당장의 문제는 K시티에서만 테스트를 해왔지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구글이나 (자율주행에서) 앞선 회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실전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로 셔틀은 지난해부터 시범 운행이 예고돼 있었으나 몇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다음달 판교에서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시범 운행에 나선다. 안전을 위해 연구원이 상시 탑승해 운행을 도울 예정이다.

사람처럼 운전법 배우는 카이스트 자율주행차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고 있지는 않지만, 각 대학에서도 자율주행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 연구팀이든,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이든 각자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

카이스트 심현철 교수 연구실은 사람의 운전방식을 닮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 정찬영 카이스트 박사과정 학생은 “우리는 일정한 형태에 맞는 데이터를 넣어 학습을 시켜 차량이 제어량을 자동으로 판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초행길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 위도, 경도 등의 정보를 몰라도 운전하는 방법 자체를 알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연구팀이 카메라 센서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눈으로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도 운전이 가능한 것처럼, 라이다가 아닌 카메라로도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과 눈만 있으면 차를 운전할 수 있다. 부산이든, 강남이든, 압구정이든 상관없다. 언젠가는 자율주행차가 입력된 목적지까지 알아서 이동하고, 주차까지 해주는 ‘도어투도어’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통사, 5G로 더 안전한 자율주행

카이스트 연구팀의 자율주행차 옆에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전기버스가 전시돼 있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SK텔레콤은 5G 기반 자율주행차 사업에 열의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 주행 구간에도 SK텔레콤의 5G 인프라가 설치돼 있다.

5G가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필수요소는 아니다. 아무리 빨라도 통신은 통신인지라, 통신에 의존해 자율주행을 하면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5G는 어디에 쓰이는 걸까.

5G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쓰인다. SK텔레콤 배일 매니저는 “HD맵처럼 다양한 정보가 적재돼 있는 지도 정보가 5G와 결합하면 좀더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다”면서 “사각지대, 교차로 등 자율주행차가 센서만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곳에서 5G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각 차량과 도로 등 교통 인프라에 통신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면 교통사고 발생상황을 미리 알리는 식이다. 5G가 있으면 더 안전하고, 보다 효율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안전 평가 위해 만든 자율주행차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차량 안전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자율주행차를 들고 나왔다.

최근 시범 운행되는 자율주행차로 인해 무인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 착각하기 쉽다. 앞서 언급한 무인 자율주행 버스 같은 차량을 보고 나면 이만한 기술이 이미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달뜨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자율주행 3단계에 ‘가까운’ 기능을 구현하는 정도다. 업계는 자율주행 3단계가 양산으로 이어지려면 2020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0년 3단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시험 차량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재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차연구처장은 “미디어에서 장밋빛 미래를 비추면, 마치 모든 기술 개발이 다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면서 “개발은 하더라도 양산이 되려면 안전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셀 경량항공기에 탑승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편, 이날 국내 유일 경량항공기 개발업체 베셀은 행사장 중앙에 2인승 경량항공기를 전시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베셀은 2013년부터 경량항공기 개발에 착수해 2017년 국내 최초로 안전성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무인 항공택시 실현을 그리고 있다.

베셀 관계자는 “항공택시는 우리 목표 중 하나다. 3년 안에 실용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현재는 유인 비행기지만 무인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부설 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 중이고 추후 대학이나 국토부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부스가 국토교통 관련 최신기술을 선보였다. 유익한 지식 포럼, 세미나 등도 진행돼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자율주행 관련 업체를 둘러보고 왔지만 실제 시범주행을 체험해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당초 자율주행차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었으나 선거 전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미뤄졌다. 선거가 끝난 이후 체험 행사만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