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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새로나키트’, 앞으로도 함께해요

2018.07.01

새로나키트의 새바람,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나키트’ 홍인전자 장은진 대표 인터뷰

장은진 홍인전자 대표는 “사업을 유지는 하고 있어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 유지란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설립 이래로 40여 년이 넘어서도 과학교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수웅 전 대표의 역작 ‘새로나키트’로 말이다.

홍인전자는 1976년 조수웅 전 대표가 문을 연 전자회로 실험 키트 전문 기업이다. 조수웅 대표는 기존의 크고 불편하던 외국산 실험 키트를 대체하기 위해 다기능 응용 브레드보드 키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바로 ‘새로나키트’다. 전자공학을 즐기는 많은 이들에게 지금껏 사랑받으며 성장한 홍인전자는 2015년부로 장은진 대표가 이어받아 초심을 그대로 지켜오는 중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문장만큼 홍인전자의 현재와 미래를 잘 표현하는 어구가 또 있을까? 장은진 대표를 만나 새로나키트와 함께 하는 홍인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자부품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장은진 홍인전자 대표를 만났다.

전자부품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장은진 홍인전자 대표를 만났다.

새로나키트는 처음에 어떤 일을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조수웅 대표님이 옛날 전자회사에 다니다가 한 실험 키트를 테스트하라는 지시를 받았대요. 그런데 덩치만 큰 보드에다 실험하다 보니 선이 마구 뒤엉키고 정신이 없으니까 회로를 꽂아놓고도 제대로 설명하기가 힘들었나 봐요. 그 때문에 작고 간단하면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브레드보드 키트를 고안해야겠다고 결심했대요. 그 결과 지금의 새로나키트를 개발했고 특허도 받았죠.

홍인전자를 키워온 멀티 아트 브레드보드들

홍인전자를 키워온 멀티 아트 브레드보드들

멀티 아트 보드 3048(MAB 3048)로 꾸민 AM/FM라디오. 홍인전자 홈페지에서 라디오 청취도 가능하다. (사진=홍인전자)

멀티 아트 보드 3048(MAB 3048)로 꾸민 AM/FM라디오. 홍인전자 홈페지에서 라디오 청취도 가능하다. (사진=홍인전자)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새로나키트를 많이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라디오나 그보다 더 정밀한 기기여도 여기다 만들면 복잡하지 않아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한눈에 알기 쉽게끔 했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값싼 중국산을 수입하는 대신 번거롭더라도 우리가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생산해요. 가격을 초저가로 낮추지는 못해도 질은 담보하죠. 복원력이 뛰어나서 재사용하기도 좋고요. A/S도 물론 우리 손으로 챙겨줘요.

무엇보다도 홍인전자처럼 ‘교재-보드-키트’ 세 가지를 모두 자사에서 만들어 한 번에 제공하는 데가 우리나라에 없어요. 통일된 콘텐츠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으니까 선생님이 지도하기에도 학생이 배우기에도 좋아요.

어떤 분들이 주로 새로나키트를 주문하는지도 궁금해요.

주로 초·중·고·대학교 교재로 새로나키트가 나가요. 과학사들과 연결돼서 도매로 보통 드리고요.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브레드보드로 전자회로를 익히는 게 기초니까 이 부분부터 알려줘야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요즘은 전자회로보다 아두이노를 선호해서 그쪽으로 많이들 몰려가죠. 하지만 아두이노도 심도 깊이 나가려면 회로가 연결되는 원리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전자회로 기초를 배워야겠다면서 역으로 우리를 찾기도 해요.

홍인전자는 단계별로 구성된 교재를 이용해 주말 무료로 전자회로를 알려준다.

홍인전자는 단계별로 구성된 교재를 이용해 주말 무료로 전자회로를 알려준다.

