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계 최대 동영상 축제, ‘비드콘 2018’을 가다

비드콘으로 휴가 떠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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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드콘 2018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위치한 애너하임컨벤션센터

미국에서 열린 ‘비드콘 2018‘에 다녀왔다. 비드콘은 비디오(Video)+컨퍼런스(Conference)를 합친 이름답게 말 그대로 전 세계 온라인 비디오에 관한 모든 것이 모이는 자리다. 엔터테인먼트의 본고장 LA 인근, 그것도 디즈니랜드로 알려진 애너하임 지역에서 열린다.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애너하임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두 분류로 나뉘었다. 알록달록한 비드콘 목걸이를 걸고 다니거나,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다. 컨벤션센터를 걸어가며 보이는 디즈니랜드 놀이기구를 보면 ‘콘텐츠 세상이구나’가 절로 느껴진다.

비드콘 가는 길. 캘리포니아 느낌이 가득한 파란 하늘과 야자수 나무.

비드콘은 올해로 벌써 9회째를 맞았다. 동영상 산업이 물꼬를 트고, 산업의 규모와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자리가 생긴 지 벌써 9년이 됐다는 것이다. 비드콘은 동영상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매년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을 확장해 호주와 네덜란드에서도 비드콘을 개최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지역까지 아우르는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이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드콘 스폰서로 나서 이 산업에 대한 의지를 돋보이고 있다.

비드콘에 참가하게 된 개인적 사유는 두 가지 정도다. 먼저 궁금증을 견딜 수 없었다.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른 세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일 수도, 단지 규모가 다른 세계일 수도 있을 지언데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러모로 ‘넥스트 비디오’가 궁금해지는 차였다. 두 번째 사유는 이번 여정을 함께했던 지인들이다. 이번 여행은 간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성사됐다. 운이 좋게도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산업을 바라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궁금하다, 갈래?’가 된 여행이다. 우리는 그렇게 비드콘으로 휴가를 떠났다.

행사장 앞 전경. 축제 느낌이 가득했다.

즉흥적으로 모여서 콘텐츠를 촬영하는 크리에이터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너도나도 ‘ARE YOU A CREATOR’?

비드콘 입장 티켓은 3가지로 나뉜다.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인더스트리 트랙이다. 참여하고 싶은 정도에 따라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커뮤니티 트랙은 비드콘 메인 전시장을 위주로 행사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크리에이터 트랙은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팁을 전하는 세션들이 마련돼 있어 행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기에 좋다. 인더스트리 트랙은 각 글로벌 기업 정책 담당자과 미디어 업계의 핵심 인물들의 세션이 준비돼 있다. 각 트랙별 조건은 별도로 없다. 단지 티켓 가격의 차이다. 트랙에 따라 배지 색깔이 달라지고, 출입할 수 있는 층이 달라진다. 1, 2, 3층 순이다. 크리에이터 트랙을 선택한 우리는 2층까지 출입이 가능했다.

웰컴 투 비드콘!

웬만한 전시장 홀 하나를 등록 접수 공간으로만 사용했다.

부모님들이 입장한 아이들을 기다리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패어런츠 라운지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상상처럼 비드콘에서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정말 흔했다. 삼각대라도 하나 사서 굿즈처럼 들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친구와 나눴다. 그만큼 비드콘 공간에는 스스로 스타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등록을 하고 입장 배지를 받는데 직원이 명찰에 (이름도 아닌) 채널명을 적으라고 했다. 처음엔 의문스러웠지만 곧 이유를 알았다. 비드콘 안에서는 이름을 묻지 않고 서로의 채널을 물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전혀 어색함 없이 ‘너 크리에이터니?’라고 묻고는, 채널명을 주고받고, 어떤 카테고리를 운영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지 물었다. 같은 미국이어도 거주지역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크리에이터 콜라보레이션이 매우 활발한 문화 때문인 듯했다.

내가 받은 배지. 등록할 때 배지에 채널명을 적으래서 아무 단어나 적었다. 저런 채널은 없다.

