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키우는 과학책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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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문화를 키우는 ‘사람 중심’ 서점
과학책방 갈다 이명현 대표이사 & 이미영 매니저를 만나다.

과학책방 갈다(이하 갈다)가 지난 6월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삼청공원 인근에 문을 열었다. 입지도 고급스러운데 성격도 남다르다. 서점에서 튜토리얼을 밟아 과학 덕후로 입문도 할 수 있고 틈날 때마다 책방에서 소소한 팬미팅을 누릴 수 있다면 믿겠는가?

갈다는 책방이자 커뮤니티 집합소다. 과학을 즐기려는 대중과 함께하고 싶은 100명의 과학저술가와 커뮤니케이터가 주주로 뜻을 모아 세웠다. 과학지식 중심이 아닌 과학자 중심, 저자와 독자를 사람과 사람으로서 책을 통해 연결해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명현 대표이사와 이미영 매니저를 만났다.

이미영 매니저(좌)와 이명현 대표이사(우)는 과학책방 갈다에서 과학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미영 매니저(왼쪽)와 이명현 대표이사는 과학책방 갈다에서 과학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갈다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첫 반응은 어떤가요?

이미영 매니저(이하 미영) 아직 가오픈 상태예요. 공사가 안 끝나서 문에 손잡이도 없고요. (웃음) 주말에 한 번씩 과학책방이라는 데가 있다더라 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조금은 있고요. 절반 이상은 사실 과학 문화나 교육 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와요. 과학책방 운영에 참여하는 분들부터 100명이나 되기 때문에 그 지인들도 같이 오죠.

갈다의 과학적으로(?) 아름다운 외관

갈다의 ‘과학적으로’ 아름다운 외관

100명의 주주는 어떻게 구성됐나요?

이명현 대표이사(이하 명현) 과학자 중에서도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거나 저술하는 분들이 주축이에요. 또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비롯해 평소 뜻을 같이하는 소설가나 평론가, 미디어 아티스트도 있죠. 최근 IT 계열로 네이버나 다음을 창업한 분들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과학을 문화로 생각하는 분들의 구성이라고 보면 돼요. 그분들의 욕구를 과학책방 갈다로 구현한 거고요.

어떤 욕구가 과학책방 갈다를 만든 원동력이 됐을까요?

명현 많은 분들이 그룹별로 활동하고 교류는 나누고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마주하는 거점, 허브가 없어서 공간 설립을 향한 욕구가 조금씩 커졌죠. 또 대부분이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 분들이라 책이라는 매개체가 갖는 힘에 대한 존중이 있었고요. 물론 지금은 종이책과 고전과학 위주로 배치했지만, 응용과학, 블록체인 그리고 메이커로도 확장해나갈 거예요. 100인의 인적구성도 그게 가능하게 돼 있고요. 실제로 현재 활동해나가는 내용도 그렇고요.

과학을 이야기하는 작가 중심으로 배치된 책들

과학을 이야기하는 작가 중심으로 배치된 책들

여성 과학기술인 이야기’를 테마로 배치된 책들

여성 과학기술인 이야기’를 테마로 배치된 책들

일반 서점과는 책의 배치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미영 서점에 가면 규모가 대형이라도 과학 코너는 매우 조그맣잖아요. 중요한 책들이 다 있지도 않고 이상한 책 옆에도 꽂혀 있고 정말 찬밥처럼요. (웃음) 과학책이 있는 곳에 과학책을 안내할 줄 아는 분이 있지도 않고요. 갈다 만큼은 과학책이 진정 돋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명현 그래서 갈다는 과학하는 사람을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보통 문학이나 인문사회는 주제만큼 주제와 관련된 사람이나 그의 가치관도 중요시하잖아요. 그런데 과학은 대중과 만나는 접점이 항상 이론이나 개념이에요. 블랙홀이면 블랙홀이지 블랙홀을 말하는 과학자에 대한 접근은 극히 드물거든요.

그랬지만 과학도 문화로 자리 잡고 대중과 접점을 넓히려면 사람이 매우 중요해요. 때문에 갈다를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접점으로 삼고 자연스럽게 과학자의 삶과 가치 및 태도를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접하기 쉬운 국내 저자 중심으로 그리고 여기서 강의하는 저자들의 책을 중심으로 놓고서 엮으려 하고 있어요.