주말 무료 교육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 들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전공자가 아닌 이상 키트를 사가도 일일이 직접 가르치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토·일요일에 우리가 무료 교육을 여는 거예요.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일반인도 새로나키트를 공부하고 싶으면 와서 배워가는 거죠. 이렇게 20년 전에 시작한 무료 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한정된 세트만 갖고 하는 것과 온갖 재료가 다 있는 곳에서 몸소 보고 느끼는 건 달라요. 무료 교육이 열릴 때면 교육생이 보고 싶어 하는 부품을 다 보여주고 만들고 싶어 하는 과정을 다 알려주니까 진정 살아 있는 현장이라 할 수 있죠. 여기가 바로 교육장이자 공장이자 사무실인 셈이에요. (웃음) 사전에 뭘 만들지 커리큘럼을 짜서 순서대로 하는 여타 과정들과 다르게 수업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원하는 아이디어를 내서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도 차이점이죠.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느끼는 고충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전자공학 대회들이 예전에는 활발했지만, 재작년에 전자회로 관련 전국대회가 없어지면서 찾는 이들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자영업을 하면서 외부 직원을 둬가며 어디다 홍보할 여력은 없어요. 홍보를 거의 못 하더라도 써본 사람들은 다시 우리 제품을 찾고 사용자들끼리 입소문이 퍼져서 이곳으로 주문이 계속 들어오니 다행이죠.

그리고 요즘은 몸에 안 좋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납땜을 하지 말라고 그런대요. 우리 입장에서는 뭘 하더라도 납땜을 해야 완성이잖아요. 납땜이 없으면 장난감처럼 한 번 조립했다가 해체하고 버리고 끝인 거예요. 그렇게들 하느라 우리가 개발한 미니 보드나 블록 키트를 찾고는 있지만 아쉬움은 있죠. 정식으로 완성해내는 대신 형식적으로 시도만 해보는 편이 많아진 것 같고요.

납땜까지 해 완성된 새로나키트 FM라디오 견본.

납땜까지 해 완성된 새로나키트 FM라디오 견본.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무료 교육을 오래 해오다 보니 다 커서 직장인이 된 분이 나중에 찾아오는 일이 있어요. “몇 년 전에 여기서 배웠습니다”라고 하면 정말 기쁘죠. 형제나 부모님을 우연히 따라와서 장난이나 치다가 자기가 오히려 흥미를 느껴서 잘하기도 하죠. 여기서 4~5년 이상 자기 능력을 개발해서 대학교에 수시 입학한 경우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진로를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런 사례들을 눈앞에서 만날 때면 조수웅 대표님이나 저나 위안도 되고 보람도 얻고 이걸 하기를 참 잘했다고 느껴요.

홍인전자만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말하자면 그냥 한 우물만 파는 거예요. 우리는 쭉 키트 중심으로요. 시대를 타면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이것만 하니까 찾아주는 사람들은 꾸준히 찾아와요. 소비자들이 늘 우리 서비스에 만족해주니까 업종을 바꿀 일 없이 유지는 되네요. (웃음)

전자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생각을 바꿔주기도 우리가 할 일이에요. 전자회로도 놀이처럼 이것저것 해보면서 취미로 느끼고 가까이 있게끔 말이죠.

장은진 대표가 홍인전자 정문 앞에서 보드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장은진 대표가 홍인전자 정문 앞에서 보드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가져온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조수웅 대표님이 여태껏 개발해온 걸 이어가면서 거기에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더 개발하고 발전시켜야죠. 어떻게 하든 학생들이 와서 배울 때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그냥 우리 홍인전자가 언제까지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많이 찾는 회사로 컸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홍인전자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수많은 키트들

홍인전자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수많은 키트들

※ 홍인전자 새로나키트 브레드보드 무료 교육 안내

  • 일시 :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3시
  • 장소 : 홍인전자 (세운전자상가 5층 559호)
  • 내용 : 브레드보드의 원리 이해, 브레드보드를 이용해 스스로 원하는 작품 만들기
  • 안내 페이지(링크)

글·사진 | 장지원

maker@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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