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nside] 규제 장벽 넘은 AI 질병 진단 스타트업 ‘뷰노’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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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시대의 화두다. 미래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AI는 한순간에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졌고 이제는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결국 AI를 만드는 건 사람이다. <블로터>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규제가 어려운 건 맞다. 딥러닝 기반 의료 진단 보조 서비스를 냈을 때 인허가가 안 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다. 쉽지는 않고 시간이 걸리지만 장애물로 있는 규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식약처와 함께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2년 동안 만들었고 결국 3년 만에 인허가를 받았다.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 안 한다.”

뷰노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질병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AI와 의료 진단의 결합은 의료 환경의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 데이터라는 민감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기 쉽다. 뷰노는 벽을 허물었다. 지난 5월 뷰노에서 내놓은 딥러닝 기반 의료 진단 보조 서비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AI 기반 의료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CSO)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CSO)는 규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정부 기관과 협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뷰노가 국내 AI 기반 의료기기 시장의 문을 여는데 첨병으로 나선 이유는 하드웨어 위주 의료기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AI 기술이 의료기기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뷰노는 이예하 CEO, 김현준 CSO, 정규한 CTO 등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만난 이들이 합심해 2014년 설립했다.

 

AI 기반 의료 진단 서비스

뷰노가 내놓은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 기반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다. 성조숙증이나 저신장증을 진단하기 위해 촬영된 엑스레이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하고 의사의 판별을 돕는다. 이전에는 의사가 서적에 나온 연령별 뼈의 사진과 엑스레이 사진을 비교해 진단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판독자의 경험과 주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착안해 뷰노는 국내 다수 병원과 협력해 골연령 환자 데이터를 독자 AI 엔진을 통해 학습시켜 AI가 자동으로 진단 결과를 내놓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뷰노가 지난해 미국 방사선학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판독 속도를 20~40%까지 향상시키고 판독 정확도를 약 10% 높여준다. 전문의가 판별하는 골연령과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진단하는 골연령의 오차는 7개월 미만이다. 이런 진단 능력을 인정받아 식약처로부터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로 2등급 허가를 받았다.

기존의 골연령 진단 방식 (사진=뷰노메드 본에이지 유튜브 영상)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가 인간 의사의 골연령 진단을 보조한다. (사진=뷰노메드 본에이지 유튜브 영상)

뷰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시작으로 AI 기반 의료 진단 보조 서비스를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다. 안과, 흉부 엑스레이, 컴퓨터 단층촬영(CT), 생체 신호 등 다양한 의료 영역의 진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향후에는 이런 서비스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현준 CSO는 “이러한 제품이 쌓이면 일종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의료 업계가 겪는 진단·판독에서의 어려움에서 기회를 봤으며 결국 이 시장은 시간 싸움이며 제도적 정비 과정을 거쳐 머지않아 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의료 시장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국내 의료 시장에 글로벌 IT 기업들도 손을 뻗치고 있다. IBM 왓슨이 대표적이다. IBM 왓슨은 국내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며 지난 12월 이후 도입 병원이 끊겼다. 이에 대해 김현준 CSO는 국내 의료 시장이 거대 자본이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엔 작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타트업의 경우 가볍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 특성상 기대 수익이 높지 않아도 된다. 김현준 CSO는 “기술과 사업화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빠르고 가벼운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맞다”라며 “미국에서도 작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이 분야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뷰노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던 배경에도 국내 의료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 한국은 의료 데이터의 질이 우수하고 좁은 면적 안에 큰 병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뷰노는 한국에서 확보한 우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뷰노의 또 다른 기술 경쟁력은 자체 딥러닝 엔진이다. 뷰노는 ‘텐서플로우’ 등 오픈소스 기반의 딥러닝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뷰노넷’이라는 자체 엔진을 쓴다.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현준 CSO는 “구글의 텐서플로우와 비교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지만, 당면한 문제를 직접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라며 “텐서플로우를 썼을 때는 프레임워크가 커지고 코드 자체를 커널 레벨에서 손대기 어려워 문제를 직접 풀기 어렵고 상용화하면서 문제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현준 뷰노 CSO는 자체 딥러닝 엔진으로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해 기술 경쟁에서 1년 정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뷰노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제공한다. 병원 내에 독립적인 서버를 두는 형태로 서비스를 했을 때 비해 설치 유통과정에서의 비용 절감이 높아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병원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의료기기 업계는 지역 총판을 끼고 영업과 유지·보수를 한다. 서비스 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현준 CSO는 전통적인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고 더 많은 병원과 환자들이 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규제는 풀기 마련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 의료 진단 서비스가 과거에 없었기 때문에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았다. 클라우드를 통해 진단 행위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법적인 해석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뷰노는 이를 올 초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기관에 질의해 결국 뷰노의 서비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6월 받았다. 클라우드 기반 의료 진단 서비스의 문이 열린 셈이다. 규제에 좌절하지 않고 정부 기관과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나가려고 했던 노력의 결과다. 정부도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AWS 측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의료법 시행규칙 16조’에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전자의무기록을 보관할 때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 AWS가 이를 기술적으로 충족한다는 증명서를 제공해 클라우드 기반 의료 진단 서비스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김현준 CSO는 “의료서비스를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인증 서류들이 있는데 AWS는 이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어 도움이 됐다”라며 “서비스 기반 사업자가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유출 우려에 대해선 제품 개발 과정에서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딥러닝 학습 과정에서 이름이나 나이 등 개인정보가 활용되지 않으며 병원에 서버를 두고 병원 내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한 비식별화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김현준 CSO는 규제와 관련해 섣부르게 안 될 거라는 편견을 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해봤는데 안 된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은데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안 된다. 이를 깨버리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정부 부처 관계자가 ‘되는 건데 왜 안 했냐’고 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나 멘토들이 전문가라서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시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다른 전략으로 풀 수 있다. 열린 문제로 푸는 게 더 중요하다. 섣부르게 안 된다 안 된다 하지 말고 된다 된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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