미영 갈다는 할 이야기가 있는 과학 저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곳이에요. 그 이야기를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해 나눠 놓았어요. 여기 모이는 분들의 모임에 따라 책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SF 페미니즘 읽는 모임을 격주 금요일마다 하고 있으면 그분들이 읽는 책을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기도 하죠.

25권의 추천도서 튜토리얼 공간

25권의 추천도서 튜토리얼 공간

실시간 미니 팬미팅이 가능한 작가의 방

실시간 미니 팬미팅이 가능한 작가의 방

갈다 공간 중 매력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자랑할 곳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미영 2층에 있는 방 중 작가의 방이 있거든요. 사장실이 아니에요. (웃음) 작가들이 방문해 그곳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오늘의 작가가 누가 와 있는지 공지해서 독자들이 작가를 찾아와 사인도 받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게 오픈한 곳이죠. 대부분의 작가가 출판사하고만 연결될뿐더러 강의하더라도 일방인 형식이잖아요. 그에 반해 여기는 독자와 작가가 직접 만나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거예요.

그리고 1층에 보면 문이 양쪽으로 뚫린 방 같은 공간이 있어요. 국내 저자들의 책 25권만 따로 모아놓은 곳입니다. 거기엔 외국 저자나 작고한 작가가 아닌,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국내 저자의 책만 모아 두었어요. 과학책을 처음 읽는 초보들이 입문할 수 있는 책들이고요. 여러 가지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분류돼 있고 조그맣게 설명하는 말도 붙여놨죠. 갈다에 들어와서 내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여기에 들어와서 과학서적에 일단 발을 한번 담가 보는 겁니다. 안정감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생기면 바깥으로 나와서 다른 책들을 찾아보면서 깊이 빠져들게끔 고안했어요.

갈다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들 (캡처=과학책방 갈다 웹페이지)

갈다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들 (과학책방 갈다 웹페이지)

강연이나 모임 같은 프로그램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미영 갈다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까닭은 저자 중심의 과학을 나누기 위해서예요. 자기 인생이 과학과 연결된 분들을 모셔서 ‘과학’, ‘인생’, ‘책’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하도록 챙기고 있죠. 대중강연보다 소규모로 밀도 있게요.

세운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도 프로그램이 매우 많아요. 섭외와 기획의 원천이 무엇인가요?

명현 과학 저술가 집단이 모여 만든 갈다잖아요. 이미 자기만의 주제로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주주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같은 커뮤니티에서 연결돼 많이들 함께해요. 가까이에서 이미 어떤 사람이 뭘 잘하는지 서로 알고 있으니까 우리 내에서 일정만 맞으면 강좌 만들기쯤은 너무 쉬운 일이에요.

특정 주제를 기획하고 외부에서 따로 섭외해 모시는 게 아니에요. 각자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다가 실현이 가능한 일부터 재미있겠다 싶으면 하는 거죠. (웃음) 당장 구현하기 힘들다면 장기 과제로 두고요. 갈다와 관련된 분들이 다들 이곳에 일정 지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본인이 연구하는 현장이나 그 결과를 보여주고픈 분들도 있고요.

각종 프로그램이 이토록 예쁜 지하 공간에서 펼쳐진다.

각종 프로그램이 이토록 예쁜 지하 공간에서 펼쳐진다.

다른 것들은 이름만 봐도 주제가 이해됩니다만 ‘갈다 오리지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명현 특정 테마를 주제로 하는 강연이면서 세 부분에 차별점을 두고 있어요. 먼저 자기 인생의 임계국면에 대해 30분간 이야기해달라고 해요. 분기점을 말하려면 인생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기회가 다른 강연에서는 없죠. 그래서 오리지날리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다음으로는 다른 데서 해보지 않은 강연 방식을 30-40분간 시도해달라고 해요. 강연 중 프리젠테이션 화면 없이 말로만 강의하든가요. (웃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듣는 이를 특정 시간 안에 설득시키겠다고 도전하는 분도 있죠. 그래서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표 화면 없이 서봤대요. 과학자 중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아요. 보여줄 게 없어 막막한 거죠. 그래서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을 만드는 분인데 자기가 만든 모형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하고 나머지 30분은 질의응답 시간이에요. 손들고 하는 방식 대신 직접 써내게 하니까 사람들이 훨씬 더 깊이 있고 진솔하게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다른 데서 하지 않았던 걸 해보고 있어요. 그래서 오리지날이라는 말을 붙였죠.