비드콘 행사장 외부와 내부는 모두 커다란 팬미팅장 같았다. 비드콘 팻말을 들고 있는 소녀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온 팻말에 인플루언서들의 사인을 하나씩 채워갔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끔 유명 크리에이터가 나타나면 이렇게 팬들이 모여들었다.

인플루언서 문화가 튼튼한 플랫폼 산업의 공신

이번 비드콘에서 느낀 핵심은 ‘인플루언서 파워’다. 뻔한 단어이긴 하지만 결이 조금 달랐다. 인플루언서가 끼칠 수 있는 영항력의 느낌이 달랐다. 단순히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거나 상품 판매력이 있는 스타를 지칭하지 않았다.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개념이 자리잡은 듯했다. 채널을 가지고 자신만의 문화를 남들과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면 모두 인플루언서 자격을 갖췄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현장의 크리에이터와 팬들은 서로 얼마나 많은 구독자 수를 가졌는지 연연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맞았다.

이렇게 인플루언서의 벽이 낮아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수익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사례가 있다. 비드콘에서 만난 한 미국 유튜버가 있었는데, 그는 한국 기준으론 중소 규모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운영자였다. 그런데 스스로를 거의 대형 크리에이터처럼 소개했다. 유독 자부심이 느껴졌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나중에서야 이해가 갔다. 한국 계정에 비해 미국 계정이 2-3배의 광고 단가를 받으니 자신의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정도가 한국의 대형 크리에이터와 유사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 산업에서 플랫폼이 분배하는 수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낀 지점이었다. 크리에이터의 지속가능성은 시장의 벽을 낮춰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시장을 넓히는 배경이 된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대담회. 좌측부터 코넬 로스, 우즈 굿, 안나 브리스빈. 가운데에 앉은 우즈 굿은 스냅챗 전용 동영상 촬영 안경인 ‘스펙터클스’를 쓰고 왔다.

시간대별로 있었던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팬미팅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크리에이터들의 높은 플랫폼 이해도다. 인플루언서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자신의 오디언스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데이터를 열심히 보는지, 자기 채널에 적합한 수익 전략은 어떤 것인지 이미 기본적인 분석이 이뤄져 있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인플루언서는 “리포스트(repost)하고, 리셰어(reshare)해라”라는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있게 내가 만든 콘텐츠를 안본 사람이 없을 때까지 배포하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이유로 “유튜브는 공유 기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략도 신선했지만, 자신이 만든 개인의 포스팅 하나도 타깃과 전략에 맞게 접근한다는 사고가 신선했다.

인플루언서의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는 좌·우 어느 쪽일까?

개인이었던 크리에이터들은 점점 전문적인 콘텐츠 생산자로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 크리에이터와 기업이 가지는 이슈의 차이

콘텐츠 진정성에 대한 고민 역시 이미 크리에이터 레벨에서 예전부터 진행돼 온 듯했다. 점점 채널이 규모가 커지고 전문화될수록 크리에이터들은 고민에 빠진다. 하다못해 카메라도 더 좋은 화질이 됐고, 편집은 점점 더 세련된다. 특히 브랜디드 콘텐츠 작업을 진행할수록 이 속도는 더 빨라진다. 광고비에 준하는 콘텐츠를 발행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채널을 뒷받침해준 팬들이 애초에 유입될 수 있었던 채널의 성격을 놓쳐선 안 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현장의 인플루언서들과 플랫폼들은 결국 ‘진정성'(Authenticity)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자신의 플랫폼이 얼마나 진정성을 잘 표출할 수 있는 포맷인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진정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원치 않았다.

‘픽미’를 외치는 글로벌 플랫폼

이처럼 영향력 있는 개인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입장에 섰다. 그 말은 즉 플랫폼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한국과는 상황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유튜브로 일괄되던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비드콘 현장에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활약이 돋보였다.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도 눈에 띄었다. 마침 비드콘 첫날에 맞춰 인스타그램은 유튜브를 겨냥한 동영상 플랫폼 IGTV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그리곤 끊임없이 크리에이터들을 설득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다.

