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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AI’로 가는 경유지, SKT ‘누구캔들’

2018.07.11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우후죽순 출시되던 시점만 해도 AI 스피커가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듯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완만한 파고를 그리고 있다. 사용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검색엔진이나 진배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인식률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 AI 스피커를 선보였던 SK텔레콤(이하 SKT)이 새로운 AI 기기를 선보인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가 높았다. SKT는 AI 플랫폼과 조명 기능을 결합한 AI 기기 ‘누구캔들(NUGU Candle)’을 출시한다고 7월11일 밝혔다. 올해 단종이 예정돼 있는 1세대 ‘누구’와 ‘누구미니’ 사이를 채우는 라인업이다. 기대를 충족할 만한 제품은 아니었지만, SKT가 앞으로 취할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안방으로 진입하려는 시도

누구캔들은 기존 누구 스피커에 무드등 기능을 얹은 제품이다. 81×168mm(지름×높이) 크기 원통 형태로 무게는 418g, 출력은 10W로 누구미니 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조도는 85룩스까지 지원한다. 블루투스 4.2 BLE, USB 포트를 제공하며 총 17가지 색상의 조명으로 무드등을 사용할 수 있고 수유나 취침, 독서 등 테마등을 비롯한 각종 ‘등’ 기능이 적용돼 있다.

예를 들어 ‘선라이즈 모닝콜’ 기능은 설정한 알람 시간 30분 전부터 조명이 점차 밝아져 설정 시간에는 완전히 밝아진 조명과 함께 자연의 새소리를 담은 ASMR이 울리며 자연스러운 기상을 유도한다.

이 밖에 기존 누구에서 제공하는 음악감상, 날씨 확인, 감성대화, 라디오 청취, 치킨·피자 배달 등 30여개의 다양한 기능들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누구캔들 출시를 계기로 ‘누구’의 주 이용공간을 거실에서 방으로 넓히고, 집안 곳곳의 기기들이 AI로 묶일 수 있도록 ‘집안 모든 사물의 AI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드등 AI 스피커 누구캔들을 내놓은 이유는 사적인 영역인 ‘안방’에 제품을 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AI 스피커가 거실에 포진하는 위치라면 누구캔들은 역할상 방으로 진입하게 된다.

“AI 플랫폼인 누구를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인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AI 스피커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은 방마다 AI 스피커를 한 대씩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SKT가 가려는 방향도 이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다만 AI 스피커 자체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국내 시장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려는 듯하다. SKT가 ‘원하는 위치’에 놓을 수 있는 하드웨어를 설계해, 여기에 누구 플랫폼을 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야 할 테고, 하드웨어 특성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한다.

이상호 부장은 “각종 디바이스에 플랫폼을 집어넣을 때 접속해서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라면 게으른 방식이다”라며 “이전부터 만들어졌던 디바이스에서 사용자의 사용빈도가 높은 것을 그때그때 강화해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 베이스인 누구가 있고, 디바이스 사용 목적에 맞춰서 탐구하고 수정해서 최적화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아리아’는 언제 똑똑해지나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를 구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AI 스피커보다 다른 하드웨어를 내세우는 것도 전략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접근이다. 그래도 AI 스피커 자체의 음성인식 기술이나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면 사용자는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SKT는 AI 기능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기존 누구와 누구 미니에서 가능한 기능을 누구 캔들에서도 쓸 수 있다는 내용만 소개됐다. 다만 “AI 스피커 사업을 심각하게 (여기고) 일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타사 제품과 품질 평가를 한다. 우리가 하다 보니 손이 안으로 굽을 수 있겠지만 타사 제품에 대비해 좋다”고 말했다.

▲무드등의 가장 밝은 모습(85룩스) 과 가장 어두운 모습.

“우리는 음성인식뿐 아니라 음성인식률 말고 사용자가 목적으로 한 발화를 본다. 실수로 잘못 말하는 것까지도 고려해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상어가족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아기상어 틀어줘’라고 잘못 말한다. 우리는 아기상어를 틀어달라고 해도 상어가족이 재생된다. 오류에 대해서 목적 달성하려고 하고 있고 그 지표를 낮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SKT는 올해 누구 캔들 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 형성된 무드등 가격대가 2-5만원 수준인 데 반해 누구캔들은 정가 14만9천원, 할인가 7만9천원 수준이다. SKT가 장담한 대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는지, 충분한 구매 유인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날 SKT는 지난해 9월 출시한 AI 내비게이션 ‘T맵x누구’ 이용 편의 제고를 목표로 제작된 ‘누구버튼’도 공개했다. 누구버튼은 운전대에 부착하는 버튼 형태의 제품으로, ‘아리아’라는 호출어 대신 버튼을 눌러 ‘T맵x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돕는다. 가격은 4만4900원이다.

SKT는 올해 10월 누구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고 올해 말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새로운 AI 스피커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