1층 책장 앞쪽에 배치된 메이크코리아의 책들

1층 책장 앞쪽에 배치된 메이크코리아의 책들

혹시 메이커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인가요?

미영 제가 메이커로도 활동했고 그래서 그쪽에 관한 책을 최근에 갖다 놓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여기서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찾아보고 있거든요. 용도변경의 김성수 메이커와도 며칠 전에 저희끼리 로봇 관련 워크숍을 몇 시간 열어봤고요. 메이커 운동이나 활동을 주제로 대중강연 혹은 초보를 위한 워크숍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에요. 그래서 지하에서 해보려고 테이블도 사고 이것저것 장만하고 있죠. (웃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미영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끌고 와서 “너 이 책에 관심 있지 않니?” 하는 것들이에요. 저렇게 엄마 등쌀에 떠밀려 와서 억지로 하면 배우는 학생도 알려주는 강사도 재미가 없어서 거부감이 생기거든요. 아이가 직접 와서 “나 이거 하고 싶어” 한다면야 괜찮지만요. 사람들이 사교육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해요.

메이커를 위한 워크숍 기획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관심 있는 어린이나 어른을 타깃으로 해서 실용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 말고 그냥 뜯어보고 만들어보며 가지고 노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가게 주안점을 잡고 해보려고요. “우리는 정말 쓸데없는 걸 만들었지만 우리는 기업에서 만든 걸 그대로 쓰지 않아”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갈다의 2층에서는 칼 세이건 특별전도 개최 중이다(좌)

갈다의 2층에서는 칼 세이건 특별전도 개최 중이다(좌)

‘칼 세이건이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을 주제로 큐레이션 된 다양한 책들(우)

‘칼 세이건이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을 주제로 큐레이션 된 다양한 책들(우)

과학 소통의 허브로써 갈다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명현 말하자면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우리가 뭔가를 독점할 생각은 없어요. 인큐베이팅 식으로 해서 규모가 컸을 때 다른 어딘가로 나아가면 좋겠다고는 생각하거든요. 갈다를 최종 정착지로 끝내지 않고 잘 크고자 거쳐 가는 창구이기를 바라요. 갈다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득은 얻고자 노력해야죠. 갈다 혼자 대규모로 사업하는 대신 이렇게 성장하고자 하는 팀들과 손을 잡고 협력하며 진행할 생각이에요.

또 하나는 처음은 고전과학 중심으로 시작했대도 앞으로 확장되거나 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갈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형태로 설계해서 그대로 온 게 아니라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만들어진 곳이에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가든 2년 후에는 완전히 탈바꿈할 수도 있어요. 과학을 콘텐츠 삼는다는 큰 틀이 유지되는 한 갖가지 확장과 변화를 받아들이며 가는 길 자체가 로드맵이 되겠죠.

끝으로 초보 메이커가 읽으면 좋을 책을 고른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어요?

미영 『안 부르고 혼자 고침』(완주숙녀회 저, 2017 휴머니스트)이라는 책이 있어요. 완주에 귀농한 여성들이 아저씨를 부르는 대신 모든 걸 DIY의 정신으로 스스로 해나가는 이야기로 쓴 책이거든요. 저한테는 그 책이 약간 레벨테스트하는 느낌으로 읽혔어요. 앞부분부터 쭉 올라가면서 나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웃음) 저는 한 3분의 2 정도까지는 가더라고요. 메이커들에게도 처음 시작은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 옆에다가 예쁜 전동 드라이버도 팔고 있어요. (웃음)

명현 저는 『내 아이가 만날 미래』(정지훈 저, 2013 코리아닷컴)를 추천해 드려요. 과학자들은 청소년들이 자라서 30-40대로 활동하는 10-2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고 이때 적용하기에 적합한 교육을 제안하고 싶어해요. 그중에서도 정지훈 교수는 실제로 자기 자녀들이 꼬마일 때 얘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줄까 고민하고 그 방향으로 교육해온 분이에요.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일러준 미래와 그 시대를 살아가고자 필요한 태도를 정리했죠. 그래서 매우 구체적이에요. 정직하고도 현실적이고요. 저는 메이커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확장해서 이런 맥락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명현 대표이사(좌)와 이미영 매니저(우)가 각자의 추천 도서를 들고 있다.

이명현 대표이사(좌)와 이미영 매니저(우)가 각자의 추천 도서를 들고 있다.

글·사진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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