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여,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전세계 애플 개발자들의 축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8’이 6월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인공은 단연 애플 iOS 기기 차기 운영체제 ‘iOS12’였다. iOS12에대단한 혁신은 없었다. 그러나 필요한 변화는 있었다. ‘iOS11’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한편 iOS12는 앞으로 애플이 나아갈 방향과 애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WWDC2018에서 기조연설 중인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출처: 애플 WWDC2018 라이브 스트리밍 갈무리>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은 “iOS11은 전체 iOS 기기 이용자 중 81%가 사용하고 있으나 안드로이드는 6%의 이용자만 최신 버전을 사용한다”며 이용자들이 iOS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도·성능 개선에 중점

지난해 유명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을 중심으로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제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배터리 노후화에 따라 성능을 제한한 것은 맞지만 새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조처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각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잇따르며 전세계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애플은 논란 이후 배터리 교체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플리커, ExtensivelyReviewed, CC BY 2.0>

애플은 iOS12에서 속도와 성능 개선에 중점을 뒀다. 특히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새로운 운영체제의 성능 개선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은 2014년 출시된 ‘아이폰6 플러스’ 모델의 경우 iOS12의 카메라 실행은 최대 70%, 키보드 속도는 최대 50% 빨라졌다고 밝혔다. iOS12는 iOS11을 이용하고 있는 ‘아이폰5S’ 이상 전 기종에 지원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애플이) 13억명의 사용자를 잡고 경쟁업체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했다.

강화된 커뮤니케이션 기능

애플은 ‘애니모티콘’ 기능을 개인화한 ‘미모지’, 최대 32명이 함께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타임’ 등을 선보이며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그룹 페이스타임으로 최대 32명까지 함께 통화가 가능하다. <출처: 애플>

애니모티콘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이폰X의 트루뎁스 카메라는 50개 이상의 각기 다른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해 이용자의 표정을 애니모티콘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애플은 유령, 코알라, 호랑이, 티라노사우르스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애니모티콘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이미 있던 이모티콘에만 사용자의 표정을 담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애니모티콘의 개인화 버전인 ‘미모지(Memoji)’로 머리 모양, 눈 색깔, 안경 등 다양한 개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미모지는 다양한 인종, 얼굴, 나이를 표현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개성도 투영할 수 있다. <출처: 애플>

또 애플은 최대 32명이 함께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타임’ 기능도 추가했다. 발언자는 좀더 크게 부각시켜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운 요소다. iOS12가 설치된 맥, 아이폰, 아이패드로 통화할 수 있다. ‘애플워치’는 음성통화로 참여 가능하다.

청소년 스마트폰 과사용 우려에 응답

지난 1월6일(현지시간) 애플 주식 2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자나 파트너스 및 캘리포니아주 교원연금의 배리 로젠스테인과 앤 쉬한은 스마트폰 과사용이 청소년 정신 및 신체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염려하는 내용을 담은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애플에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돕기 위한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기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회사 중 하나인 애플은 다음 세대의 건강과 발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은 사업이자 해야만 하는 올바른 일라는 것을 업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부모에게 더 많은 도구와 선택을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애플 비즈니스를 향상시키고 제품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응답하듯 애플은 사용자가 iOS 기기에 쓰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을 내놓았다.

|내가 스마트폰을 얼마나, 어떻게 쓰고 있는지 관리할 수 있다. <출처: 애플>

구글도 지난 5월 개발자 행사 ‘I/O 2018’에서 앱 이용시간을 관리할 수 있고 취침 전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주는 등 모바일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모바일 운영체제 업체들이 사용자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의존증을 낮추도록 권장하는 ‘디지털 웰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애플의 스크린 타임도 디지털 웰빙을 돕는 도구다.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어떤 앱을 특히 더 많이 쓰고 있는지 등 사용자의 iOS 기기 사용 데이터를 모아 정리해준다. 사용자는 특정 앱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만약 앱을 더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연장 버튼을 눌러 사용시간을 늘리면 된다. 부모는 아이들이 잘 시간이 되면 ‘다운타임’을 설정해 아이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WWDC 기조연설에서 “iOS12는 당신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기에 쓰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증강현실, 이제는 진짜 현실로

지난해 WWDC에서 애플은 iOS11 공개와 함께 개발자를 위한 AR 개발도구 ‘AR키트’를 내놓았다. 당시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iOS11을 통해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AR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향상된 ‘AR키트2’를 통해 AR을 iOS에 더 긴밀하게 통합시켰다. 전작인 AR키트 1.0이 평면 직사각형 물체를 감지했다면 AR키트2는 3D 물체를 감지한다. 여럿이서 동시에 동일한 AR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중 사용자 기능도 지원하는 등 기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AR에 공을 들인 모습이 엿보인다.

|애플이 공개한 메저 앱. 실제 물건을 카메라로 비춰 측량을 할 수 있다. 일종의 가상 줄자인 셈이다. <출처: 애플>

애플은 AR을 활용해 물체의 실제 크기를 측량하는 iOS용 ‘메저(Measure)’ 앱과 함께 iOS12의 새로운 파일 형식 ‘usdz’도 공개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usdz 파일 형식은 향후 메시지, 사파리, 파일 및 뉴스 등의 앱을 포함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 등 소프트웨어에서도 쓸 수 있다. 이는 AR의 범용성을 확보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성 높이고, 보안 강화

이 밖에도 iOS12는 다양한 변화를 담고 있다. 음성인식 비서 시리는 40개 이상 언어로 확장됐고 단축키 기능인 ‘숏컷(Shortcuts)’이 더해져 편의성이 높아졌다.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도 더욱 강화됐다. 페이스북 사용자 5천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의식한 듯 애플은 사파리 사용자의 쿠키 정보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무단으로 추적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iOS12의 첫 번째 공개 베타 버전은 6월 말부터 내려받을 수 있다. 정식 버전은 9월에 출시된다.

※ 참고문헌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