비드콘 2018의 스폰서 목록. 동영상과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정말 고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한 명의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플랫폼만 쓰는 게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비드콘에서 페이스북은 공감의 화법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접근했다. 이날 세션을 맡은 캐런 코마스 페이스북 파트너십 매니저는 “나도 크리에이터가 되어보려고 수백장의 사진을 찍고 한 장의 사진을 건졌다”라며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했다. 단순한 한 마디이지만 페이스북이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의 입장을 잘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함께 동행했던 크리에이터 지인이 발표가 끝나고 이 발언을 짚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꽤 좋은 접근법이었던 듯 하다.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IGTV 홍보 부스

비드콘에 참가한 크리에이터들에게 IGTV를 설명하는 세션

왜 당신의 팬들이 IGTV를 좋아하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사용을 권했다.

이날 페이스북이 크리에이터에게 제안한 전략은 크로스셰어링(cross sharing)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콘텐츠 플랫폼으로,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를 원했다. 그동안 갈곳은 잃었던 페이스북 기반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제시한 대안으로 보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진 팬들을 페이스북 그룹으로 유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텔링 프로세스를 통해 직접 커뮤니티를 창출해서 활동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한동안 페이스북이 그룹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세우며 주변 크리에이터들에게 ‘그럼 콘텐츠 창작자는 어디로 가라는 걸까’, ‘유튜브로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들었던 것의 해결지점을 찾은 듯했다. 때마침 페이스북은 비드콘 기간 내에 그룹 기반의 콘텐츠 수익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튜브의 비드콘 전략은 ‘구독자수를 늘리는 법’, ‘유튜브로 수익을 얻는 법’, ‘더 오래 시청하게 하는 법’ 등 기본에 충실했지만, 신선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어도비는 이번 비드콘에서 새로운 동영상 편집 앱 ‘프로젝트 러시’를 공개했다.

동영상 생방송 플랫폼 ‘라이브미(Live.me)’ 부스. 부스에서 진행된 여러가지 행사를 라이브 영상으로 계속 내보냈다.

인기 프로덕션들은 채널에서부터 시작한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많이 출시해보였다. 티셔츠, 화장품을 비롯해 여러가지 IP 상품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안착된 시스템

대형 크리에이터들이 이미 사업화 전환에 성공한 미국 비드콘에선 ‘유튜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션도 준비됐다. 채널이 커지면 유튜버들은 보조 편집자를 채용하고, 프리랜서 PD를 채용하는 등 점점 규모를 키워나간다. 플랫폼에서 부여하는 수익 이외의 수익 수단도 찾는다.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백그라운드에 있는 국내 뉴미디어 콘텐츠 관련 실무자들과 달리 하나의 직업 카테고리를 형성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날 세션에 참가한 루스터티스(Rooster Teeth) 채널은 5명에서 시작해 300명의 직원 규모를 갖췄다. 본 채널만 1천만명 가까운 구독자수를 가졌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구축해가고 있다. 그들은 브랜드 차원의 PR 전략으로 구독자 확장을 선택했다. 단순히 조회수를 확장시켜 수익을 벌기 위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자신의 채널을 아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브랜드를 알리는 가장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1천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도 최근 주요 전략을 구독자 수라고 밝힌 게 인상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성장한 채널이 엄연한 프로덕션이 되고, 하나의 채용 군단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프로덕션에 소속된 사람들은 보통 MTV 등 비디오 산업과 관련된 회사나 테크 기반 회사에서부터 넘어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큰 미디어 회사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뉴미디어 콘텐츠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역방향으로 인재들이 넘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이미 탄탄하게 자리잡은 산업 시스템 때문이었다.

비드콘은 생각만큼 화려했고, 신기했다. 크리에이터 세션을 위주로 들어서인지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을 성장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글로벌 플랫폼 독점으로 동영상 산업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크리에이터 시장 상황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긍정적으로 느꼈던 측면은 그렇다고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보다 안착된 인플루언서 문화와 환경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비드콘을 첫 회부터 기획해온 행크 그린은 이번 행사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누군가를 찾았을 때 이제 단순히 시청하지만 않는다”라며 “카메라 뒤의 그는 어떤 모습일지,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를 비디오 뿐만이 아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연예인과는 완전히 다르고 더 큰 세계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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