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톡톡’이 챗봇을 쓰는 이유

"챗봇이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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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아직 제가 공부하지 못한 내용입니다.”

“제가 아직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술에도 유행이 있다. 최근 서비스 사업자 사이에서 화두인 기술은 ‘챗봇’이다. 금융권부터 쇼핑몰, 항공기 예약, 전자제품 AS 상담까지 소비자 접점이 있는 모든 서비스에 챗봇이 붙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챗봇 서비스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건 ‘아직 답변할 수 없다’는 속 빈 말이다. 대부분의 챗봇 서비스는 아직 사람들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분명한 목적 없이 유행을 좇아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네이버 역시 실시간 쇼핑문의 서비스 ‘톡톡’에 챗봇을 붙였다가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달라진 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정현수 네이버 비즈챗봇 매니저

7월10일 ‘스마트커넥티드 2018’ 컨퍼런스에서 ‘네이버 톡톡: 챗봇이야기’를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정현수 네이버 비즈챗봇 매니저는 챗봇서비스 도입의 실패와 교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현수 매니저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영화 ‘헐(Her)’에 등장하는 사만다 같은 대단한 챗봇을 생각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챗봇을 써서 만족할만한 서비스가 나올지 챗봇 도입에 대해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챗봇을 도입하려 한다면 여러 기능 중 하나에 집중해 목적에 맞게 챗봇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사업자와 소비자를 채팅으로 이어주는 상담도구 ‘네이버 톡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부재 시 챗봇이 자동으로 응대해주는 자연어처리(NLP) 기반의 ‘쇼핑봇’ 베타 서비스를 2015년 6월 열었다. 하지만 한 달간 서비스 운영 결과는 적합 응대율 7%, 구매전환 0.1% 수준으로 좋지 않았다. 정현수 매니저는 모든 질문 패턴을 자연어처리로 해결하려다보니 오히려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챗봇 서비스를 좁혔다. 패턴이 쉬운 치킨 배달 서비스에 챗봇을 적용한 ‘간편 주문봇’ 서비스를 열었고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좁은 주제 안에서 작동하는 챗봇을 통해 간단하게 구매 전환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쇼핑 사업자가 챗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열었다. 톡톡 문의 내용이 배송(30%), 취소·교환·반품(19%)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단순·반복성 문의를 해결해주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자연어 인식 기반과 기존 시나리오 기반을 결합한 형태다.

네이버 톡톡 챗봇은 간단한 반복 질문은 자동으로 해결해주고 또 스스로 추가 답변을 세팅할 수 있는 챗봇 에디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업자의 경우 24시간 답변의 부담을 줄이고 고객 응대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기계적인 반복 질문을 챗봇을 통해 해결한 결과 인력을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입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신기술이 아닌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규칙 기반부터 시작해서 자연어처리까지 적용한 결과다.

네이버톡톡 챗봇은 검색결과 기반으로 활용된다.

현재 네이버 톡톡 챗봇 서비스는 쇼핑몰뿐만 아니라 병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를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검색창에 브랜드와 함께 연동 챗봇 버튼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정현수 매니저에 따르면 1만7천개 정도의 챗봇 서비스가 쓰이고 있으며 자동고객 응대 처리율은 38% 수준이다. 10명 중 4명이 챗봇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정현수 매니저는 “이용자 만족에 대해선 아직 자신할 수 없지만, 상담원 없이 답변이 됐다는 건 챗봇이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업자분들이 더 편해질 수 있도록 더욱 똑똑한 챗봇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챗봇 서비스의 목적을 좁힌 결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정현수 매니저는 챗봇 도입에 대해 사업자들이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칙 기반이든 딥러닝 기반이든 챗봇에는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며, 챗봇을 써서 만족할만한 서비스가 얼마나 되는지 봐야 한다”라며 “그래도 챗봇을 만들겠다면 서비스의 99개 기능 중 한 가지만 목적에 맞게 만들어보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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